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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급진적 거북이로 거듭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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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위대하고 고상한 일을 성취하려 부단히 시도했다. 그러나 나에게 더 중요한 임무는 비록 보잘것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이 위대하고 고상한 일인 것처럼 완수해내는 것이다. 세상은 영웅들의 큰 노력에 의해서도 변화하지만 정직한 일꾼들의 모여 작지만, 헌신적 노력을 통해 더 크게 변화했다.

- 헬렌 캘러(Helen Adams Keller)

급진적인 거북이(Tempered Radical) 원칙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 진실한 리더인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들의 공유하는 변화전략이다.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에 대한 믿음에서 급진주의적(Radical)인 성향을 보였다. 이들은 남들이 다 바보짓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자신이 만들어나갈 선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유혹에 빠져 다른 선택을 해도, 이들은 자신이 설정한 목적에 대한 믿음에 있어서 절대로 흔들지 않았다.

김구 선생이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자신의 사명으로 외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김구 선생은 믿음을 말로만 어필하는 리더와는 달리, 진정한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만델라가 감옥에서도 인종 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반대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은 모두 같은 권리를 타고 태어났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는 꿈이 있어요”라는 기치로 흑인 인권운동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도 흑인인 자신의 아이들도 다양성이 존중되는 식탁에서 같이 식사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었다. 김구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만델라는 인종 장벽 철폐를, 킹 목사는 미국 인권운동의 아버지가 되었다.

기업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성의 이병철, 이건희 회장, 현대의 정주영 회장, LG 구인회, 구자경, 구본무 회장, SK 최종건, 최종현 회장,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이 회사를 창업했을 때 어떤 사업을 하던 사업을 성공시켜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개발도상국이었던 대한민국을 벗어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공과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창업자들이 믿음을 실현해 국가에 보은하겠다는 공공선에 대한 신념이 없었다면 회사와 대한민국은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공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최소한 5, 60년 전 어느 날부터 2024년 지금처럼 성장한 대한민국 모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을 통해 대한민국을 반도체 선도국으로 만들겠다는 이병철 회장의 믿음, 대한민국도 수출할 수 있는 국산 자동차와 국산 배와 국산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정주영 회장의 믿음, 국산 라디오, 국산 TV를 만들 수 있다는 구인회 회장의 믿음, 대한민국도 회사다운 회사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최종건 회장의 믿음, 국산 철강을 만들어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박태준 회장의 믿음은 적어도 이분들이 살아 계실 때 50, 60년 동안 지켜진 믿음이다. 50년, 60년 전에 이런 믿음의 씨앗이 밀알로 뿌려져 지금의 상태를 만든 것이다. 지금 막 시작한 벤처기업의 창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적어도 50년 후의 자신들이 키울 공공선에 대한 급진적 믿음이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시간의 역경을 극복할 수 없다.

급진적인 거북이 전략을 수행하는 진성리더의 공통점은 적어도 자신의 목적, 사명, 비전,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다. 다른 사업가들이 그들의 믿음에 회의를 보일 때마다 이들은 자신이 창출하려는 회사를 통해 공공선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지켜나간다. 더 드라마 같은 사실은 이들은 자신이 변화를 통해 도달하려는 회사에 대한 믿음에서는 급진적이었지만 그 믿음의 상태와 현재와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에서는 거북이처럼 조용하고 꾸준하게 우보천리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갈 사명이 달성된 모습과 지금 모습과의 차이를 성찰하고 이를 메워나가는 일에서는 거북이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라도 할 수 있는 것의 울타리를 정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 실험적으로 사부작사부작 변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하여, 실험적인 변화의 반복을 통해 울타리를 조금씩 확장해가며 결국은 큰 변화를 완성했다. 급진적인 거북이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과감하고 급진적으로 헌신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실현하는 국면에서는 꾸준하고 차분한 노력으로 울타리와 시스템을 구축해서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간 진성리더다.

진성리더들의 변화를 향한 급진적 거북이 전략은 “호시우보(虎視牛步) 우보천리(牛步千里)”의 고사성어에 잘 표현되어 있다.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예리한 눈빛으로 목적지를 주시해가며 걸음은 소걸음으로 느긋하고 우직하게 한발 한발 발걸음을 떼다 보면 천 리에 도달해 있다”라는 조언이다. 구약 성경 욥기에 “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욥기 8:7)” 말씀도 급진적 거북이들이 고대역사의 주인공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들은 창대함 끝에 보이는 비전에 대해서는 급진주의적 믿음을 견지했지만, 꿈을 향한 발걸음에서는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내디디며 시스템적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실천한 사람들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세상에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한 리더들은 안타깝게도 “급진적 급진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급진적 급진성은 도달해야 할 미래에 대한 믿음에서도 급진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도달하는 방법에서도 급진성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명의 목적지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것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을 독려해가며 광풍같이 몰아붙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십자군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다.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신념을 내걸고 이들을 회유하거나 괴롭히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결국, 이들의 목적지에 헌신하는 의도는 좋았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고 실패로 변화를 종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