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대해서 많이 언급을 하는데 이 디지털 혁신을 레버리지로 진성변혁(True Transformation)을 만들어가는데는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대의 지도로 자신의 일과 회사의 업을 정의해서 자신들의 정의가 상식(Common Sense)으로 받아들여지고 이 상식에 맞는 상식적 관행(Common Practice)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진성변혁은 아니다.

지금 글로벌에서 실제 진성변혁을 성공시킨 회사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의 원리를 공유하고 있다.

첫째, 큰 변화를 성취한 기업은 자신과 고객이 공유한 고통과 슬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해내는 플롯으로 구성된 영웅의 여정에 대한 일인칭 리뎀션 스토리(Redemption Story 기사회생 스토리)를 가지고 변화를 시작한다. 자신이 변화를 하지 못할 경우 어떤 고통에 처하게 되며 이 고통에 대해 진성변혁을 통해 솔루션을 마련하지 못하면 더 극심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웅의 여정에 대한 일인칭 회생 스토리는 자신이 스스로 이 고통을 주체적으로 극복하여 자신과 고객에게 존경받는 모습으로 우뚝 서 금의환양하는 영웅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스티 로디가 화장품으로 진성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에 대한 리뎀션 스토리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스티 로디는 화장품의 존재이유를 단순히 자신의 미를 포장하고 극대화 시키는 것에 두지 않았다. 이처럼 미를 과장하고 포장하는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자신들이 아니어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장을 통해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던 여성들의 고통을 치유하여 이들이 화장으로 자신감을 찾아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돕은 일이 회사의 리뎀션 스토리다.

존슨앤존슨이 혁신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타이네놀 독극물 사건으로 추락한 회사의 이미지를 다시 찾아 회사의 구성원들과 고객이 회사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리뎀션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타이네놀을 진성혁신해서 회생 스토리의 주인공이되었다. 타이네놀이 회사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약국에서 진통제 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타이네놀 달라고 이야기한다. 존슨앤존슨은 자신들만의 리뎀션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실현시켜 타이네놀을 브랜드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최고봉인 보통명사의 지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둘째, 긴박감과 이에 맞는 속도감으로 혁신을 달성하는 것이다. 시대는 변화가 상수인 시대여서 변화에 요구되는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변화는 효과성이 떨어진다. 또한 변화의 크기도 예측할 수 없어서 종종 쓰나미 크기의 변화도 시시각각으로 찾아온다.

변화의 속도가 비교적 느렸던 이전 시대에 몰락하는 기업들을 비유해주는 이야기는 삶아 죽는 개구리 이야기였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어서 누구보다 적응에 능수능란하다. 이런 개구리를 잡아다 비커에 넣어놓고 서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변화에 적응했다는 믿음에 갇혀 삶아죽는다. 실제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의 문제는 더 이상 삶아 죽는 개구리의 점진적 죽음(Slow Death) 문제가 아니다. 변화가 상수로 쓰나미 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사라지는 기업은 서서히 죽는 점진적 죽음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죽는 급사(Sudden Death)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쓰러지는 기업들은 대부분이 고혈압에 걸려 소통이 힘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정치화되어 있거나, 당뇨병에 걸려 성과평가나 인센티브, KPI가 걸려 있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움직이지 않거나, 비만에 걸려 있어서 핵심적인 일이 아닌 유사 일들을 만들어 바쁜척 움직이는 기업이다. 이런 기저질환의 기업들은 팬데믹과 같은 쓰나미가 덮쳐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셋째, 변화를 달성한 미래에 대한 믿음의 지도를 공유하고(On the same page of mental model), 이 미래 지도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과제를 새롭게 정의해내고, 소명과 열의을 통해 구성원들을 일인칭 주인공으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구성원들과 미래로 향하는 변화여정에 같은 지도를 보고 일을 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지도는 회사가 과거에 어디에서 왔고, 지금은 어디에 서있고,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의 지도이다. 이 지도의 핵심은 회사가 미래에 실현시켜 도달해야 할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이다. 구성원과 공유한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은 회사의 나침반을 구성한다. 길잃음이 상수인 세상에서는 자신이 어제까지 공들여 만들어낸 역량, 경험의 지도가 하루 아침에도 무의화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이 길 잃은 세상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비밀은 나침반으로 길잃은 지점의 위도 경도를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시시각각 길을 잃어도 구성원과 같이 제대로 된 지도를 복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역량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무너진 노키아, 소니, 시어스, 코닥, 모토롤라의 교훈은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침반의 상실이다. 이 회사들은 무너질 당시 어떤 경쟁사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기술과 역량을 축적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시대는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도 길을 잃었다면 오히려 역량과 경험은 장애가 된다. 요즈음 승승장구하고 있는 MS의 나델라가 주창하는 Hit Refresh는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는 훈련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같은 미래에 대한 존재목적에 대한 지도를 구비하고 이 지도를 통해 자신의 기사회생 스토리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일으켜 세울 때 비로서 진성변혁이 시작된다. 구성원과 공유하는 지도는 회사가 미래에 만들 공동의 운동장이다. 회사 안에 이 새 운동장이 새로운 상식의 세계(Common Sense)로 정의되어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이 상식으로 공유된 운동장에서 혁신을 위한 실험들이 매일의 관행(common practice)으로 진행되는 회사가 진성변혁을 달성하는 회사이다.

성경 마태복음 (14: 22-33)에 보면 제자들이 폭풍 가운데에 있을 때 예수가 물 위를 걸어 배로 걸어오는 장면이 나온다. 베드로도 물 위를 걸어 예수를 만나러 가려고 시도하지만 공포에 휩싸여 한 발자욱도 떼지 못한다.

성경에서 보여주는 많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은유적 스토리이다. 1000년전 2000여년 전에 태어난 과거 사람들이 지금 21세기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면 다 예수가 물위를 걷는 모습이 일상으로 일어나는 기적을 목격하고 놀랄 것이다. 새가 아닌 인간을 태운 비행기가 하늘을 다니고 있고 인터넷으로 구현된 메타버스의 세상이 실제 세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들의 눈에는 다 기적이다.

진성변혁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구상하는 미래 세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예수처럼 고통받는 사람들도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간절한 자신만의 리뎀션 스토리로 미래에 대한 상상과 믿음의 지도를 만들고 이 지도로 만들어진 새로운 운동장에서 실제 이런 미래를 구현하는 상식적 관행들을 지속적으로 실험한 결과이다. 고통받는 자신과 고객을 되살리는 장엄한 기사회생 스토리로 만들어진 미래에 대한 믿음의 지도가 없다면 진성혁신이란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