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우리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모형이라는 지도가 보라고 시키는대로 본다. 정신모형은 과거 자신이 삶에서 성공적으로 경험한 세상에 대한 지도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이 바로 이 정신모형으로 보는 세상을 역설적으로 묘사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경험이 많아서 세상을 제대로 보는 정신모형의 눈을 가지고 있었어도 세상이 변화한다면 이 정신모형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이 생기기 시작한다. 정신모형을 새롭게 변한 세상에 의식적으로 다시 업데이트 하지 못한다면 이 블라인드 스팟은 점점 커져서 심각한 변화 문제를 야기한다.

정신모형이 오랫동안 업데이트 되지 못하면 현실과 상식적으로 어굿나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한다. 극단저긍로 운전하는데 상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으면 자신이 거꾸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정신모형 필름이 끊긴 만취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이런 극단적 경험과 비슷한 사건은 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호주사람들이 미국에 이민가면 첫 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확률이 가장 높다. 호주에서 윈쪽으로 운전하는 정신모형을 미국에서 바뀐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호젓한 시골의 언덕길에서 상대 차선으로 달리다가 언덕 넘어서서 오는 미국인 차와 충돌한다.

이 정도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하지 못해서 생기는 블라인드 스팟은 마치 우리가 백 미러를 봐가며 앞으로 운전하고 있는 형국을 초래한다. 이런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아래 그림에서 처럼 어느 순간 앞을 따라잡기 위해서 이 산에서 저산으로 건너 뛸 수 있다는 비현실적 망상에 사로잡혀 위험한 시도를 하다 죽음의 계곡에 떨어져 추락사 당한다.

2세기 포춘 기업들에서 CEO를 선발할 때 모든 경험과 역량이 비슷하다면 자기 이해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한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이것은 백 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과거일 뿐이다. 이처럼 자기 이해력이 떨어져 큰 블라인드 스팟을 가진 사람에게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맡기면 이 사람은 어려운 국면에 직면할 때마다 시대에 역행해서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사용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결국 역주행하거나 백 미러를 보고 기업을 운전하는 CEO에게 회사를 맡긴 꼴이 된다.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를 이끄는 리더의 충분조건은 자신의 정신모형이 세상과 신크로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는 자기이해력과 이 이해력을 통해 몸과 마음과 의지를 움직일 수 있는 자기규율의 근력이다. 자기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정신모형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블라인드 스팟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런 사람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연륜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거나 역주행하게 만드는 큰 함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