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 법무차관이 아프칸 조력자 및 가족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해 전한 메시지는 가히 충격이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입국하는 이분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존엄한 국가이며 특히 법부 공무원은 얼마나 더 존엄한 분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법무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강성국 차관 뒤에 숨어서 우산을 받쳐주는 장면도 충격이었다. 더 충격은 자신은 불편했는지 숨어서 무릅을 꿇고 있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누가 무릅을 꿇는다는 것은 엄청난 잘못을 했을 때만 가능한 행동이다. 특히 대중 앞에서 무릅을 꿇는다는 것은 치욕이다.

강성국 차관이 입국자들에게 어떤 환영인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연출은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한 환영과 환대가 연기라는 것을 전한 것이다. 평소 법무부가 얼마나 권위적인 기관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줌에 의해서 한국에서 법을 지켜며 사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기대를 품고 입국했을 현지인들의 뜨거운 가슴에 찬물을 붓는 행동을 법무부가 연출한 것이다. 아프칸 공로자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들이 한 공로에 대한 공정한 대우, 감사, 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과 의전을 더 중요시한다는 경고를 전한 것이다. 로마에 왔으니 인권이나 환대 이런 것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로마법에 충실하라는 경고로 들렸다.

이 사진이 나에게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끼쳤는지 이분의 이름이 나온 기사제목이 "강성(대)국 황제"로 읽혔다. 강성대국을 주장하는 김정은이 현지시찰하는 장면으로 혼동했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 인권에는 안중에 없는 법무부의 행태를 목격하고 대한민국이 품격있는 나라가 되는 길을 너무 먼 길로 보였다. 먹고 살만한 나라와 품격이 있는 나라의 괴리가 너무 커보였다.

김구선생의 <우리의 소원>에 나온 문화강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 읽었다. 공무원들도 읽었으면 한다. 김구선생은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어도 품격이 있는 나라가 되기 전에는 우리는 아직 노예상태임을 경고하셨다.

==========================

문화강국

김구

==========================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준다."

인류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저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 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이란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즉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한타의 기자가 우리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 민족을 인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는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

비슷한 시기에 영국이 나찌의 침공으로 풍전등화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영국을 살려낸 난세의 영웅 처칠도 품격이 있는 문화강국론에 동조한다. 처칠은 독일의 침략으로 부터 영국을 구해낸 것도 품격이 있는 문화의 힘으로 보았다. 이런 점에서 영국인으로 "나는 세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자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

==========================================

PS: 충북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한 신문사에서 있었던 사실에 대한 후속보도가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이 기자에 따르면 이런 연출은 거기에 있던 현장 기자들이 시킨 것이지 차관이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사실관계를 떠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묻힐 수 있는 건을 대중이 나서서 사건으로 공론화한 것이다. 해프닝이 사건화된다는 것은 국민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법무부는 외교부와 더불어 우리 정부기관 중 최고로 관료화되어 있는 기관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의 대명사이다. 사명인 공정성과 인권을 위해 더 평평하고 수평적인 운동장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법무부 분위기는 이런 수평 내지는 공정성에 역주행하는 기관이다. 설사 차관이 시키지 않았어도 법무부 내부 관료제 분위기를 아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공개적 인권유린 연출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번 건도 미진한 검찰개혁이나 법조비리가 터지면 소시민의 인권보다는 항상 제식구부터 감싸는 검찰, 법원에 불편한 심기였던 국민이 매를 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정성과 인권에 가장 짐이 되는 곳이 역설적으로 법부부라는 것을 목격해온 국민들이 불편한 속내를 표현한 것이다. 법무부가 평소 국민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의 주체로 국민들에게 인지되고 있었다면 역설적으로 이 사진도 미담거리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었을 것이다.

이번 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다른 부서로 사건이 진화되지 않도록 자정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순서의 문제이지 이런 사건으로 터지기 직전에 와 있는 부처가 줄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