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교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한국 개신교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1960∼80년대 신자 수 증가율은 20∼40% 대였다. 90년대 들어 성장률이 둔화되더니 2005년 인구센서스에서는 95년에 비해 15만 명이 줄어든 861만 명이었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충격은 컸다. 한국 교회는 종점에 다다른 것일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교회의 위기’를 앞에 두고 한국과 독일의 두 종교 지도자가 머리를 맞댔다. 민주화 운동 시절 사회 참여의 전통이 깊은 서울 경동교회의 박종화(67) 목사와 중후한 독일 신학의 적자(嫡子)로 평가받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미하엘 벨커(65) 교수다. 벨커 교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이 마련한 ‘신학과 인문학의 대화’ 행사에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젊은 시절 세계적인 신학자인 위르겐 몰트만 교수 밑에서 함께 공부한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다. 벨커 교수는 “독일의 교회도 요즘 위기”라며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대담은 10일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진행됐다.
- 교회, 실제로 위기인가.
▶미하엘 벨커(이하 벨커)=독일은 신자 수 감소도 그렇지만 사회 엘리트층의 교회 이탈이 문제다. 또 자녀 교육을 소홀히 해 어린이들을 교회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 같은 찬양 문화(doxological worship)가 없는 것도 활기를 떨어뜨린다. 독일 교회는 점점 매력을 잃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신학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하나님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결정한다고 믿는 태도가 문제다. 하나님을 개인과 내면으로 문제로만 이해하는 실존주의적 접근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런 경향은 신앙을 단순화시킨다. 그러다 보면 신앙 또한 텅 비게 된다.
▶박종화(이하 박)=독일 교회의 예배가 너무 정숙한 건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 신자들은 훨씬 역동적이다. 교회 안팎에서 자신의 삶을 적극 나누려고 한다. 문제는 한국의 신자들은 역동성이 지나쳐 쉽게 분열된다는 점이다. 우리 교회가 속한 장로교만 해도 300개가 넘는 교단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이 너무 많은 목소리를 한꺼번에 쏟아내다 보니 사람들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 대표적인 목소리가 없다.
- 그래도 두 나라에서 기독교의 파워는 막강한데.
▶벨커=교회는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 강력한 나라들의 인구 3분의 1은 아직도 기독교 신자다. 때문에 누군가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독일의 경우 8000만 인구 중 사회 약자를 돕는 유·무급 교회봉사자가 400만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노력의 제도화다. 제도화되는 순간 도움의 손길은 실제 신자들의 삶에서 유리되고 교회는 생기를 잃게 된다.
- 해결책은 있을까.
▶벨커=교회가 세상을 좌우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장경제·미디어·자연과학·법 등 다양한 종류의 합리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경쟁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는 이런 다른 종류의 합리성에 개입해서 진리와 정의를 찾는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가령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사랑은 가족적 가치이다. 이런 가치가 정의(justice)라는 가치에 연결될 때 보다 인간을 위하는 법적 발전이 있을 수 있다. 종교인도 이웃 분야 전문가와 자주 만나고 학제간 연구를 해야 한다.
▶박=동감한다. 한국 목회자의 언어는 지나치게 신학적이다. 각계 전문가가 포진된 신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설교가 되기 쉽다. 목회자의 리더십은 교향악단 지휘자 같아야 한다. 여러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 목회자도 상식을 키우고, 관심을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