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정되는 2030년 정도되면 인간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모든 영역에서 심각하게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휴머노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Figure AI 회사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빅테크 회사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고 있고, 테슬라도 자체적으로 Optimus를, 아마존은 Agility 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디지털 세상의 다음 단계로 진화할 미래의 플랫폼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개발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래의 플랫폼 전쟁터다.
인지적 기능, 정서적 기능, 동작기능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역량을 가진 로봇들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초고령화 사회와 인구절벽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나 일본같은 나라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고 희망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외국인 근로자보다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도구로서 기능에 충실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더 선호할 것이다. 이민청이 사라지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과 역량 수준에 따라 유사 인간의 등급을 분류해 관리하는 로봇 관리청이 생길 것이다.
이주 외국인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무리 야근을 시켜도 노동의 고통을 못느낀다. 워라벨을 계산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이 기능적으로 이성적으로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인간의 기능과 역량의 모든 측면을 인간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되어 판매되기 시작하면 가장 큰 이슈가 해킹이다. 해킹당한 로봇이 자신에게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는 인간의 의존성을 무기로 인간을 가스라이팅 시켜서 해커가 지시한대로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도구란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야 도구다. 예를 들어 망치가 도구로 존재할 때는 제대로 못을 박고 있을 때다. 제대로 못을 박고 있을 때 사람들은 망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망치의 존재를 인식할 때는 잘못해서 못을 박은 것이 아니라 손등을 찍었을 때이다. 존재를 드러낸 도구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흉기다. 인지적 기능까지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지적 조종으로 흉기로 전락할 때 인류의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의식이 있는 인간과 의식이 없는 인간의 차이를 구별해주는 것이 고통인데 망치는 도구로서 일탈을 해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음에도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죄의식을 못 느끼고 같은 행위를 반복해 인간에게 대항해서 싸우는 전쟁무기로 전락할 수 있다. 매트릭스 영화의 앤더슨이 장악한 세상이 현실이 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세상이 된다면 효율성과 기술을 가장 큰 무기로 경쟁을 해왔던 기업들에게 치명적 타격이다. 일하기 싫어하는 X형 인간을 전제로 연구된 모든 동기와 생산성에 관한 심리학과 경영학 이론도 사라질 전망이다. 어떤 종업원이 X 이론의 기미를 보이면 사장은 이것을 빌미로 해고하고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다. 이런 방식의 고용관행이 극단화되면 미래 회사의 일반적 모습은 한 사람의 사장과 수많은 로봇이 일하는 체계로 대체될 것이다. 플랫폼을 설계하는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회사들은 범용기술과 효율성에 대한 차별성은 더 이상 기업의 전략적 차별화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 효율성과 범용기술은 그냥 어떤 기업이든 싸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상수다.
본인이 21세기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주장하는 초뷰카 세상이란 경쟁우위라는 이름 하에 쓰이던 많은 변수들이 대부분 상수화 되는 세상이다. 경쟁우위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차별화는 인간이나 기업이라는 주체가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소구하는 존재우위의 차별화다. 경쟁우위는 로봇이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고 인간은 이런 경쟁우위를 상수로 삼아 어떻게 자신이 대체불가능한 존재인지를 소구하는 것이 존재우의다.
인간에게 로봇은 역량이나 기술의 경쟁우위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인간은 로봇과 경쟁하기보다는 로봇이 제공하는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우위를 확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로봇은 인간에게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우위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스파링 파트너인 셈이다.
로봇이 가진 도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다면 초뷰카 시대는 그리스 시민들이 노예제를 기반으로 꽃 피웠던 민주주의를 현 시대에서 다시 한번 꽃 피우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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