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해라
파레토 법칙의 교훈
파레토 법칙을 가장 잘 쉽게 설명해주는 속담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이다. 왜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젊어서 고생해야 할까?
파레토 법칙을 80/20의 법칙이라고 설명한다. 파레토는 20세기 초 조국인 이탈리아 소득분포에 대한 자료를 보다가 이 법칙을 발견한다. 부의 분포를 추적해보니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 정도를 독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파레토 법칙은 부의 양극화를 넘어 다양한 양극화 현상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 조직에서 만들어내는 성과의 80%는 상위 20%의 뛰어난 핵심인재가 산출한 것이라거나, 80%의 중요한 결정은 회의 시간 초기 20%에서 산출된다는 주장도 파레토 분포를 따른 것이다.
숫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웹페이지 연결을 추적해보면 80% 연결이 상위 15%의 페이지에 집중되어 있고, 과학 논문의 인용 관계를 분석해보면 80%의 인용이 상위 30%의 연구자들의 연구를 인용한다.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의 친구 관계를 분석해보면 80%의 친교가 상위 30%의 스타 배우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어떤 현상이 파레토 분포를 따르는지 정규분포를 따르는지는 인간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지의 문제이다. 인간의 의도가 개입될 수 없는 현상은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따르지만, 인간의 의도가 원인으로 개입해서 결과를 산출한 현상들은 대부분 멱함수(Power Law Distribution)의 형태를 따르는 파레토 분포다.
예를 들어 인간의 의도가 개입될 수 없는 키나 몸무게 지능 등의 분포는 정규분포다. 140cm 이하의 키를 가진 사람도 많지 않고 190cm 이상의 키를 가진 사람도 드물다. 평균인 170cm에 대부분이 모여서 분포는 종 모양이다. 하지만 인간이 의도해 만들어낸 부, 성공, 연줄, 우량기업 등의 모든 분포는 파레토 분포다. 상위 20%가 80%의 결과를 산출하고 결과를 독점한다.
경영자들이 하는 대부분의 실수는 파레토 분포를 따르고 있는 경영 현상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규분포에 가정해서 내릴 때이다.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들에서는 정규분포에 기반한 평균은 별 의미가 없다. 초기 20%에 투입되는 초깃값의 내용과 이 초깃값이 누적되어 임계치에 이르기까지 약 30% 정도의 초기 노력 결과에 따라 80% 이상의 초깃값과 연동된 결과가 자동으로 산출된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해 의사결정한다고 가정해서 인간의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원인과 결과를 중심으로 이론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이 놓치는 점은 초기 원인에 개입하는 의도의 내용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놓친다. 또한 모든 것을 원인과 결과로 설명하다보니 원인과 결과 사이에 개입되는 과정의 중요성을 잡아내지 못한다.
파레토 법칙도 행위자의 의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초래한 80%의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초기 참가자가 선한 의도를 개입하여 20%를 시작했는지 이기적 의도로 20%를 시작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초기 20%의 자본가들이 좋은 의도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평등의 80%가 개선되는 결과도 예측해볼 수 있다. 파레토 법칙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결정해주는 것은 초기 20% 참여자의 의도의 내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에는 속담에는 파레토 법칙의 의도의 내용과 초기의도를 모두 담고 있다. 젊어서 하는 고생에 담긴 의도는 당연히 말년에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다. 선한 의도다. 20%의 선한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생 말년에 누리는 80%의 결과도 좋다. 또한 최기값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초기에 20%의 시간을 쏱았더니 이것이 80%의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값에 개입하는 것을 놓치고 말년에 무엇을 시작해서 큰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개연성이 없다. 말년에 성공한 사람들은 초반에 실패를 했어도 이것들이 누적되어 임계치를 넘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정규분포의 가정에 따르면 70%-80%의 사람들이 넘어와야 게임이 끝난 것으로 규정하지만 파레토의 멱함수에 따르는 현실에서는 실제 초기에 20-30%의 사람들이 넘어오면 게임이 끝난 것이다.
욥기에 나오는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씀도 파레토 분포에 기반한 것이다. 초기에 어렵게 시작했지만 선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던 초기 노력들이 만든 파장으로 주변에 동기화(Syncronization)과 공진화(Coevolution)을 거쳐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인생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초기값에 신경쓰거나 주체적으로 초기값에 개입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결국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다. 부자가 삼대를 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씨앗을 심어서 길러내지 못한 농부의 비극이다. 복권당첨이 불운을 가져오는 이유는 복권 당첨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삶의 성공분포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공이 파레토 곡선을 따른다는 현실을 부인하고 복권당첨의 결과를 반영한 자신만의 비현실적인 분포를 만들어 따르고 결국 비현실적인 분포에 따른 누적된 의사결정이 인생을 바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