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누구나 목적이 있는 것처럼 주장할 수 있어도 실제로 목적에 따라 경영을 하거나 삶 속에서 목적에 따라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목적은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개연성이어서 개연성이 현실로 실현되어 눈 앞에 보이는 수단과는 실체 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목적은 목적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실체가 보인다. 진실한 의미로 비전이란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목적에 대한 진정한 믿음으로 세상을 보는 비전을 가진 경지에 이른 사람은 드물다.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비전이 사라진 틈을 타고 목적은 우리 삶 곳곳에서 왜곡되고 포장되어 유사목적으로 머물고 있다.

격론이 예견되는 토론에서도 총론으로서 목적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에 도달한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각론으로 수단을 이야기할 때이다. 목적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추상적 실체인 반면 수단은 자신의 밥그릇과 관련한 기득권을 유지하는 문제가 관련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밥그릇을 포기하고 실체가 보이지 않는 목적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목적에 대해 진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면 결국 밥그릇 싸움을 해결하지 못해 목적은 좌절된다. 이들이 총론에서 있다고 주장했던 목적은 유사목적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능하다는 속담이 상황을 잘 대변한다. 목적을 이야기할 때는 모두가 천사이다. 이들이 악마로 변하는 것은 각론의 디테일을 이야기할 때이다.

회사에서는 종종 종업원과의 신뢰를 복원하고 회사 모든 구성원이 유대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를 위한 많은 행동은 실패한다. 신뢰나 유대감 자체를 중시하다 보니 신뢰나 유대감이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유사목적이 된다. 이들이 목적이 되면 신뢰나 유대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은 눈을 감아야 되고 하루를 덕담에서 시작해서 덕담으로 끝내야 된다. 한 마디로 목적을 상실한 회사에서 신뢰와 유대에 대한 강조는 회사를 콩가루 회사로 만든다.

요즈음 회사들이 도입하는 KPI, 다양성, ESG, 워라벨도 다 마찬가지다. 이들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목적이 거세당한 회사가 이런 수단적 도구에 집중하다보면 이들이 조직의 유사목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회사에서 이런 혁신적 제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방법이 없다.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다가 사라지는 디커풀링과 실패 사례가 될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리더십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리더십이 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하면 조직의 미래를 위해 동원되어야 할 리더십이 세련된 스킬의 경연장으로 변화한다. 이런 스킬에서 뛰어난 사람이 우상화된다. 리더십이 현란한 스킬로 포장될수록 조직의 목적과 상관없이 리더십 자체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어느 순간 리더십은 골리앗의 갑옷으로 전락한다. 화려한 리더의 갑옷의 무게 때문에 골리앗은 다윗과의 싸움에서 질 운명이다. 골리앗 영웅으로 추대되는 사람들은 유사목적의 신봉자들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목적을 추구한다. 또한 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수단을 돈 권력 명예라고 생각하고 이것들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순간 돈 권력 명예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행복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도구적인 것에 집착하다보면 실체 없는 빈 행복은 수단을 이길 수 없어서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어야 한다. 행복의 목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믿음이 없는 사람이 이들 수단을 더 많이 달성하면 할 수록 이들 수단의 철장에 갇힌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돈, 명예, 권력이 많아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유사목적의 피해자들이다.

진실된 목적의 실체를 중심으로 모든 수단을 제대로 통합하는 목적경영이 시대적 화두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이 혼탁해진 틈을 타고 사이비 목적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에 의해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어서 엉뚱한 것을 따라 다녀가며 소진되는 삶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목적이 중심에 서 있지 못한 사람이나 회사가 이런 수단을 만들어가는데 성공하면 할 수록 수단의 제도적 덫에 갇혀 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목적이 중심에 서 있지 못한 회사들이나 사람들은 밑 빠진 독에 죽는 날까지 물을 채우는 형벌을 벗어나지 못한다. 목적이 거세된 회사에 다니는 종업원은 모두 시시포스의 돌굴리기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소진된다.

니체는 지속적으로 유사목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니체는 "목적을 잃는 순간 삶을 의미 있게 조직해주는 기제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에 몰두하기 시작한다"라고 경고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따지고 보면 목적과 수단이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에게 달성 가능성의 문제를 불문하고 수단과 목적 중 하나를 고르라면 모든 사람들은 목적을 고를 것이다. 수단이 목적을 희생해 달성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이지만 사람들을 목적의 맥락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더 강력한 성공으로 규정해왔다. 역으로 특정한 시점의 실패도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실패라면 번성을 위한 학습이 된다. 인류 역사는 목적이 수단을 이긴 과정에 대한 스토리이다.

그렇게 많은 세속적 성공을 했어도 사회가 진보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숨어있다. 진정으로 성공한 삶은 목적이 수단을 수단으로 종속시켜 실제 목적을 삶 속에서 구현한 사람들 이야기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삶이 물꼬가 되어 더디지만 우리의 모든 미래의 삶은 목적의 강으로 수렴하고 있다. 미래를 이끄는 사람들은 목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이 목적을 현재로 가지고 들어와 수단에 노예가 되지 않아가며 실현시키는 사람들이다. 목적경영은 그냥 싸움에서는 수단에 백전백패를 당할 수밖에 없는 세속적 삶에서 벗어나 목적이 수단을 이길 수 있는 전사로 만드는 신성한 싸움에 관한 책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그렇게 강조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생각하는 궁극적 목적에 대한 믿음을 잃는 순간 세속적인 삶이 목적으로 전치되어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워렌 목사가 <목적이 이끄는 삶>을 통해 많은 기독교인에게 감화를 준 이유는 기존의 하나님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강요해가며 기독교인을 순종하지 않는 아이 취급하며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전통 교리가 가져온 심리적 저항을 읽었기 때문이다. 워렌 목사는 기독교인을 순종을 거부하는 어린이가 아닌 목적을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자신 삶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는 성인으로 접근했다. 기독교가 쇄락한 본질을 유사 목적의 삶에서 경도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목적에 대한 믿음을 살려내 삶을 의미있게 조직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주일에 교회에 출석해 말로는 하나님에 순종을 한다고 고백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와서는 목적에 순종하지 않는 유사 순례자의 허위의식을 폭로했다. 웨렌 목사는 하나님에 대한 추상적 순종을 넘어 일상의 삶에서 목적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진실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했다.

<사장님 왜 사업을 하십니까>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만들어낸 기적>에 등장하는 지속가능한 번성을 구가하는 1% 회사가 가진 비밀도 진실한 목적으로 삶과 경영을 조직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들이 지속가능한 번성을 누리는 이유도 목적에 대한 믿음을 실현하는 것을 삶의 최종적인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나머지 모든 변수를 수단변수(매개변수, 외생변수)로 설정해서 전체 최적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다.

쳇 GTP가 아무리 발전해도 목적에 대한 일인칭 믿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쳇 GTP나 AI가 인류의 진화나 개인 삶의 번성을 이끌 수 없는 이유다. 수 억 개의 수단에 해당하는 매개변수를 동원해도 매개변수는 수단일 뿐이지 미래의 삶을 실현하고 자신을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세워주는 주체적 존재 목적은 아니다. 존재하는 매개변수 중 하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예측치를 내서 이것을 답으로 믿고 따른다고 자신과 세상이 근원적으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매개변수가 자신에게 고유한 믿음의 근력인 일인칭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현란한 매개변수를 제시할 수 있어도 이런 매개변수를 엮어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한 일인칭 믿음을 실현하는 일에 동원하지 못한다면 삶에서 변화는 없다. 삶을 통해 목적을 종속변수로 나머지 변수를 조직하고 최적화시키지 못한다면 쳇 GTP는 우리를 세련된 순환론의 쳇바퀴에 가두고 평생을 부려 먹는 사악한 알고리즘일 뿐이다. 우리는 쳇GPT로 우리 삶을 조정하는 광고주들의 노예일 뿐이다.

#사장님_왜_사업을_하십니까 #황금수도꼭지 #목적이_이끄는_삶

#한영수 #윤정구 #닉_웨랜 #지속가능한_번성 #유사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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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속가능한 번성과 행복의 원리인 목적경영에 관한 세 필독서를 추천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라면 <사장님 왜 사업을 하십니까>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인재와 기업문화에 대한 조직개발에 관심이 있는 담당자라면 <황금수도꼭지>를,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린 개인들은 <목적이 이끄는 삶>을 읽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