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질문은 최근에 발간한 저서 <초뷰카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을 소개하는 일련의 CEO 조찬회에서 많은 CEO들이 공동으로 던진 질문이다. 최근 스타트업 붐을 타고 본인들이 회사차원에 육성하고 있는 창업사의 운명이나 아니면 펀드차원에서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다시 구성해야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개별
벤처기업의 내적 성공요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영역이기 때문에 답을 할 수 없지만 버블논란이 생길 때의 거시적 구조조정의 문제에는 관심이 가지고 연구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답을 드릴 수 있었다.
버블은 생태계가 과밀해지거나 아니면 외적 경기충격을 받으면 반드시 온다. 하지만 버블은 기업생태계의 측면에서 보면 기업생태계가 학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패학습의 더 큰 기회이기도 하다. 버블이 꺼져서 망하게 된 스타트업과 여기에 편승해서 묻지마 투자를 한 VC나 개미투자자의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버블이 없이는 생태계의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 버블은 기업생태계가 학습과정에서 과도한 거품을 실패를 통해 덜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알짜 스타트업은 이런 버블이 주는 검증과정에서 실패학습을 통해 더 강하게 살아남아서 Google,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앤디비아 같은 회사로 태어난다.
버블이 꺼지는 것은 기업생태계가 생태계 차원에서 실패 학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 꺼진 개인기업의 차원이나 투자자의 차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버블의 꺼짐현상이 주기적으로 없다면 더 큰 버블꺼짐으로 생태계 자체가 무너진다. 역사상으로 큰 버블꺼짐이었던 네델란드의 튤립투자는 꺼져서 네델란드를 지금과 같은 육종강국으로 만들어주었고, 핀란드에서는 노키아가 사라짐을 통해 핀란드에 강력한 중소벤처 생태계를 만들었다. 미국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있던 코닥이 무너짐을 통해 로체스터는 여기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중소벤처기업 생태계를 구성해서 로체스터 도시를 기업생태도시로 만들었다. 실리콘 벨리가 유명한 벤처 생태계의 도시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벤처버블과 2008년 경기대공항으로 버블이 꺼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버블로 무너진 회사들에 있던 최고의 인력들이 경쟁을 거쳐 버블에도 꺼지지 않는 회사로 이동해서 실패 학습을 전수해주었기 때문에 버블 후에 강력한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한 마디로 버블은 사라진 회사나 여기에 투자한 개인들에게는 불행이지만 기업생태계에는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필연적이고 본질적 과정이다. 지금 초뷰카시대 지평을 열고 있는 회사들은 이런 버블경험 속에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실패학습을 통해 더 강하게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버블이 없었다면 이런 회사들이 탄생할 이유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위기로 벤처버블이 꺼질 것인가? 벤처는 거시경제라는 빙산의 밑둥을 앉고 떠 있는 빙산의 윗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시경제가 꺼지면 빙산의 윗부분인 벤처생태계는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버블이 꺼지는 국면이 향후 제대로 된 벤처가 탄생하는지 못하는지의 진검승부 기간인 셈이다. 버블이 꺼질 때 웃고 있는 사람들이 고수인 셈이다.
꺼지는 버블에 동참할 일순위 회사는 시리즈 투자 받은 돈을 자신의 기술적 역량을 통해 미래의 돌파구를 보여주는데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는 마케팅에 과도하게 돈을 쓴 회사일 것이다.
개인투자자로 버블이 시시각각으로 꺼지는 초뷰카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이끄는 제대로 된 진성 스타트업을 골라낼려면 어떤 선구안이 필요할까?
초뷰카시대는 모든 거래가 디지털 플랫폼 구독경제로 흡수되고 이런 실물에 대한 플랫폼에 대비되는 상상적 체험을 사고파는 메타버스와 같은 트윈 플랫폼이 포개지고 이 두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통합되는 메타플랫폼으로 수렴되며 플랫폼의 지평이 지속적으로 융기해가며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는 시대다. 개인들이나 벤처기업은 이런 메타플랫폼을 구성하는 원천 시스템의 작동을 세세하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특이점으로 향하는 시대이다.
초뷰카시대의 대부분의 사업은 이런 원천플랫폼에 대한 기술을 누구에 의해서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생성된 플랫폼 위에서 연결이 되지 않은 지점들을 발견해 연결해가며 비즈니스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본질이다. 초뷰카시대 모든 비즈니스 기회는 원천기술이 아니라 이미 생성된 원천기술들의 연결을 통해 창출된다.
연결과 연결을 통해 모듈이 만들어지면 모듈과 모듈을 다시 연결해서 자신만의 플랫폼을 만든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모듈과 모듈이 기술적으로 연결되어서 새로운 운동장을 만든 연결사업이다. 연결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이 생성해는 빅테이터를 통해 세로운 세상에 대한 체험을 디자인하는 기업들이 나타난다. 구글 아마존 애플은 이미 오래전에 이런 지위를 획득한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이 빅테이터를 통해 새로운 체험을 생성해내고 이것에 AI나 로봇기술을 태워서 초지능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미래의 또 다른 차원을 초월하는 비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있거나 이런 거대한 파도의 흐름을 타고 벤처를 시작한 기업이 있다면 이런 기업이 초뷰카시대를 이끄는 알짜 벤처기업이다.
이런 초뷰카시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경영기법(시나리오 플래닝, 마케팅, 이용자 체험 분석, 투자이익분석, 경쟁사 분석 등)을 동원해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취하는 기업은 버블이 오면 제일 먼저 사라질 기업들이다.
초뷰카시대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번성을 누리는 기업을 공의기업(company of shared purpose)이라고 부른다. 공의기업은 이런 융기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흐름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데 공헌할 뿐 아니라 이런 기술이 자신 기업을 통해서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 즉 기술적 경쟁우위와 존재목적을 날줄과 씨줄로 직조해서 비즈니스의 동력을 마련한 기업들이다.
둘째 장표의 표가 설명하듯이 이런 기업들에게는 2008년 경제위기나 코로나 위기로 버블이 꺼지는 것이 가장 큰 기회였다. 이런 기업들은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는 투자금이 순간적으로 홀드되어 다른 기업처럼 고통을 당하지만 실패학습이 이입되어 정상화 되는 국면에 이르면 가장 큰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 구성원에게는 지금까지 아무도 점령하지 못한 무주공산이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이런 흐름을 파악하는 선구안을 갖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시리즈 투자금 대부분을 벤처를 포장하는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다면 이런 회사에서는 빨리 돈을 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벤처는 씨앗을 심어서 묘목으로 가꾸어냄을 통해 미래의 과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본질인데 벤처가 마치 이런 과일을 이미 만들었다고 광고한다면 사기꾼일 개연성이 가장 높다.
이런 기업들은 벤처기업의 청년정신을 잃고 기성기업들에게 잘못된 것만 골라 배운 겉 멋으로 찌든 기업이다. 모두가 실패하는 버블붕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겟으로 제거되는 대상은 생태계 전체의 생존에 도움이 안되는 사기꾼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