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운영되는 모습을 교향악단과 재즈에 비유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각 파트의 파트장들이 일사분란하게 군대처럼 조직되어 있어서 이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다. 재즈는 리더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때 그때의 떠오르는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리더가 나타나서 이끌다가 다른 리더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재즈가 조직되는 형태는 아메바와 비슷하다.

전통적 조직을 상징하는 비유는 당연히 교향악단이었다. CEO에 해당하는 지휘자가 존재하고 이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각 파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각 파트에서도 제일 연주자가 있어서 미시적 통제를 담당한다. 전통적 오케스트라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의식 지분 배분이 개인이 아니라 직급과 직책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악보가 정해져 있어서 지휘자나 제일 파트를 맡은 사람을 제외하고 악보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전통적 조직이 해체되고 홀로크라시나 애자일 팀 조직으로 움직이는 현대 조직의 형태는 교향악단보다는 재즈의 형태가 더 지배적이다. 이런 조직에서 거버넌스는 자기조직적이다. 정해진 지휘자가 존재하지 않고 정해진 악보가 없다. 즉흥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그때마다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에 맞춰 주제를 이끌어가며 리더로 나왔다가 다른 사람의 전문성이 필요해서 또 다른 주제를 이끌면 이전의 리더는 리더십을 내려놓고 여기에 맞춰 따라간다.

초연결디지털 시대 글로벌 우량기업들에서 목격되는 조직 형태는 교양악단과 재즈가 결합한 혼성조직이다. 오케스트라가 재즈 향연을 벌이는 재즈오케스트라다. 재즈오케스트라 조직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CEO가 카리스마를 발휘해가며 앞서서 일사분란하게 기업을 이끌지는 않는다. CEO는 지휘자라기보다는 촉진자이거나 구성원들이 열심히 연주하도록 뒤에서 응원하는 단장으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CEO는 단장으로 모든 사람들이 전문성을 발휘해가며 프로선수로 뛸 수 있도록 운동장을 설계한다. 재즈오케스트라 조직에서는 오케스트라는 배경음악을 담당하고 재즈플레이어가 주전선수로 등장하는 역할 분담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또한 미래 조직의 거버넌스인 재즈오케스트라 조직에서 지휘자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설정한 목적과 사명이다. 회사가 100년 기업을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주기로 목적에 대한 약속이 지휘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목적은 회사의 존재이유로 구성원들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상이 변화하고 이 나침반이 제대로 기능하는 한 나침반은 지휘봉처럼 지속적으로 떨림을 유지해가며 회사가 지정한 북쪽을 연주한다.

재즈오케스트라 혼성형 조직에서 대부분이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은 재즈방식이다. 회사에는 회사의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재즈단이 조직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자기조직적으로 일한다. 하지만 재즈 단원들의 또 다른 임무는 지휘봉에 해당되는 나침반의 떨림을 포착해서 이해하고 이 이해에 근거해서 자신들이 연주해야 할 재즈의 주제에 변주를 가해야 한다. 재즈단원들이 회사의 지휘봉을 읽지 못해 재즈단끼리의 협주가 이뤄지지 못하면 조직은 붕괴한다. 자기 연주에 빠져서 회사 나침반의 떨림을 읽지 못하는 째즈 연주자들이 많아지는 회사도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회사가 되어 붕괴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초보자들은 자신 악보 읽는데 너무 바빠서 지휘자의 지휘봉을 보지 못해 연주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혼성조직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재즈 연주자들이 회사 나침반이 들려주는 목적과 사명의 울림을 놓치고 자기 연주에만 집중한다면 회사는 극도의 혼동과 불확실성 속에서 헤매게 된다.

PS: 오늘도 찜통 더위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뒷산에서 들려오는 매미와 풀벌레들이 벌이는 재즈오케스트라의 향연에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