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싱가폴은 감시와 처벌 시스템에 의존하는 방식에서는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되는지를 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많은 지표 중 경제 지표만 인용한다면 실제 싱가폴의 일인당 GDP는 2023년에 84,714 달러다. 북한은 공식적 추정치가 없지만 1000달러 정도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은 경제적 부에서 북한에 84배로 앞선 국가가 되었다. 두 국가의 감시와 처벌을 위해 사용되는 질서 비용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북한에서 온 학생들도 있고 싱가폴 학생들도 있지만 분위기가 천지차이다. 싱가폴 학생의 분위기는 전형적 모범생 분위기다. 한국에서 모범생은 공부 잘하는 상위 학생을 지칭하는 변수이지만 싱가폴 학생들에게 모범생은 상수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냥 모범생 모드로 공장에서 기획되어 길러져 왔다는 느낌이다. 반면 북한에서 온 학생들은 주체성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글거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느낌이다.

푸코는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질서 비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질서 비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대국가는 물리적 감시와 처벌을 벗어나 세련된 미시적 감시와 처벌의 방식을 동원했다. 국가는 질서를 만들기 위해 동원하는 비용을 아껴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비용에 투자할 때 번성을 구가한다.

푸코가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근대국가를 넘어서 현대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IT가 발달한 현대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물리적 감시와 물리적 처벌을 운용하고 있다면 국가를 운용하는 감시 처벌 비용이 치솟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감시와 처벌 방식이 작동하지 않아 국가와 국민 간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국 신뢰자본이 없다면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위한 플랫폼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번성하는 국가로 진입하지 못한다. 푸코는 국가는 물리적 감시와 물리적 처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군대, 병원, 학교에서 고도화된 심리적 감시와 사회적 처벌 시스템을 개발해 국민들을 암묵적으로 사회화 시킨다고 설명한다.

국제 사회에 감시와 처벌하면 떠 오르는 두 상징적 국가는 북한과 싱가폴이다. 북한은 1948년 북한 단독정부 수립이후 김일성 일가가 통치해왔고 싱가폴은 1959년 부터 리콴유 총리와 그 뒤를 이어 아들이 지금까지 통치해오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념을 기반으로 통치되어 왔고 싱가폴은 국가주도 자유시장 경제를 통해 통치되어 왔다. 북한은 단일민족 국가지만 싱가폴은 다민족 국가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정보를 단절하는 물리적 철조망이나 5호 담당제와 같은 감시체계를 동원하여 나라 전체가 감옥이다. 특히 5호 담당제로 서로 감시하게 하는 체제는 푸코가 말하는 둥그런 원통형 감옥 '파놉티콘' 이다. 이런 감시체계가 작동해 북한 주민은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을 갖도록 만든다. 반면 싱가폴의 감시체계는 대부분이 IT를 이용한 효율적 감시체계다. 모든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시민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스마트 시티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민들의 이동 경로,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감시체계를 선제적으로 활용한다.

북한의 처벌 시스템은 강제노역에 동원하던지 물리적 감옥을 이용한다. 심각한 범죄는 공개처형을 이용한다. 싱가폴의 처벌 시스템은 태형과 사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처벌은 경제적 처벌이다. 사회적 처벌도 동원한다. 예를 들어 처벌로 봉사활동을 시킬 때 쪼끼를 입게하고 이 쪼끼에 처벌 문구를 적어 넣는 방식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만든다. 당연히 북한 주민이 국가를 비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지만 싱가폴에서도 언론이나 국민이 국가를 비판하는 것을 심각하게 통제된다.

문제는 이런 감시와 처벌의 의도다. 돈이 쓰이는 곳이 의도가 향한 곳이다. 싱가폴은 감시와 처벌에 드는 비용을 아껴서 재원을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개발과 자유무역시장 시스템에 투자했다. 감시와 처벌을 통해 질서를 만드는 의도가 먹고 사는 경제적 자유를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싱가폴은 감시와 통제에 사용되는 비용을 아껴서 경제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에서의 감시와 처벌의 의도는 사회주의 이념으로 포장된 김일성 일가의 독재를 유지하는 목적이다. 겉으로는 고깃국에 이밥을 먹기 위함이라고 선전하지만 북한 주민 누구도 이 말을 믿지는 않는다. 고깃국에 이밥 먹이는 것이 의도가 아니라 김씨 일가의 체제 유지를 위함이라는 것을 북한의 의식 있는 성인이라면 다 안다. 주민들도 이런 감시와 처벌의 불순한 의도를 다 알기 때문에 감시망을 벗어나면 죄의식 없이 감시와 처벌의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북한은 감시와 처벌을 통해 만들려는 의도의 공공성을 소구하지 못해 결국 지금과 감시망을 벗어난 곳에서는 도둑질과 같은 생활 범죄가 일상이다. 감시와 처벌의 상징인 군대조차 이런 생활 범죄를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

싱가폴은 효율적으로 감시와 처벌 시스템을 작동시켜 여기서 생긴 여유 자원을 시장경제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제적 자유를 쟁취했다. 감시와 처벌 비용을 줄이지 못한 북한에서는 모든 문제가 생기면 브로커를 찾아내 뇌물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 감시와 처벌 비용이 줄줄이 새고 있는 셈이다. 싱가폴은 브로커 시스템이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첨부된 그림이 설명하듯이 그 사회가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법의 울타리가 지켜지고 있는지, 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식의 울타리가 작동되고 있는지, 법과 상식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가치의 울타리가 있는지의 문제다. 가장 낮은 수준의 도덕성은 법의 울타리에서 헤매고 있는 국가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은 가치의 울타리가 작동되는 사회에서 목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한은 물리적 감시와 처벌로 국가 전체를 판옵티온 감옥으로 만들어 운용하고 있지만 실패했다. 당연히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남들에게 이해충돌로 손해를 끼치는 것을 개념하지 않는다. 법에 걸려도 브로커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 전체가 이런 브로커들이 만든 토굴로 덮여있다. 싱가폴은 나름대로 국가를 유지하는데 드는 감시와 처벌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감시와 처벌에 대한 의도의 순수성이 한 몫을 했다. 여기서 생긴 여유자금을 통해 나라 전체를 국제 자유중계무역의 플랫폼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싱가폴의 수준은 당연히 법의 울타리가 지켜지고 있고 카르텔이나 정치를 이용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경쟁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상식의 울타리도 지켜지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싱가폴이 경제적 자유를 넘어 가장 높은 수준의 가치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대한민국도 IT가 발달해서 눈으로 보이는 범죄를 행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의 울타리가 작동되는 구조는 아니다. 생활 범죄가 아닌 보이지 않는 Whilte Collar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White collar 범죄는 걸려도 돈만 있으면 다 빠져 나올 수 있는 구조로 엮여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만연한 White Collar 범죄에 대한 조소다. 북한에서는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브로커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법조인들이 브로커다. 또한 법이 없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식적 행동도 눈에 보이는 것은 당연히 자제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상식적 행위는 더 심각하다. 식당에서 자녀가 떠드는 것은 자제를 시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행 되는 카르텔과 전관예우는 대한민국에서 일반 관행이다. 북한의 조잡한 토굴이 아닌 카르텔과 전관이 만든 세련된 토굴은 대한민국 지하 세계 모습이다. 가치의 울타리 측면에서 적어도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출직 공무원, 대통령 등 사회적 리더로 나서는 사람들이 법과, 상식을 넘어 가치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누구도 긍정적으로 답변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일견 외재적 법의 울타리와 상식의 울타리가 지켜지는 모습처럼 보이나 안을 파고 들어가 보면 겉으로 보이는 법과 상식의 울타리는 이미 무너져 있고 그 안 운동장에서는 엄청난 무질서와 비윤리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을 뒤집어 보면 보이지 않는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의 동물의 왕국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무질서가 초래하는 불투명성이라는 사회적 거래비용을 감내해가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번지름나게 먹고 사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 하루의 일상은 고되고 치열하고 힘들다. 대한민국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문드러지게 멍든 국가다.

이런 무너진 울타리를 가진 대한민국의 윤리적 수준을 마찬가지로 무너진 울타리를 가진 북한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선진국가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국민들의 공유된 마음과 정신 속에 파놉티콘이라는 자발적 가치 울타리를 세우고 이 파놉티콘 안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혀줄 존재목적의 성소를 등대로 세우고 구성원이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생생지락해가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땀 흘릴 수 있는 운동장이라는 울타리, 성소, 운동장이라는 삼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가치의 울타리가 작동되는 나라를 만들기까지 대한민국은 온전한 자유 해방 국가는 아니다. 이상적이라고 치부해왔던 법, 상식을 넘어 가치의 울타리로 국가를 개조할 수 있는 진성리더가 정말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