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5 22:45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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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Matrix란 영화를 보신적이 있나요?
아래의 포스팅은 매트릭스를 변화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들입니다. 매트릭스는 근원적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있는 조직과 우리들의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어떤 매트릭스의 감옥에 갇혀서 근원적 변화에 실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매트릭스의 감옥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조직과 사람들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분석을 위해 채용한 분석의 틀은 제 책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2010년, 지식노마드)]에서 주창된 신레빈이론 (Neo Lewinian Theory)의 패러다임입니다. 레빈은 변화를 3단계 과정 (녹이는 단계-틀을 만드는 단계-굳히는 단계)으로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6각형의 어름을 더 멋진 별표모양의 얼음으로 변화시키려면 육각형의 얼음을 일단 녹이고, 별표모양의 틀을 만들어서 녹인 물을 따르고,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물이 담긴 별표모양의 틀을 냉동실에 넣어서 굳히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제 이론과 레빈의 이론의 공통점은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3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은 녹이는 대상이 레빈은 행동으로 보지만 제 이론은 이 행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조직과 자신의 삶의 지도인 정신모형 (맨탈모형 mental model)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 영웅의 여행 =============
시리즈 영화 <매트릭스Ⅰ>은 개인의 변화를 시작으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 단계다. 주인공 앤더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현실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으나,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 채 '네오'라는 가명을 갖고 방황하며 이중적인 삶을 산다. 그러던 중 모피어스를 만나 자신이 점진적 죽음 (slow death)의 국면에 빠져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구원자임을 깨닫는 각성체험 (triggering event)을 통해, ‘영웅적 기행(Hero’s journey)'을 한다.
네오의 변화과정은 신레윈 이론에 따라 3단계로 볼 수 있다. 먼저, 그는 정신모형1인 매트릭스 세계를 ‘해빙(Unfreezing)’해야 했다. 그동안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매트릭스 세계는 오히려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그를 가둔 정신감옥이었다. 네오는 파란약(정신모형1의 삶)과 빨간약(정신감옥으로부터 해방) 중 빨간약을 먹고 현실세계에서 재탄생한다. 모피어스는 어떤 약을 먹을지 네오에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로의 최종 결정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파란약을 먹는 순간 기존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데 이는 점진적 변화 (incremental change)와 구별되는 근원적 변화 (deep change)의 전면적이고 회귀불가적 속성이다.
두 번째 단계인 ‘변화(Moving)’과정에서 네오는 점진적 변화 (incremental change)와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를 동시에 겪는다. 그는 쿵푸, 태권도, 유도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데 이것은 기술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실행시키기만 하면 됐기에 생각보다 간단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매트릭스가 전자코드의 시스템일 뿐이며 결국 그 시스템을 와해할 수 있는 힘이 자기의 인식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인식은 매트릭스 세계에서의 행동을 제한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정신모형의 양면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의 변화는 행동연구 (action research)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때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이론만을 전달하는 제 3자의 관점을 취하지 않고, 마치 심리학자처럼 감정이입하여 함께 트레이닝 과정에 임한다. 이러한 행동연구 (action research)를 통해 네오는 직접 매트릭스 세계와 부딪치면서 스스로 기존의 인식의 틀을 깨고 그것을 확장해나간다.
한편, 조직 구성원이었던 레이건은 변화의 고통보다 정신모형1이 주는 일시적 편안함에 굴복하며 조직을 배신한다. 이는 리더(모피어스)의 경영적 한계에서 기원했다고 본다. 변화의 과정은 워낙 고통스럽고도 길기 때문에 중간에 ‘small win’들이 있어야 조직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사기를 부여 받고 변화를 시도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모피어스의 조직은 약 8년 동안 고통스러운 변화만을 감행했다. 모피어스가 구원자를 찾고 인류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이상적 목표만을 좇은 채, 집단 동학(group dynamic)적 관점에서 근원적 변화 근원적 변화 (deep change)의 잠재적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포섭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는 일종의 이원론적 함정 (Tyranny of OR)에 빠졌으며 만약 창조적 융합 (Genius of both) 전략을 취했다면 레이건과 같은 조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네오는 ‘재동결’(Refreezing)과정을 거친다. 네오는 마지막으로 트리니티의 확신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영웅임을 깨닫고 무조건적 자신감 (unconditional confidence)을 갖게 된다. 오라클의 예언은 삶의 방향성을 제공해주는 핵심이념 (core ideology)이며 이것을 믿는 정도가 변화의 성공을 좌우한다. 자신의 역할을 ‘믿음의 구조’로 정착시킨 네오는 비로소 매트릭스 세계를 디지털 코드로 꿰뚫어 볼 수 있게 되고, 요원과의 싸움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과 행동들도 자연스럽게 도출해낸다. 적은 요원이 아니라 네오 자신이었으며, 자신을 구원해낸 네오는 진정한 영웅이 된 것이다. 이처럼 네오의 성공적 변화로 일단락되는 <매트릭스Ⅰ> 후속편이 이어지는데, 네오가 지속적으로 자기쇄신을 해나가듯이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는 단편적 과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평생의 과정이다.
============================= Matrix의 한계를 넘어,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
영화 『매트릭스』의 가장 기본적인 기조를 이루고 있는 ‘Matrix’라는 쳬계는 인류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트릭스라는 체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지만 네오 일당은 눈앞에 보여지는 현실이 결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처럼 매트릭스는 인류의 정신 모형을 대표하고 있으며,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류의 숨겨진 믿음 Big assumption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change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근원적 변화 Deep change를 대표 하는 네오와 점진적 죽음 slow death를 대표하는 사이퍼다. 사이퍼는 근원적 변화 deep change의 과정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끝내 험난한 변화의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어적 행동practical denial을 함으로서 결국 ‘Ignorance is bliss(모르는 게 약)’이라는 신념을 수립하게 된다. 그는 결국 자기절연self-sealing 상태에 빠지고 과거의 정신모형으로 회귀함으로써 점진적 변화 slow death의 길을 선택한다. 수업시간에 본 다큐멘터리의 오이치료의 사례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감각은 뇌의 시냅스가 해석하는 전기신호일 뿐이라는 것을 사이퍼 스스로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혹한 현실보다는 죽을 때 죽더라도 편하게 죽자라는peace and pay의 대응방식을 선택한다. 그의 이러한 선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변화에 대한 불감증immunity to change를 나타내고 있다.
사이퍼와는 반대로 근원적 deep change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네오의 사례를 살펴보자. 네오가 빨간약을 선택했다는 것은 기존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녹이며 unfreezing하며 변화의 바다에 벌거숭이 상태로 뛰어드는 walking naked into uncertainty의 삶을 추구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이후 수많은 훈련과 오라클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수립하기 위한 틀을 만드는 moving의 과정에 돌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매 상황을 타개하며 변화를 실행해가며 다음 단계의 변화를 준비하기building the bridge while you walk on it을 선택한다. 그가 이렇게 아무런 계획 없이 먼저 행동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무모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을 통해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화가 무너지게 된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미션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증명한다. 네오의 존재의 이유, 즉 미션은 인류를 기계로부터 구원하여 노예의 신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계들이 가공한 정신모형 mental model인 매트릭스 matrix에 의해 정신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상현실에서 깨어나서 현실에 당당히 대항할 수 있는 전사들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는 상황에 따라 위기를 모면해가는 방법을 선택하였으며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삶의 주체로써 무조건적 자신감 unconditional confidence을 가지고 있는 그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잘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결국 그는 총알을 피하고 죽음을 극복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굳히는 freezing의 단계를 성공적으로 밟게 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인 스미스 요원을 살펴보도록 하자. 스미스는 기계세상을 대표하는 인물로써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가진 요원들이 matrix에서 faculty와 같은 기득권층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미스는 정보의 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를 가짐으로써 매트릭스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힘을 통해 인간들이 이끄는 변화의 움직임을 막는다. 그는 회유하기, 무시하기, 협박하기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인간들이 변화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변화를 하는 데 있어 이를 반대하고 훼방을 놓는 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네오가 자신이 기계들에 의해 길러지는 가축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구역질을 하며 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자신이 지금껏 거짓된 정신모형mental model의 노예로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네오가 이러한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리더인 모피어스가 끊임없이 확신을 심어주며 단기적인 보상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피어스는 구성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그들의 영원한 지표인 인류 구원이라는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그에게 주어진 미션을 가장 강력하게 믿고 있으며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인물로써 리더의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모피어스가 네오를 동기부여 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과 개인들도 변화의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단기적인 목표들을 정해놓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끊임없이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 Your Belief Makes It Real =================
자신에게 익숙한 심리적 안정지대 Comfort Zone인 매트릭스의 세계를 벗어나 진정한 자아가 존재하는 삶을 향해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위한 미션을 갖고 불확실성의 세계로 뛰어드는 미스터 앤더슨, 네오의 이야기는 우리가 수업 시간에 다룬 영웅의 여행 Heroic Journey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 그는 모피어스와 오라클과의 만남 그리고 죽음과 부활이라는 단계를 거치며 점차 성장하고, 결국 완벽하게 자신의 기존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변화시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스터 앤더슨와 이중 생활을 하는 해커 네오는 자기가 사는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한다. 이 세계에 대한 의심은 회사에 매번 지각을 하게 하고, 사람보다 컴퓨터와의 시간을 즐기게 하는 등 그의 생활의 활력(Vitality)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그에게 모피어스와의 만남은 자신이 살던 세상이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 각성사건(Triggering event)가 되었다. 또한 네오가 파란약과 빨간약, 두 가지 중 빨간약을 먹은 것은 자신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바꾸려는 의지가 담긴, 녹이는 단계Unfreezing의 시작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진실의 세계를 알게 된 그는 혼란에 빠진다. 그것은 이 진실의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진실의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가정들을 검증하게 된다. 다양한 무술을 배우고, 마우스가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들어가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사실은 숫자 여러 개가 모인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 이렇듯 모피어스를 통해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대한 여러 기술을 습득하며 그는 이 진실의 세계에 대한 가정들을 검증해나간다. 마치 기업이 수많은 가정Asuumption을 검증해 나가 믿음Big Assumption으로 확립해 나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네오 자신의 행동과 의지를 통해 새로운 정신모형Mental Model을 세워나가는 과정이기에 틀만들기 Moving의 단계이기도 하다.
인류에게 오랫동안 조언자 역할을 해온 오라클은 네오가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위한 ‘The One’이 아님을 암시한다. 하지만 오라클의 예언과 달리 네오는 결국 인류를 구원할 능력을 지닌 “The One”이 되었다. 그 원동력은 바로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네오가 ‘The one’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The one’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모피어스를 구출하기 위해 매트릭스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불확실성의 세계로 뛰어든 것이다.
“I belive in something, I believe I can bring him back”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네오는 오라클의 예언에 상관치 않고,죽음을 무릅쓴 채, 자신이 모피어스를 구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매트릭스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룬다.
그 자신의 확고한 믿음 뿐만 아니라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의 믿음 역시 그가 ‘The one’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버릴만큼 네오를 믿어주고 그 믿음을 함께 공유하는 행위는 그 집단과 개인이 가진 힘을 더욱 강하게 하였고, 네오의 영웅적 여행을 더욱 유의미하게 만들었다. 또한 네오 자신을 비롯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같은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공유하고 강력한 믿음을 지녀 세상을 정신모형의 믿음에 근거해서 해석하고 행동하는 Framing에 성공하는 이 단계는 변화된 정신모형 Mental Model을 굳혀 공유하는 굳히는 단계Refreezing의 과정이다.
우리는 이 영화의 포인트를 정신모형 ‘Mental model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매트릭스 안에서 살았던 네오는 그 세계를 의심하지만 그 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Matrix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의 갇혀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정신모형 Mental Model에서 벗어나 진실 세계의 새로운 정신모형 Mental Model로 탈바꿈하였다. 처음 그의 새로운 정신모형Mental Model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The one’의 대한 의심과 진실 세계에 대한 부족한 믿음은 새로운 정신모형 Mental Model이 작동할 수 있는 근육을 발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모피어스를 구출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그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다. ‘나는 모피어스를 구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통해 그는 Matrix의 세계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새로운 정신모형 Mental Model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믿는 대로 볼 것이다. Matrix 속, 거짓된 자아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이다. 그 Matrix를 깰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이다. 우리의 정신모형 Mental Model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믿음의 가정들을 계속해서 검증하면서 정신모형 Mental Model의 근육을 발달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을 확고한 믿음의 체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믿음 체계로 자리 잡은 정신모형 Mental Model은 우리가 이 세계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행동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며 진북으로 향하는 우리의 삶의 동력이 될 것이다.
============================= 진정한 ‘그’로 거듭나다: 앤더슨에서 네오로 =============================
영화 「매트릭스」는 주인공 네오가 매트릭스를 정확히 인지하고 근원적 변화에 성공하여 새로운 멘탈모델을 갖게 되는 영웅 여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변화챔피언 모형에 의해 3단계로 나누어 분석해본다.
첫 단계는 녹이는 단계Awakening이다. 매트릭스는 기계들이 만든 가상공간이자 인간의 낡은 정신모형이 구현되는 세계를 의미한다. 즉, 매트릭스는 삶아 죽어가는 개구리들이 담긴 냄비를 상징한다. 이러한 점진적 죽음Slow death의 세계에서 Faculty 집단인 요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세력을 처단한다. 변화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일반사람들이 요원으로 변하는 모습은 레빈이 주장한 집단동학 Group dynamics의, ‘변화 중립자가 변화 저항세력으로 쉽게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주인공 네오는 세계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답을 구하기 위해 모피어스를 찾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영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변화의 기회가 왔을 때 네오는 변화에 대한 용기가 없었기에 비계에 오르지 못하고 요원들에게 연행된다. 이 때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데, 네오가 갇힌 낡은 정신모형은 그 스스로에게 강력한 정신감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두 번째 변화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빨간 약을 선택하고 영웅의 여행 Heroic journey를 본격적으로 떠난다. 즉, 그는 핵심 신념Core Purpose인 ‘진실’을 알기 위해 불확실한 상황 속으로 벌거벗은 상태로 뛰어드는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쫓는다. 기존의 정신모형을 버리고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마치 아기가 자궁을 통과해 양수를 타고 어머니의 몸 밖으로 빠져 나와 새 생명이 빛을 보는 장면처럼 묘사된다. 이는 네오가 낡은 정신모형을 녹여 새로운 정신모형을 받아들이기 위한 창조적 파괴를 한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단계는 틀을 만드는 단계 Shaping이다. 네오가 새로운 정신모형을 갖게 되자, 선한 영향력과 에너지로 인해 조력자와의 관계가 형성되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된다. 조력자는 배 안의 선원들로서, 매트릭스로부터 세계를 구하려는 운동을 하는 연합이다. 이들은 앞서 경험한 지식을 통해 네오의 근원적 변화를 돕는다. 특히 모피어스는 조직 전체의 근원적 변화를 이끄는 시계탑 만들기Clock builder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알려주며 지시하는 시간예언자Time teller가 아니라 자신 없이도 조직원들이 핵심신념 Core purpose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건축사이다. 또한 그는 무조건적 신념 Unconditional confidence를 가진 인물로서 조직원들에게 미래 생생하게 제시한다. 그의 도움으로 네오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e에 해당하는 기술들을 익히게 되지만 핵심신념 Core purpose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에 처음에는 점프에 성공하지 못한다. 이후, 오라클을 찾아갔을 때 어린 수도승으로부터 ‘There is no spoon’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고, 이를 Triggering event으로 삼아 거듭 상기한다. 이 신화를 통해,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는 변화의 목적지를 설계하고 핵심신념Core purpose에 대한 뚜렷한 확신과 믿음을 얻는다.
마지막 단계는 굳히는 단계Consolidating이다. 타인의 눈에는 무모해 보이는 일이지만 네오가 모피어스를 구하려고 매트릭스로 뛰어드는 모습과, 가상세계에서 갇혀있던 주체인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네오’라고 자칭하는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네오에게 확실한 핵심신념Core purpose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외부로부터 모범답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답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이는 외부의 어떤 부정적 자극도 신념을 이길 수 없으며, 멘탈모델을 구성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임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영웅이라 믿는 이러한 신념은 네오가 무조건적 자신감Unconditional confidence를 갖는 기반이 되어, 불가능해 보이던 요원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모피어스를 구하는 임무를 성공한다. 특히 네오가 총에 맞은 후 부활하는 장면은, 실은 매트릭스와 실제 삶은 별개라는 네오 스스로의 자각을 통한 소생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가 새로운 정신모형을 내면화하여 근원적 변화 Deep change에 성공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소생한 이후, 기존에 현실 같아 보이던 세계가 초록색 글씨들이 떨어지는 시스템으로 보이면서, 네오는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를 완벽히 떨쳐낸다. 요컨대, 네오는 변화의 방향과 목적에 대해서는 급진적으로 몰입하면서, 변화를 위한 핵심신념Core purpose와 핵심역량Core competence를 함께 추구하며 꾸준하게 나아간 ‘급진적 거북이’였기에 근원적 변화Deep change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만의 변화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점진적 죽음Slow death에 빠진 다른 사람들까지 구원하려 한 진정한 진성리더로서 역할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구원하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레빈이 주장하는 행동이나 습관이 아닌, 믿음체계의 변화(transform our mind)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변화는 스스로의 자각과 깨달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네오가 멘탈모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통해 근원적 변화Deep change를 달성하고 핵심신념Core purpose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빨간약을 먹자 ===============
우리는 살면서 가끔 ‘멘붕’을 겪는다. Wind와 Crook이 들었던 예시의 ‘가상의 이웃’처럼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진실이 아니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Ignorance is bliss’라고 말하며 파란색알약을 삼킬 때, 영화 매트릭스는 ‘Free your mind’라고 조언한다. 모피어스가 말하듯, 매트릭스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매트릭스는 외부의 통제시스템이자 진짜가 아닌 것을 진짜로 만드는 내부적 Mental Model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nowing the path’와 ‘walking the path’의 차이가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오와 해방되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은 Deep Change로의 선택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네오가 빨간색 알약을 삼키고 Heroic Journey를 떠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네오는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안 갈’정도로 현실과 믿음의 괴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여러 선택에 직면한다. 고층건물의 난간을 걸을 것인가 요원에게 잡힐 것인가, defending force인 안정된 삶을 살 것인가, moving force인 위험한 이중생활을 지속할 것인가, 차에서 내릴 것인가 옷을 벗고 요원들의 coercing과 forcing 전략으로 강제적으로 몸 안에 넣어버린 벌레를 빼낼 것인가. 네오가 차에서 내리기 전, 트리니티는 telling 전략을 사용하여 말한다. ‘당신은 여기서 나가면 끝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으며, 그건 당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나가는 행위는 Denial이며, 끝은 노예로서의 삶인 Slow Death를 의미한다. 결국 네오는 현실을 마주하고 빨간 알약을 삼킨다. 그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함으로써 Lewin이론에서의 ‘Unfreeze’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선택한 것 뿐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는 배신자인 사이퍼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사이퍼 역시 네오와 마찬가지로 빨간색 알약을 선택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모피어스가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매트릭스가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그가 아직도 과거의 멘탈모델을 폐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트릭스는 신경 상호작용이라는 navigation에 의해 작동하는 세계이다. 매트릭스의 구조는 시냅스 구조와 유사성을 보인다. navigation의 멘탈모델은 제한적인 패턴에 의존하며, 요원들마저 이 제약 내로 능력이 제한된다. 사이퍼와 네오의 차이점은 멘탈모델의 양면성을 인식했느냐 아니냐로 말할 수 있다. 오라클의 집에서 만난 소년의 비유는 이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푼이 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휘는 것이다.’
새로운 멘탈모델의 구축은 오라클의 ‘너 자신을 알라’는 조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너 자신이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 즉 미션이자 진북을 의미한다. 오라클은 네오와 처음 대면했을 때, 그가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네오가 아직 목숨을 바칠만큼 믿는 것, 즉 envisioned future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네오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모피어스를 이해하고, 스스로가 모피어스를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을 unconditionally하게 믿기 시작할 때, 그는 비로소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Build a bridge as you walk on it 방식으로 이런 믿음 체계가 형성 된 후, 몇 번의 싸움이라는 검증의 단계를 통해 Neo는 자신이 ‘그’라는 Big Assumption을 완성시키며 변화의 마지막 단계인 ‘Refreeze’에 도달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네오는 매트릭스의 gate keeper 역할을 하고 있는스미스 요원을 직면했을 때 도망치지 않고 싸워 이긴다. 이는 그가 ‘Framing’, 즉 큰 믿음 체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요원의 격파는 반대 force의 제거로 볼 수 있으며, Action Research 이론에 따른 사회변화 과정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 네오는 더 이상 총알을 피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는 Deep Change에 성공하여 주위의 불확실성을 전부 통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총알이라는 risk를 자신 있게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네오는 이렇게 스스로의 변화로 시작해 주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성리더로서 훗날 Zion의 사람들을 해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네오는 Kotter의 이론과 같이 8-step을 통해 변화를 이끌 수도 있고 E Theory와 O Theory를 적절히 조합한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북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상황에 당당히 up-front 할 때, 조직이 두려움을 버리고 불확실성의 바다에 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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