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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서 2022년까지 갤럽이 조사한 국가별 근로자들의 직무몰입(Job Engagement) 수준을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은 최하위 수준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근로자 중 열의를 가지고 몰입해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2% 정도다. 조사대상국 125개국 평균이 21% 정도로 낮지만, 대한민국의 순위는 이보다 더 낮은 107위다. 이전 조사보다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열의를 가지고 일하는 비율은 미국이 34%, 캐나다 21%, 독일 16%다. 몰입도가 심각하게 낮은 근로자 비율은 과반이 넘는 65%로 125개국 가운데 54위에 해당한다.

근로자의 직무몰입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노동생산성을 결정한다. 노동생산성은 총산출량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같은 노동시간에 같은 기술 수준으로 일한다고 가정하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열의를 가지고 몰입해가며 일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생산성은 물리적 양적 시간인 크로노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물리적 시간 동안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노동생산성은 카이로스 시간 즉 체험된 질적 시간의 문제다.

노동생산성의 카이로스 원리를 터득한 세계적 기업의 경영자들이 물리적 크로노스 시간에 경도된 MZ세대 종업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회사에 와서 8시간 일하지 않고 1시간 2시간만 일해도 좋으니 와서 일할 때는 ”몸, 마음, 정신을 쪼개지 말고 온전한 자신을 가지고 와서 일하라“. 8시간을 넘어 밤새 야근해도 몸만 와서 일한다면 여기서 얻어지는 생산성은 목표치에 이르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하는 정중한 부탁이다. 심지어 이들 기업에서는 WLB (Work Life Balance)도 금기어에 속한다. WLB는 양적 시간인 크로노스 타임을 극복하지 못한 회사가 사용하는 단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서 WLB가 이슈로 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WLB를 넘어 이들이 일주일에 4일만 일해도 충분한 이유는 주어진 시간 동안에는 카이로스의 시간에 충실해 몸, 마음, 정신을 통합해 일하기 때문이다. 5일이 아닌 4일만 일해도 다른 기업에 버금가는 목표치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종업원 체험이란 개념도 일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는 카이로스 시간을 경험하는지 문제다.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만 시간을 일해도 자신의 성장을 체험하지 못한다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없는 것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일한다는 것은 근로자가 몸, 마음, 정신을 통합해 목적을 실현하는 온전한 주인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체험된 시간인 카이로스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시간 관리는 크로노스의 제로섬의 논쟁을 못 벗어난다.

우리나라의 실제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4.2%, G7 국가의 61.9% 수준이다. 기술적 수준이 같다면 같은 시간을 일해도 다른 국가에 비교해 74% 혹은 61%의 카이로스의 시간만을 체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이들 국가에 비교해서 24% 혹은 39%의 손실이 발행할 정도로 온전하게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통적 조직심리학에서 카이로스 시간과 크로노스 시간은 동기의 개념에 그대로 반영된다. 동기는 직접 동기와 간접동기로 구분된다.

간접동기는 일의 본질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복지나 금전적 보상이고 직접동기는 일에 대한 의미, 일의 즐거움, 일을 통한 성장체험이 결정한다. 간접동기는 일하지 않으면 정서적, 경제적 압박감을 벗어날 수 없다거나 그냥 타성 때문에 일하는 동기다. 직접동기는 기업이 크로노스의 시간 개념을 극복하고 카이로스의 체험된 시간으로 일할 때 충족된다. 간접동기를 통한 직무몰입의 증가는 어떤 일정 수준까지는 가능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낮은 노동생산성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통해 직접동기를 늘려야 함에도 쉽게 돈과 물리적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접동기만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만취한 술꾼이 집 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는데 집 옆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술꾼에게 왜 여기서 열쇠를 찾느냐고 물어보면 가로등 밑이 더 밝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직접동기와 카이로스 타임에 대한 열쇠를 잃어버렸음에도 지금까지 익숙해져 있던 간접동기와 크로노스 시간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이런 술꾼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 우리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간접동기를 사용해서 직무몰입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개발도상국에서나 가능한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간접동기의 주요소 중 하나인 임금인상 수준은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 실제로 한국기업의 임금수준은 2022년 월 399만 원인데 비해 일본은 379만 원이다.

임금으로 직무몰입을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이미 한계치 천정에 도달했다. 대한민국 GDP 성장률은 1% 내외임을 고려한다면 하고 싶어도 임금인상을 할 여력이 없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데 회사가 현금이 있다는 이유로 임금을 통해 직무몰입과 생산성을 늘려보겠다는 정책을 쓴다면 경영자가 임금을 통해 배임행위를 하는 셈이다.

한국도 물론 복지와 임금인상이라는 간접동기를 통해 근로자의 직무몰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열악한 작업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일반 근로자의 저몰입 현상을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카이로스 시간 개념에 대한 몰이해와 직접동기의 부재로 생긴 현상이다. 몰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라 성과나 생산성과는 상관없이 임금과 복지를 과도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이다. 임금과 복지는 올라가면 본래의 상태가 아니라 올라간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톱니바퀴 효과가 있다. 다음 해에도 같은 인상분을 올린다면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고도의 전문기술을 가진 개별적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임금을 유인으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자리임에도 평균임금을 상승시킨다면 임금 발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는다. 현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단기적 노동생산성을 위해 임금인상을 한다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노동시장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일터의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MZ 세대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분석해보면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 모두에 대한 열망이 실려있다. 대한민국 근로자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세대는 MZ 세대(1980~2010년 출생)다. 2022년 12월 기준 MZ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7.4%(1,926만 명)이다. 이들은 향후 10년 노동인구의 약 75%를 차지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주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 직업 가치관을 보면 일자리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업을 통해 승진, 급여 인상 등의 물질적 성공을 넘어 업무를 통한 성취와 의미도 중시하고 있다.

충족하지 못한 직접동기를 간접동기로 보상받았던 X세대와는 달리 이들에게 직장과 일의 안정성은 필요조건이다. MZ세대는 간접동기와 직접동기가 서로의 부족분을 상쇄하는 개념이 아니라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차별적으로 기능한다. 즉 생계를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 안정적으로 임금을 요구하고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에 관해서는 공정하게 처리되는 것을 요구하고 이것을 일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요조건은 MZ세대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MZ세대에게 노동생산성의 결정하는 요소는 안정성과 공정성을 전제로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성장체험이라는 직접동기가 좌우한다. 카이로스 시간이 드라이버로 제공되지 못한다면 이들 MZ세대의 직무몰입을 독려할 방법이 없다.

본 논문에서는 MZ세대의 열망인 카이로스 시간을 늘리는 직접동기를 늘리는 요인에 관해서 탐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동기와 간접동기의 선순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일터 설계를 제안한다. 이런 일터 설계에 개입하는 리더십의 새로운 표준으로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제안한다. 진성리더십이 카이로스 시간 체험을 어떻게 신장할 수 있는지도 설명한다. 진성리더가 종업원 체험을 신장시키기 위해 MZ세대에게 요구하는 심리적 계약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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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임금 HR 연구>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