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0-29 16:50
[N.Learning] 서울에 생긴다는 국제중에 대한 단상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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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외고나 국제고를 넘어서 이제는 국제중까지 신설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한 생각이 드네요. 

겉으로 표방하는 이야기는 뭐 조기 국제화 교육이니 1%의 영재교육이니 등등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거는 것 같은데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열심히 공부시켜야겠다는 희망적 생각보다 우리 아이의 앞날이 점점 더 암울해진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국민들 한분한분은 다 교육부장관 시켜도 이론적으로는 잘 해나갈 수 있는 교육에 대해서는 다 나름대로의 일가견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종종하는데 왜 이런 나라에서 교육이 점점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오히려 불행의 예고편으로 들려지는 것일까요?

본인에게 교육부장관이 되서 한 마디 해보라고 한다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경쟁을 강조하지만 경쟁을 통해서 교육의 무엇을 달성하려는지의 목적을 상실한 경쟁을 위한 경쟁, 제살깎아먹기 경쟁의 덪에 빠져 있는데 아무도 나서서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니 안다고 해서 자기 혼자만 독불장군하다가는 자기 아이들만 죽도 밥도 안 되니 서로 모른채 한다는 거지요.

제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도시인 이타카에서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학원교육 일번지 강남 대치동 교육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황당무게한 사건이지요.

서울 대치동에서 자식을 미국에서 조기영어교육시켜야 겠다는 일념하나로 오신 분인데 이 분의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하루는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에게 고자질을 한 겁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공부는 안 시키고 매일 놀리기만 한다고. 아이의 교육만을 생각해서 개인의 삶의 상당부분을 희생해가면서 미국에 온 이 아주머니께서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황당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애를 앞세우고 학교로 당장 찾아 갔지요. 재수가 없어서 선생을 잘못 만났다고 굳게 믿고 선생님께 따진 거지요. 멀리서 여기까지 유학 왔는데 왜 공부는 안 가르쳐주고 쓸데없이 애들을 매일 놀게만 하느냐고? 좋은 학원에서 외우기 경쟁해서 시험지에 누가 더 잘 쏟아내는지의 시험성적 올리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으로 믿어온 아주머니의 생각으로는 애들 선생님이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한 거지요. 

결과는 제가 굳이 쓰지 않아도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남들에 비해 이만큼 떵떵거리며 살 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보라면 마땅한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고 교육열이 높으신 유복한 부모님에게 태어나 어려서 부터 남보다 더 좋은 과외선생에게 과외공부를 받은 것 밖에는 더 설명할 길이 없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행태라는 생각입니다.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모 사랑의 대물림을 역시 쪽집게 과외나 좋은 학원에서 찾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미국학교에서의 공부는 대부분이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action learning 형태로 되어 있는데 한국의 학원에서의 암기위주의 공부만이 진정한 공부라고 믿고 있던 초등생과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이것을 순전히 공부 안하고 노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수학시간에도 수학공식을 외우는 것보다는 원리를 이해시켜서 이를 실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학습목표로 명시되어 있지요. 따라서 수학공식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갑갑한 일이지요. 그시간에 수학공식 몇개를 더 외워도 더 외웠다면 시험을 더 잘 볼 것이라고 한탄을 하지요. 우리나라 수학에 익숙해 있는 제 입장에서도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애 수학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갑갑해 미칠지경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걸지지만 일단 원리를 파악해서 실제응용 능력까지 습득을 하면 이 원리을 여기저기 모든 상황에 창의적으로 적용시키는 능력의 파워는 실제로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는 느끼지 못할거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외고나 과학고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essay 잘 쓰고 SAT 잘 받아서 어떻게 해서든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처음에 반짝 끝발을 보이다가 결국 전인교육 경쟁에서 견뎌내지 못하고 그냥 평범한 대학생으로 끝나는 현상도 결국은 단기적이고 경쟁을 위한 경쟁에 교육의 모든 것이 올인되어 있는 한국교육의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더 배우고 더 나아지고 더 성숙해지기 위해 평생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시험점수를 높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한 공부, 남을 도와 주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는 법만을 배우고 가르치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초일류급이라는 고등학생들이 이처럼 국제무대에서 죽을 쓰게 만드는 것이 굳이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 잘한 학생들의 잘못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왠지 우리나라는 아이들 교육시키는데 헛발질만 하고 있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네요.

무조건 초단치기로 시험만 잘 보면 의사도 되고, 변호사도 되고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교수도 될 수 있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륜이나 경험이 전혀 없이 법조문만 잘 외워서 우수한 성적으로 판사가 된 새파란 젊은이가 자신보다 그 일에서 몇배 더 경험을 가지고 연륜이 있는 사람을 사법의 잦대로 판단하게 하는 것을 정당화 시켜주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는 어디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검사도 마찬가지지요? 요즈음 촛불시위에서 아무리 이분들의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비상식적 행태를 욕해도 사실 이분들이 무슨 잘 못이 있겠습니까. 그정도 밖에 길러낼 수 없는 사회와 교육시스템이 문제인 것이지요? 학원에서 점수따는 기술을 익혀 토익이 900점을 넘어도 말 한마디 못해도 감히 누가 이들을 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부추기는 소위 회사의 인사담당 임원이 문제지요. 먼저 이런 방식으로 사회의 기득권을 장악한 사회의 엘리트란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런 방식의 공부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건강한 교육시스템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이런 나라에서 이런 소위 사회 엘리트라는 분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명분은 그럴싸 하지만 서울에 국제중학교를 신설한다는 사람들 머리속에는 어떤 개념의 공부가 들어 있는지 문득 궁금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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