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인 뒤르켕(Durkheim)은 사회가 병든 사회로 붕괴되는 전조 현상으로 잘못된 개인주의를 꼽고 있다. 뒤르켕은 건강한 사회는 윤리적 개인주의(moral individualism)를 지향하는 개인들이 많아지는 사회인 반면 병든 사회는 공리적 개인주의(utilitarian or amoral individualism)를 추구하는 개인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윤리적 개인주의는 사회라는 공동체의 규범을 준수해가며 그 위에서 개인의 독특함이나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개인주의다. 반면 공리적 개인주의는 법의 문제에 저촉되지 않는 한 남에게 손해를 끼쳐서라도 자신 개인의 이득을 더 우선시하는 개인주의다. 뒤르켕은 사회가 병들수록 공리적 개인주의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된다고 분석한다. 뒤르켕은 공리적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이유로 공동체의 붕괴를 지적했다.

초뷰카 시대가 도래해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 되자 공리적 개인주의는 다시 초개인주의로 진화했다. 초개인주의는 알고리즘에 의해서 개인의 정체가 모두 파악되고 분절되어 개인들이 디지털 광고주에게 팔려간 개인주의다. 알고리즘은 개인의 몸, 마음, 정신을 모두 분절시켜서 디지털 광고주에게 넘겼다. 몸, 마음, 정신을 부분최적화를 위해 동원한 강화기제는 <좋아요 갯수>다. 알고리즘은 좋아요로 개인들을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이들이 영원히 주체적으로 일어서지 못하게 근력을 뺏다. 초개인화 시대 개인들은 몸, 마음, 정신이 분절된 상태로 SNS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길러지고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팔려간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개인들에게 좋아요을 태양으로 숭배하게 만들어 개인을 모래알로 분해시켜 클라우드 사막 속에 저장하는데 성공했다. 초개인주의가 개인을 디지털로 세뇌시키고 중독시켜 사회를 거대한 사막으로 만드는 디지털의 음모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개인주의 시대 이런 마음과 영혼이 털린 개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몰개인화(Depersonalization)이라고 칭한다. 몰개인화 된 개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처럼 보여도 온전한 개인은 아니다. 초개인화 시대에는 화려한 개인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혼과 정신이 빠진 몰개인이 대량생산되고 있다. 몸, 정신, 마음을 온전한 자신으로 정렬 시킬 수 있는 근력이 사라져 아기 근력으로 되돌아간 개인이 몰개인화의 실상이다.

거지가 같은 장소에서 구걸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10 불을 적선했다. 시간이 지나니 적선 금액이 5불로 줄어들었다. 또 시간이 지나니 적선 금액이 다시 2불로 줄어들었다. 금액이 자꾸 줄어드는데 화가 난 거지는 2불을 놓고 가는 장본인을 불러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적선했던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혼자 살때는 10불씩 적선할 여유가 되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는 생활비가 부족해서 5불로 줄일 수 밖에 없었고, 다시 아기가 태어나 양육비로 고통을 받아서 2불 밖에는 적선을 할 수 없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거지가 결국 "지금까지 나에게 적선할 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거지는 공리적 개인주의를 넘어서 몰개인화 된 개인을 잘 표현한 우화다. 초뷰카 시대 디지털 알고리즘은 개인들을 거지로 만드는 음모에 동원한다.

요즈음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최소한 "1인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회식을 한 후 비용을 N분의 1로 정산하는 관행이 회사의 일에 대한 책임의 문제로도 진화한 것이다.

회사 일은 대부분 팀으로 일하는데 자신이 해야 할 1인분에 대한 역할을 일부러 수행하지 않거나 아니면 수행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어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1인분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월급은 꼬박 받아가는 월급 루팡 동료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상사가 상사로서 해줘야 할 리더십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비난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1인분을 하고 있지 않는데 똑 같은 월급을 받고 자신이 이들이 하지 못한 1인분을 나서서 대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1인분 논쟁은 개인의 공리적 이득을 위한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약육강식의 상황 속에서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진화론이 만들어낸 나름의 시대정신이다.

어떤 회사든 조직은 최소한 1인분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득세하기 시작하면 회사도 무너진다. 야구팀에서 각자의 포지션에 대한 일인분만 하는 팀이 승리할 수 없는 원리와 같다. 게임의 고수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외야수가 실수해 공을 놓치면 팀의 누군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가며 외야수의 실수를 백업해야 이기는 팀이 된다. 선수가 1인분만 하는 야구팀이 이런 대응능력을 가질 리 없다. 심지어 개인들이 동료를 서로 질시하고 있어서 은근히 동료가 실수하기를 바라고 있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조직구성원이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인 1인분 플러스 동료의 위급 상황에 대해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중복성(Redundancy)의 버퍼가 있는 조직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요구한 것보다 자발적으로 한 발 더 가주는 1인분 플러스 알파를 해주는 것을 경영학에서는 조직시민행동이라고 부른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고객에게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일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상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1인분을 넘어서 플러스 알파를 위해 나서고 임무 수행 중 동료가 쓰러지면 동료를 일으켜 세우고 빈자리를 대신해주는 동료 의식이 없는 조직이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에 살아남을 수는 없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세상에서 구성원들이 1인분에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회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상황이다.

요즈음 대부분 회사에서는 종업원 체험을 강조한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대부분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쓰러져 누워 있는 초뷰카시대에 종업원 체험이란 길을 잃고 헤매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데려다 치유하고 다시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체험을 의미한다. 고객체험도 마찬가지다. 본질은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들이 자신 삶에서 주인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초뷰카 시대 고객체험의 본질이다. 초뷰카 시대 모든 제대로 된 체험은 길 잃고 헤매다 생긴 상처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환대하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치유를 넘어서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고, 실제 주인으로 서게 하는 체험이다. 종업원 체험은 1인분에 대한 우려가 조직에 더는 발을 못 붙이게 만드는 HR 처방이다.

임진왜란 (1592)에서 조선을 구했던 이순신 장군이 제기한 윤리적 개인주의는 어떤 리더들의 제안보다 더 엄중하고 장엄하다. 이순신 장군은 명랑해전에서 부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죽지 마라. 너희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지 않는다.

너희가 죽지 않으면 너희 가족이 죽지 않는다.

나에게는 너희가 조선이다."

이순신처럼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온전한 긍휼의 사랑을 가진 CEO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서 구성원에게 1인분 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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