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삶을 가장 잘 묘사하는 것은 아마도 백조일 것이다. 백조는 자신의 우아한 모습으로 떠서 왈츠를 추기 위해 물 밑에서 엄청난 물 갈퀴 작업을 수행해야한다. 물 밑 작업의 고단함을 고려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취해 백조가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살아 생전에 전문가가 될 수 없다.
프로축구, 야구, 배구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뛰는 사람들이나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리그에서 전문 플레이어로 뛰거나 TV 화려하게 방영될 스타라면 이들의 실전이나 실제 방송의 화려하게 드러나는 백조 모습 이전에 엄청난 물 밑 작업들이 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한 주의 스케쥴 표를 분석해보면 백조의 모습은 하루의 반 나절을 넘지 못할 것이다. 나머지 6일은 모두 백조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물갈퀴 작업일 것이다. 물갈퀴 작업을 건너뛰고 화려한 모습에 취해 아이돌이 되기로 작정했다면 당연히 아이돌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가 평소 하고 있는 교수의 일을 물 밑 작업이 없는 백조로 비유해가며 농담 비슷하게 말을 걸어오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 "교수님은 좋으시겠어요" "일주일에 두 세 과목 강의하고 나머지는 그냥 자유시잖아요?" 교수직업이 전문가 직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교수가 일 주일에 2-3개의 강의를 전문적으로 소화해내려면 주중의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준비나 연구에 쏱아야 한다. 특히 대학원 강의라면 3D 직종 직업보다 더 심한 물갈퀴 작업을 수행해내야 한다.
상상컨데 목사님들도 나와 비슷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라는 이름을 들을 정도라면 이들에게 공짜로 얻어지는 열매는 없다. 전문가로서 보상, 지위, 명예 등의 열매를 얻으려면 몸소 신실한 농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으로 씨를 뿌리고 자신의 손으로 묘목으로 가꾸고, 기도하는 자세로 꽃을 피우는 지난한 작업에 성공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자신에게 체화된 씨 뿌리는 작업, 묘목을 길러내는 작업, 꽃을 피우게 하는 작업을 건너뛴 열매는 환각의 가짜 열매일 뿐이다.
신실한 농부가 아닌 전문가는 없다. 정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열매에 천착하는 것을 넘어서 적어도 만 시간을 기약하며 씨뿌리고 나무를 길러내는 지난한 농부일에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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