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경기에서 코치가 자기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어 자신이 뛰겠다고 코트에 뛰어들면 테크니켈 파울로 상대편에게 삼 점 슛을 허용해야 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도 코치가 선수들이 마음에 안 들어 운동장에 뛰어들면 비슷한 벌점을 받는다.

세상에는 이런 테크니컬 파울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소서를 대필해주는 것을 넘어서 논문도 같이 써준다.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에도 음으로 양으로 개입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장학금도 받게 해주는 등등 테크니컬 파울을 너무 많이 해서 이미 코치직에서 해임된 부모도 있다. 대부분 부모들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테크니컬 파울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제든지 해고될 위험성을 안고 산다. 부모의 경제력, 문화권력, 연줄을 이용해 테크니컬 파울로 성장한 자녀들은 살아가며 자신의 진정한 주인으로 사는 삶을 향유하기 힘들다. 불행한 일이다.

코치의 역할을 자유 방임으로 오해하는 부모도 많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자녀를 데려다가 수영장 물 속에 집어넣고 지금부터는 수영을 배워서 살아 나오든 물에 빠져서 죽던 모든 게 너에게 달렸다고 외치는 부모들이다. 수영장에 아이를 데려온 것만도 큰 혜택을 베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에 빠지는 기미가 보이면 최소한의 코칭을 해서 아이를 살려내야 함에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가 자신을 보면 일말의 기대를 보일까봐 아예 자리를 뜨는 부모도 있다.

종교에서 신의 역할도 비슷하다. 신은 인간을 주체성으로 속이 꽉 찬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을 수행하는 코치다. 제대로 된 신이라면 테크니컬 파울을 감수해가며 인간사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 일부 무늬만 성직자인 사람들이 신도들에게 자신의 신만 열심히 믿고 헌금도 많이 하면 신이 개입해서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처럼 가스라이팅한다. 신을 빙자해서 종교사업을 벌인 것이다. 삼박자 구원을 외치는 성직자들도 이들을 대표한다.

코치 역할에 충실한 신은 선수로 같이 뛰고 있는 이웃과 동료를 통해 측은할 정도로 뛰는 특정한 선수를 돕도록 격려해 기적을 일으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놓고 신이 테크니컬 파울을 범해가며 직접 개입해서 기적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면 유사 종교다.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을 위해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는 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진정한 신이라면 신도들에게 기적은 신의 직접적 개입이 아닌 기적을 믿는 "사람을" 통해서 찾아온다는 것을 가르친다. 진실한 믿음이란 눈에 보이는 기적 자체를 믿은 것이 아니라 기적 속에 담긴 신의 신성한 의도를 믿는 것이다. 믿음이란 보이지 않는 실상을 보는 것이다. 믿음이란 눈에 드러난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신성한 의도가 기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는 것이다.

신이 해준 코칭의 은혜를 져버리고 이룬 성취를 모두 자신에게 돌리는 소수 인간들의 이기심이 두려워 신에 대한 절대 복종을 강조하는 것도 신을 X이론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다. 이런 사람들은 성도를 어린아이 취급해가며 믿음과 사랑의 신을 모독하는 일에 앞장선다. 이런 성직자들은 마치 호랑이 선생님의 신임을 받고 잘못하는 학우들 밀착 감시해 선생님께 고자질해서 벌 받게 하는 일을 자신의 책무로 생각하는 반장과 같다. 이런 성직자가 교회를 장악한다면 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성직자의 신에 대한 잘못된 해석인 X이론으로 순식간에 교회를 전염시킨다. 교회가 미시적 감시와 미시적 처벌의 감옥으로 변한다. 신은 상황이 아무리 극단적으로 어려워도 인간에 대한 Y이론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혼의 코치인 신은 정작 자신이 인간 위에 우상으로 군림해가며 숭배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신의 역할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울타리 밖에서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없는 특별 코칭을 해주는 일이다. 신은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울타리지만 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지 않는다. 신은 이 울타리 밖에서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없는 지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돕는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설사 쓰러져 누워있어도 진실한 신은 인간의 자율성을 침범해가며 개입해 신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지 않는다. 신에 대한 맹목적 의존성은 신 자신을 우상화 시키는 일에 신이 기여하는 자가당착이다. 신은 운동장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당사자가 스스로의 주체적 믿음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조언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돌보는 영적 코치다. 신은 인간이 간절한 기도로 물어보면 응답해주는 코치다. 보편적 신이라면 인간과는 달리 어떤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와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지 않는다.

예수가 구약의 유대교를 극복하고 기독교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도 유대인들이 선민사상으로 신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요구하며 신을 모독하는 현상을 읽은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에 대한 우상화가 유대인과 하나님을 어떻게 몰락시킬 수 있는지를 알았다. 예수는 스스로가 앉은뱅이, 나병환자, 고아, 과부 등 아픈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치유의 은사를 베풀면서도 당신의 일을 코치의 영적 임파워먼트로 생각했다. 예수는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어 잘 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더 아픈 사람들의 아픔을 찾아서 코치로 환대하고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예수가 행한 기적은 살면서 한번도 주인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앉은뱅이, 나병환자, 과부와 고아들을 환대하고 진실한 코치가 되어 이들을 자신 삶의 주인으로 일으켜 세운 일이다.

이단과 기복 신앙의 원천인 문자주의 주장대로 실제로 앉은뱅이가 일어섰는지 아닌지는 기적의 본질이 아니다. 앉은뱅이가 자신에 대한 믿음, 소망을 받아들여 앉은뱅이의 삶을 청산하고 산자로의 생명을 느꼈는지의 문제다. 일인칭 주인공으로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고 배려해가며 영성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웠는지가 기적의 본질이다.

예수는 이런 치유의 이적을 행하며 항상 다음 같이 설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기적을 일으키는) 나(예수)를 믿는 삼인칭 믿음이 아니라 네 자신에 대한 너의 일인칭 믿음이 너를 일으켜 세웠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다면 스스로에게 기적을 행한 것이다. 예수는 이런 기적으로 과부와 고아들이 스스로 일으켜지는 기적의 민주화를 실천했다. 예수가 다시 부활해서 우리에게 조언 한다면 신의 세워 놓은 울타리를 허물고 마치 자신들의 신이 자신만을 도와가며 테크니컬 파울을 수 있는 것처럼 꾸민 교회를 꾸짖을 것이다. 누군가가 진정한 예수의 제자로 나서서 신의 울타리를 다시 복원해 교회가 신도들의 삶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코치의 역할을 해주기를 소망할 것이다. 울타리 밖에서 하나님의 코칭을 받은 성도가 자신의 운동장 안에서 일인칭 주체로 일어서서 협업을 통해 기적의 주인공으로 서는 세상을 소망했을 것이다.

우리가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경쟁해가며 각자도생을 위해 동물처럼 전력질주를 하는 동안 우리는 운동장을 만들어 주체성을 일으켜 세우고 격려해주는 믿음의 울타리를 잃었다.

리더십 학자들이 일관되게 최고의 리더로 꼽는 성경 인물은 느혜미야다. 바빌론에 유수되었던 유대인들이 고레스 칙령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성전을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 느혜미야는 다른 리더들과는 달리 성전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성벽이라는 울타리를 복원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해서 결국은 성전 복원에 성공했다. 느헤미야는 가치와 믿음의 울타리가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이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불확실성을 이겨가며 성전을 복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최초로 깨달은 선각자다.

믿음의 울타리가 복원되지 못하면 성도들은 하나님을 우상화하고 미신과 다름없는 사이비 기복신앙의 숙주가 된다. 역사를 통 털어 뛰어난 진성리더는 무너진 성전을 복원하기 전에 울타리를 복원한 사람들이다. 울타리가 무너진 세상은 힘 있는 사람들이 카르텔을 구성해 테크니컬 파울을 자행하며 약자의 일인칭 주체성을 말살하는 동물의 왕국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이런 유사 동물들이 뛰어 넘을 수 없는 가치의 전기 울타리를 복원해 공공선을 지향하는 인간들이 주체적으로 협업해가며 생생지락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내는 진성리더를 찾아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