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사랑을 연기하는 것이 생업이지만 이들이 사랑을 제대로 알고 연기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면 연상 되는 세 명의 여배우가 있다. 마를린 몬로,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햅번이다.

마를린 몬로는 어렸을 때 당했던 성추행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평생 사랑을 찾아 다녔다. 그레이스 캘리는 모나코의 왕비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말년에는 자신이 왕비가 아닌 캘리라는 한 인간으로 사랑 받기를 원했다. 박제된 사랑의 감옥에 갇혔다고 믿고 죽는 순간까지 감옥 탈출을 꿈꿨다. 많은 이목을 끌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는 극복하지 못한 아픔이 숨겨져 있다.

나름 사랑꾼이었던 몬로와 캘리가 던진 질문이 있다.

"아픔을 사랑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한 사람이 오드리 햅번이다.

젊은 시절 오드리 햅번의 사랑도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이혼, 실연, 배신 등 많은 사랑의 고통을 체험했다. 하지만 햅번은 고통조차 사랑할 수 있을 때 진실한 사랑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드리 햅번은 자신과 남들의 고통조차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을 위해 자신을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으켜 세웠다고 고백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딛고 일어서 일인칭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자신과 남들의 고통조차 온전하게 사랑했다. 이 사랑의 진리를 죽을 때까지 실천했다.

고통에 대한 진솔한 사랑이 주체적 사랑을 만들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의 편식에 빠져 있다. 자신의 유전자 복권으로 받은 미모, 재력, 재능, 머리, 재능 등 남들에게 뽐낼 수 있는 것을 선택적으로 사랑한다. 사랑의 편식이 심해 고통이나 아픔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미모, 재능, 머리 뿐 아니라 자신이 감내해야 할 아픔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 온전한 사랑이다.

아픔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드리 햅번이 삶에서 증명했듯이 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기다리기보단 행동으로 나선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픔에 대해 행동하는 사랑, 고통받는 자신과 남들을 위한 진실한 사랑의 주체로 나선다. 고통에 대한 사랑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는 사랑이 축적되면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더 큰 사랑과 존경을 돌려준다. 오드리 햅번은 죽을 때까지 쓰고 써도 다 쓸 수도 없었던 엄청난 사랑의 잔고를 축적했다. 오르리 햅번이 죽어서도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비밀이다.

아픔의 주인이 되어서 "행동하는 사랑"이 긍휼이고, 자비이고, 측은지심이다. 성서, 불경, 대학에도 나오고 노장 사상의 핵심이다.

노장사상을 가장 잘 실천한 당나라의 임재선사는 주인이 되는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르는 곳이 어떤 곳이든 주인이되어 사랑하며 살면 거기서 하는 모든 일이 진실로 서게 된다." 임재선사는 남의 써준 삼인칭의 삶에서 벗어나 일인칭 주인공의 삶을 복원해서 이를 사랑하는 삶을 살 때 삶 자체가 진실로 드러난다고 가르친다. 주인으로 선다는 것은 사랑의 편애에 빠져 자기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사랑의 진실이 드러나는 때는 자신이 주인이 되어서 행한 자신과 남의 아픔에 대한 사랑, 즉 긍휼을 통해서다. 수없이 많은 사랑에 대한 연가가 있지만 그 중에 으뜸은 자신과 남들의 고통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긍휼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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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진은 Jumpology 철학을 주창하는 필립 할스만이 찍은 오드리 햅번 점프사진. 할스만에게 점프는 주체성을 죽이고 수동성을 강요하는 악령인 중력에 대항해서 투쟁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인간을 상징. 중력의 고통을 이기고 점프하는 사람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