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M과 HRD의 전략적 협업
HR의 태피스트리
오래 전부터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HRM과 HRD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풀고 서로 협업해서 회사의 문화를 만들라고 주문해왔지만 실제로 협업에 성공하는 회사는 드물다.
HRD와
HRM 부서는 서로 다른 철학과 다른 철학을 구현하는 정신모형을 가지고 운영되어 왔다.
HRM 부서의 철학은 사람을 다른 유형의 자원들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치를 가진 인적자원(Human Resources)로 본다. HRD 부서는 종업원을 자원으로 보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다른 자원과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고유한 인간으로 간주하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HRM 부서는 인적자원을 운용하는데 시장개념인 Buy 전략을 선호한다. 인적자원이 부족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외부시장에서 경력자들을 사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데 이런 인재를 육성해서 쓰겠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부조리한 결정으로 생각한다. HRM이 HR을 주도하는 회사에는 외부에서 영입된 경력이 더 많다.
HRD 부서의 철학은 인간은 인적자원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인만큼 고유한 역량과 강점들을 개발해서 인간답게 직장생활을 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HRD는 HR의 전략의 측면에서 Buy가 아니라 Make를 강조한다. 경력보다는 신입을 뽑아서 개발시켜 회사의 핵심인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회사가 종업원의 경력을 책임지는 조직경력(Organizational Career)에서 종업원이 회사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책임지는 무경계 경력(Boudaryless Career) 시대로 넘어간지 오래다. 무경계 경력을 쌓기 위해 한 회사에서 근무하더라도 상상적으로 고용시장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지금의 연봉과 전문성을 보전할 수 있는지의 시장가격(Market Value)을 스스로 측정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던지 이런 프로젝트에 초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시장상황은 HRD보다는 HRM의 철학대로 세상이 움직여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힘의 균형이 D에서 M으로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경력으로 모인 사람들에 의해 회사가 운영될 때 회사는 모래성으로 전락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HRD가 다시 힘을 얻는 지점이 여기다. 육성이 아니라 이들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에 위해 한 운명과 한 울타리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의 문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 HRD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구성원들을 한 울타리에서 한 솥밥을 먹는 가족이라는 믿음을 만들어내는 일에 성공할 수 있는지이다. 육성의 문제보다는 한울타리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를 설계하는 문제다.
이런 문화를 설계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회사나름의 고유한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한 문제다. HRM이 생각하듯이 구성원은 인적자원의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HRD가 믿고 있듯이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인적자원을 넘어 인간의 고유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HRM의 문제는 인간을 자원으로만 보지 고유성을 가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HRD의 문제는 인간을 자원으로 보지 못하고 인간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구성원은 자원이자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진 인간이다. 자원의 관점이 HR의 날줄이라면 인간의 관점이 씨줄인 셈이다. 경쟁력이 있는 구성원을 가진 회사는 인적자원의 날줄과 인간의 씨줄이 결합되어 회사만의 고유한 HR 태피스트리를 가진 회사들이다.
HR의 씨줄을 견인할 수 있는 힘은 회사의 인간에 대한 철학이다. 결국 철학이 부재한 회사는 구성원을 쓰고 버릴 수 있는 자원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개연성이 많다. 이런 회사가 지금과 같은 무경계경력 시대에 인재를 유지할 방법은 없다.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축적한 경력사원은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데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HR의 화두였지만 지금도 풀지 못하는 주제가 HR은 전략적 파트너인가의 이슈다. HR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HRM과 HRD가 인적자원의 경쟁우위를 넘어 회사의 철학과 고유한 존재우위를 세우기 위해 협업할 수 있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