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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연구동료인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의 Shane Thye 교수는 사회적 지위가 물건에 대한 소유나 친분 관계를 통해서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는 현상을 지위가치이론(Status Value Theory)라는 이론을 만들어서 설명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해왔다.

Thye교수가 한 실험은 인의적으로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가 있는 사람을 설정해 놓고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높은 지위의 사람의 가치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 전이되는 지를 밝혔다. 지위를 나눠준 사람의 지위 가치가 10이고 지위를 전수받은 사람의 지위 가치가 3에서 시작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지위 전이가 일어나면 낮은 사람의 지위가 실제로 3에서 6나 7으로 바뀌는 현상이 생긴다. 이렇게 얻어진 3나 4의 새로운 가치는 지위가 전이된 원천이 가진 진성지위(Authentic Status)와는 달리 관계가 끊어지면 사라지는 유사지위(Pseudo Status)다.

진성지위란 어떤 특정인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사는 사회에 대한 기여과 희생을 인정해서 부여한 것이다. 지위를 가진 사람이 주장하는 일정 범위의 내용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고 받아들이는 위세를 허락한다. 진성지위에 기반한 위세는 자연스런 영향력의 기반이 된다.

진성 지위자에게 부여된 위세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에 대한 공헌이나 희생보다는 이 관계를 통해 전이되는 유사지위를 얻기 위해 지위를 가진 사람과 친분을 과시하는 현상이 생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김일성 가족과 찍은 사진만 있으면 신분이 상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동원한다. 군대에서 남편이 소장이면 부인은 중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소장 부인이 중장의 위세를 행사할 수 있는 결혼은 사회적 지위의 경매장이다. 모두 유사지위를 획득해 위세가 아닌 허세를 부려보기 위한 사적 욕심이 작동한 것이다. 유사지위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은 지위전이로 획득한 지위를 부풀리고 과장하는 성향을 보인다.

대학원생들은 학문적 명성이 있는 교수와 같이 쓰는 논문 저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지위전이를 체험하고 실제로 높아진 지위 때문에 취업에도 도움을 받는다. 최순실이 국정논단을 일으킨 것도 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한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지위전이를 통해 얻어낸 유사지위로 각종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채상병 사건, 마약사건에 등장하는 이종호씨도 김건희씨와의 관계에서 전이된 유사지위를 이용해 위세를 행사한 것이 사건으로 불거진 것이다.

유명인의 소장품이 경매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는 이유도 지위 전위를 얻기 위함이다. 유명인이 실제로 소장했던 똑 같은 상품을 시장에서는 싸구려로 살 수 있어도 경매에서는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 관계에서 오는 지위가치를 높이려는 성향 때문이다.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소장한 명품을 사려는 성향도 이들이 누리고 있는 지위를 전이 받기 위함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쓰는 물건들이 대부분 명품이기 때문에 이들을 따라하려는 노력은 과시소비로 이어진다. 명품을 과시소비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 타인에게 이전해줄 수 있는 지위의 고유한 내용이 없다는 고백이다.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이 재력으로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포장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알고 보면 자신은 속 빈 강정이라는 고백이다. 진성지위는 자신이 명품으로 포장해가며 주장한다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이 사람의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희생의 정도를 평가해 부여한다.

공동체에 대한 일말의 희생과 기여도 없었던 사람이 지위전이로 지위가 벼락상승한 것을 이용해 자신의 탐욕을 챙기기 위해 유사지위를 남용할 때 역풍을 맞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모든 혼란은 자신이 만들어낸 진성지위가 아닌 지위 전위로 획득한 유사지위를 이용해서 위세를 부리다가 권한남용으로 고발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자신과 가족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침해를 주는 일을 일삼은 사람이 명품으로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자신을 포장한다고 사회적 지위가 생기지 않는다. 이런 포장은 사회적 지위의 거품을 만들어내고 지위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유사 지위라도 얻어서 위세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성향 때문에 한국은 세계적 명품 판매 기업들의 봉이다. 한국은 자신의 땀으로 고유하게 생성하지 않은 유사 사회적 지위에 대한 허세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유사 지위에 대한 허세가 넘치는 나라가 되었을까?

아마도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각자도생의 분위기에서 사회의 생존과 번성에 대한 기여를 통해 순수하게 진성지위를 획득한 진성리더들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사라진 틈을 타고 권력과 부를 획득한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지위로 포장해가며 진성지위의 무주공산을 자신의 땅인 것처럼 점유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권력과 지위를 구별하지 못한다. 희생과 기여 없이 운 좋게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획득한 사람이 권력을 마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것처럼 주장해가며 막무가내로 위세를 남용한다면 종국에는 권력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있던 지위의 잔고를 박탈당한다. 사회에 대한 희생과 공헌 때문에 대통령으로서의 진성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단지 운좋게 대통령이 사람이 자신의 지위가 진성지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겸양, 희생, 기여로 진성지위의 잔고를 늘리기보다는 자신의 유사지위를 마치 진성지위처럼 휘두르기 시작할 때 권한남용과 독재가 시작된다. 특히 유사 지위를 가진 대통령을 넘어 부인과 측근들까지 마치 지위를 획득한 것처럼 위세를 부린다면 지금과 같은 큰 국가적 재앙을 야기한다.

사회의 번성과 생존을 위해 기여하고 희생하는 진성지위를 가진 진성리더들로 사회적 엘리트가 교체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지위 허세와 명품에 대한 열망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라도 이들이 득세하는 모습은 일반인들을 부축여 명품으로라도 포장해 다른 사람들에게 허세를 부려 이득을 취하는 지위의 무임승차자를 대량으로 양산할 것이다. 사회질서의 버블현상이다. 버블이 꺼지는 순간 사회는 심각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