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0-29 16:36
[N.Learning] 건강한 젊은이의 자화상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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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젊은이들의 자화상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초의 젊은이들과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생들과는 정체성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80년대의 대학생들에게 자기를 소개해보라고 주문하면 자신의 개인적인 것 보다는,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은 지금 어느 대학에 소속되어 있으며 전공이 무엇이고 가족 중에서 몇째이고 고향은 어디고 등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정체성의 중심에는 가족이나, 존경하는 다른 사람, 혹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이라는 그림이 전면에 드러나 있고 자신만의 고유한 것은 정체성 그림의 배경으로 물러나 있었다. 이때는 한 마디로 남들과 달라 보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2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 뛰어서 2000년 대의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새내기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내면 옛날처럼 고리타분한 호구조사식의 소개에서 벗어나서 상당히 개인적인 것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은 자신만의 것들을 당당히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지금은 무슨 일에 빠져있으며 자신의 개인적 취미는 무엇인가,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가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것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옛날과는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그림이 정체성의 전면에 상당히 전진 배치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옷차림이나 머리모양만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의 행동과 말씨도 상당히 자기 중심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젊은이들의 정체성의 무게중심 변화는 사회가 다양성을 전제로한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사회로 이행할수록 시의 적절한 시대적 조류를 잘 반영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강점으로 인정되어진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신만의 개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정체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무늬만 개성적인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첫째로, 옷차림이나 머리모양 등등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개성을 표현하고, 창의적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어떤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는 과제를 풀도록 요구할 때 의외로 전혀 창의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겉모양과 속이 다른 무늬만 개성적이고 무늬만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지나치게 남들과 달라보이려는 무자비한 노력이 남들의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독선적으로 흐르는 경우이다. 창의성과 독선의 차이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표현한 자신만의 개성을 자발적으로 모방하고 싶어하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 독선은 창의성과 달리 절대로 저래서는 안 되겠다는 부정적인 준거 내지는 혐오감을 유발할 경우가 많다. 창의성은 남들에게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독선은 남들에게서 숨어버리고 싶어하는 열등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을 배려하지 않은 창의성은 자신이 아무리 창의성이라 주장해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독선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심적으로 지쳐있고 마음에 주름이 져있는 몸은 유년인데 마음은 노인인 젊은이들이다. 뭔가 젊은이 답게 도전해야 할 일에 대해서 도전하기 보다는 쉽게 포기하고, 항상 어려운 일보다는 쉬운 일을 찾아 나서고,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일보다는 과거에 했던 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고, 미래에 어떻게 성취할 것 보다는 과거의 명성에 더 집착하는 몸은 청년인데 마음은 80대 노인에 해당될 것 같은 애늙은이들의 경우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게 기여하는 건강한 젊은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