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인데 친구가 나를 불쌍히 여겨 내 대신 음식을 먹어줄 수 없다. 나는 내 몸의 주체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죽겠는데 친구, 상사, 선생님, 부모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 나는 내 마음의 주체다. 크리스천으로 예수를 믿지만 친구나 배우자가 나대신 믿어줄 수 없다. 우리는 정신의 주체다.
정체성이
있다는 것은 어제 몸 마음 정신의 주체로 살았던 내가 오늘도 같은 나이고 내일도 같은 나라는 동일성에 대한 증거다. 정체성은 분절된 몸 마음 정신을 정열시켜 내가 온전한 나라는 주체임을 증거한다.
세상은 가끔 내 몸을 제압하고 마치 내 정신과 마음까지 제압한 것처럼 유세를 부리지만 제압되지 않은 마음과 정신은 상황을 반전시켜 제압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뉴라이트에 경도된 친일파 인사들이 일제시대 우리 몸이 일제에 의해 노예로 제압되었던 사실을 근거로 우리가 일본인이었던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들은 마음과 정신의 주체성을 믿지 않는 진화론적 유물론자들이다. 몸만 살아있던 사람들이 일제가 제압한 몸에다 정신과 마음까지 덤으로 팔아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다. 평생 일제가 대신 써준 인생을 자신의 인생처럼 알고 남의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일제가 몸을 제압했는지 모르나 엄혹한 일제 시대에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은 주체성을 잃지 않은 독립투사였다.
이번 내란사건을 일으킨 수괴와 주모자들의 정신세계를 추적해보면 군대를 동원해 몸만 제압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강한 힘의 논리를 신봉하는 자들이다. 이들이 뼈속까지 친일파인 이유다. 이번 내란사건과 함께 이들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정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뼈속까지 친일파인 손자들에 의해 똑같은 비극을 경험할 것이다.
온전한 정체성이 있다면 상황에 의해 비록 몸이 제압되어도 마음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설사 마음까지 쓰러지면 정신이 일어서 마음과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온전한 자신은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자신이 정복 불가능한 주체적 존재(Invincible Being)임을 증거한다.
오늘은 정체성이 있는 온전한 자신이 되어보자!
오늘은 내 정체성이 열망하는대로 나답게 살아보자!
“무릇 한 나라가 서서 한 민족이 국민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기초가 되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국민의 사상이 통일되지 못하여 더러는 이 나라의 철학에 쏠리고 더러는 저 나라의 철학에 끌리어, 사상의 독립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고 저희끼리는 추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현상으로 보면 더러는 로크의 철학을 믿으니 이들은 워싱턴을 서울로 옮기자는 자들이요, 또 더러는 마르크스-레닌-스탈린의 철학을 믿으니 이들은 모스크바를 우리의 서울로 삼자는 사람들이다.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우리의 서울은 될 수 없는 것이요, 또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 만일 그렇게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예전에 도쿄를 우리 서울로 하자던 자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철학을 찾고 세우고 주장하여야 한다. 이것을 깨닫는 날이 우리 동포가 진실로 독립정신을 가지는 날이요 참으로 독립하는 날이다.”
- 김구, 『백범일지』, 돌배게, 20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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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선 사람은 매양 이해(利害) 이외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므로,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主義)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하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 신채호, 「낭객의 신년만필」, 『동아일보』, 1925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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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마리아 여인입니다. 내 임이 다섯입니다. 고유 종교, 유교, 불교, 장로교, 또 무교회교,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내 영혼의 주인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