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주의 #온전한_민주화

역사의 발전 과정을 추적해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의 권리가 신장되는 개별화로 나가는 것 같지만 개별화는 겉으로 보이는 피상적 모습이다. 개별화 이면의 숨겨진 본질은 자신이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 사는 민주화다. 초개인화라는 현상에 빠져 본질인 민주화를 놓치면 둘 사이의 디커플링이 생기고 이런 디커플링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선사한다.

역사는 초개인화된 다수와 이런 시대적 흐름을 딛고 일어서 자신 삶의 주인으로 사는 민주화된 소수의 각축장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알고리즘은 사람들에게 초개인화를 맞춤형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서 제공하는 대신 삶의 주인으로 사는 민주화 된 삶의 권리를 박탈하여 사람들을 관리와 대체가 가능한 보통명사로 치환시켰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초개인화에는 인간의 고유성을 말살시키는 몰개성화의 음모가 들어있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 디지털 혁명시대 자신 삶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민주화의 내용이 없는 개별화는 소위 말하는 앙꼬 없는 찐방이다. 개인들을 디지털 노예로 전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민주화 시킬 수 있는 자기 조직적 개인임을 증명하는 내용이 있는 개인인지 아니면 초개인의 옷은 입고 있지만 언제든지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해서 해체될 수 있는 개인인지가 각 개인이 가진 시대적 존재우위를 결정한다. 개인화는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일 뿐이지만 알고리즘의 음모로 주객이 전도되어 개인화가 민주화와 동일시 되고 있다.

민주화의 시작점은 정치다. 역사의 발전은 민주화를 추동했던 정치 민주화가 다양한 사회적 민주화로 분화되고 분화된 민주화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개인이 삶에서 온전히 민주화를 체험한다면 초민주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시대는 민주주의가 발전했어도 노예에게는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없었다. 근대적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발전한 영국에서 조차도 최근까지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었다.

1869년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이 출간된 이후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1880년 여성에게 주의회 투표권이 부여되었지만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투표권은 없었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 정부는 마침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허용했지만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주어진 불완전한 선거권이었다(남자는 21세 이상). 전쟁 중에 많은 남성들이 사망하여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참정권을 부여할 경우 남성의 수가 적어 정치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10년 후인 1928년 7월 남녀 동일하게 21세부터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온전한 정치적 민주화의 과정이 지난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고 온전한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여성들은 유리감옥에 갇혀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전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평생을 여권 신장에 힘을 보탰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는 영국에서 여성이 정치적 자유를 촉진한 것이 자동차 키의 발명이라고 설명한다. 이전에는 자동차를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격자 철 막대기를 엔진에 넣고 돌려야 했는데 여성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동차 키의 발명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허락 없이도 이동하는 자유를 제공했고 여성들은 차동차의 가동성을 이용해 연대를 만들어 결국 투표권도 챙취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투표가 가능해지면 지금처럼 국회의원과 같은 대의제를 통한 정치 행위로부터 해방된다. 투표장에 오지 않아도 사안에 따라 자신의 셀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온전한 직접 민주주의 달성된다.

자동차 키의 발명이 여성의 정치적 민주화를 촉발했듯이 디지털 혁명은 다른 영역에서의 민주화를 가속화 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공식적인 소통이 레거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SNS가 발달해서 이런 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신문기자이고 PD로 활동한다. 소통의 민주화다.

구글의 서치엔진이 고급 정보의 민주화 시대를 열어서 상아탑 대학을 흔들었다면 유튜브는 대학 수준의 강의실을 일반에게 제공해 대학을 민주화시켰다. 요즈음 AI와 IoB(Internet of Behavior) 알고리즘에 의한 수준 맞춤형 강의와 개별 멘토링은 학원의 일타강사를 민주화 시켰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촉발된 교육의 민주화는 죽을 때까지 학습하는 평생교육을 정착시켰다. 이런 교육의 민주화를 따라잡지 못한 대학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쓰나미로 몰려오고 있는 또 다른 민주화는 전문성의 민주화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발달은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 신문기자, 디자이너 등등 전문적 기술을 민주화 시켰다. 환자가 의사보다 더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의사에게 진료와 처방을 요구할 수 있고,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전문성의 민주화는 이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부모로부터 받고 태어나야 하는 지능, 재능, 외모 등등의 유전자 복권으로 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나지 않은 사람들도 최소한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 삶의 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가며 살 수 있는 운동장이 제공된다. 디지털 혁신이 추동하는 민주화가 심화되면 계층을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 계층과 없는 계층으로 양분된다.

아직 경제적 민주화 등 해결해야 할 민주화의 영역이 숙제로 남아 있으나 이런 민주화의 종착역은 리더십의 민주화다. 리더십의 민주화는 모든 사람이 자신 삶의 주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리더십의 민주화란 모두가 리더이기 때문에 리더라는 용어가 필요 없어지는 단계다.

초민주화 시대는 <경쟁우위>라는 개념이 배경으로 사라지고 존재우위가 변수로 떠오른다. 존재우위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왜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존재해야 하는 지이다. 존재우위 전략이란 자신이 대체불가능한 이유를 발견했다면 이 이유를 어떤 난관이 와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 약속을 실현해 대체불가능한 자신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초민주화 시대에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난 텅 빈 형식에 불과한 존재의 빈 배에 삶의 이유와 목적을 실현해 존재의 무게(존재감)를 늘리는 전략이 존재우위 전략이다.

초민주화 시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남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설명할 있는 사람들이 존재우위를 향유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존재우위도 사람들과 같이 사는 플랫폼 운동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우위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맹목적 초개인주의나 핵개인주의와는 다르다. 존재우위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 정체성의 작가이고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이런 정체성으로 공동의 문제를 풀어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의 개인의 본질은 단순히 IoB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핵개인으로 분절되는 모습이 아니라 이런 쓰나미에도 존재우위를 향유할 수 있는 자기 민주화의 근력이 있는 지이다. 초개인화, 핵개인화는 민주화의 밀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현상이지 본질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화의 과정에서 탈락해서 본질이 텅빈 개인들이 넘쳐나 이들을 중심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민주화와 개인와가 수단과 본질의 자리를 대체했다.

초민주화 시대의 본질은 개인으로 존재우위 체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의 정체성에 의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Authorship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대가 변화하면 이런 정체성을 반성해가며 더 높은 차원의 정체성을 공진화 시킬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공진화 해가며 자신의 정체성으로 공동의 문제해결에 개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가 존재우위다. 초민주화된 세상에는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 계층이 대별된다.

초민주화 시대 존재우위는 유전자 복권에서 해방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작가정신, 일인칭 주체로서의 일어서는 주인정신, 자신의 정체성을 공진화 시킬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 공동체의 협업자로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초민주화 시대 자기 민주화를 통해 존재우위를 구축하지 못했다면 디지털 기술에 의해 핵개인으로 분화되어 디지털 노예로 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독자적 개인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고유명사의 자격을 박탈당한 대체가능한 보통명사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 본질을 지킨다는 것은 핵개인주의나 초개인주의가 아니다. 핵 개인으로 분류된 개인이 공동체 속에서 주인으로서의 자율성을 누려가며 자신의 정체성의 작가가 되는 자기 민주화다. 자기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개인으로 맞춤형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노예로 전락한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시대 자기 정체성을 디지털 알고리즘에게 팔아버린 핵개인들은 블랙홀인 특이점을 향해 달겨가는 누우떼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사람들에게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고유명사를 해체하여 고유명사형 보통명사의 삶을 제공해 이들을 빅테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주인공 네오는 디지털 초개인주의에 저항해 자기민주화에 도달한 소수의 영웅이다. 자신의 고유명사를 빼앗긴 사람들은 알고리즘인 앤더슨의 숙주이자 누우떼다.

오늘은 디지털 공장에서 제공한 맞춤형 기성복을 입은 자아를 벗어 던지고 내가 손수 지은 정체성의 옷을 차려 입고 내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 일어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