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18 20:59
[N.Learning] 부동산 제도 왜 실패할까? 제도란 마음의 상태다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2,853  
부동산 제도 왜 실패할까?
제도란 마음의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제도는 물리적으로 건물이나 법령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본질은 건물이나 법령이 아니라 마음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태 즉 "Reality Taken for Granted"를 의미한다 (Peter L. Berger and Thomas Luckmann, 1966). 어떤 법령이나 건물까지 세워졌어도 관련된 사람들이 그 법령의 내용이나 건물의 기능을 당연한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도화는 실패한 것이다. 법령이나 건물이 만들어져 있어도 사람들이 그 법령의 현실이나 건물의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를 디커플링 (Decoupling)이라고 칭한다.
디커풀링이 지속되면 도입된 제도는 무늬만 제도로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90년도에 팀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기업에 제도상으로는 도입되었지만 실제로 구성원들이 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디커플링이 오랫동안 지속된 적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팀으로 일하도록 강제되었지만 실제로 일할 때는 기존의 일하던 위계적 혹은 기능적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팀제도가 무늬만 팀인 팀으로 전락해서 조직에 제대로 안착되는데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었다.
요즈음 우리가 가장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제도적 디커플링 현상은 부동산관련 정책들이나 제도들이다. 부동산 관련 제도나 법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의 마음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머물기보다는 일단 적극적으로 탈주부터 먼저한다. 20 여개가 넘은 정책과 제도를 쏟아부었지만 실제로 한 제도도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고 제도화하는데 실패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서 신뢰를 잃자 지금은 어떤 강한 제도와 법령을 만들어도 실패를 담보하고 있다.
강남좌파들의 행태나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이중성도 사람들이 마음이 부동산 제도로부터 도망가는 것에 일조했다.
어떻게 디커플링을 벗어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는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이 부를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특히 강남에 부동산을 가지는 것은 학원교육을 통해 자신의 계층을 대물림해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첫째 경기가 앞으로도 살아 있을 것이고 둘째 기업도 성장하고 있어서 일자리는 충분하다는 가정이 유효하다는 조건이다. 경기와 부동산은 경기 수레바퀴의 두 축이어서 한 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른 축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또한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전통적으로 건설산업과 정치와의 결탁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들다.
문제는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바뀐 것에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에서 생겼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장기적인 답은 될 수 없어도 지금까지 가장 확실했던 방법인 부동산을 단기적 투기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보유세 인상도 한 몫을 했다. 투기비용보다 보유비용이 말도 안되게 작으니 여유돈만 있으면 너도나도 투기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기와 부동산은 경제의 두 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부동산 투기는 폭탄돌리기와 비슷하다. 경기가 이런 상태로 지속되는 L자 경기로 간다면 부동산은 결국 폭락의 수준을 밟을 것이다. 하지만 변곡점에 이를 때까지 누가 더 교묘하게 폭탄 돌리기에 성공하고 적절한 순간에 부동산을 현금화 하고 빠지는지의 게임이다. 한 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결국 다 질 수 밖에 없는 엔드게임이다. 정부의 정책실패는 이런 위험한 게임에 국민들을 스스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부동산 정책에서 신뢰를 복원하는 길은 부동산 문제를 통해서는 불가능하고 부동산 문제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문제를 같이 통시적으로 해결해줌을 통해서 이다. 부동산 문제의 시발점은 국가경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것과 강남 학원들을 중심으로 배양되는 학벌만이 계층을 대물림해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믿음이다. 정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돌파구를 보여주고 강남학벌이라는 것이 더 이상 계층의 대물림이 될 수 없는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자체만으로 부동산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부동산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정치꾼들의 신화적 믿음도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집을 공공재로 규정하여 집은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젊은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이들의 집에 대한 좌절감을 노동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건설산업과의 유착의 연결고리를 끊고 건설산업은 독자적 경쟁력으로 생존하게 하는데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건설업에 대한 지원을 국가 미래의 먹거리를 산출할 수 있는 디지털 산업에 투여해 미래 산업의 포토풀리오를 구성해야 미래가 살아난다.
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정권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으로 나타난 문제이고 더 심각한 문제는 미래의 상실이다. 미래로 국민들의 마음을 잡아놓을 수 없다면 어떤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도 반드시 실패한다. 지금은 누가봐도 무늬만 남은 부동산 정책이다.
Kwanghee Yoo, Nam Sup Ahn, 외 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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