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사원으로 최근 회사를 옮긴 안인정씨는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오늘도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몇 가지를 작전을 주도 면밀하게 기획하고 실천한다. 안인정씨가 목숨을 바쳐 얻으려는 것은 회사로부터 동료로부터의 인정이다. 안인정씨는 자신의 작전에 의심을 품는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실제로 모르는 지식도 동원해서 아는 척한다. 오버를 해서라도 인정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의 말이 동료들에게 먹히기라도 하면 그날은 우쭐해지지만 말의 씨가 안 먹히는 날에는 밀려오는 열등감을 식히기 위해 퇴근 후에는 혼술이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친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심지어 목숨을 건다. 또한 이들은 인정받음을 쟁취하기 위해 왕따라는 또래 정치에 몰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겪었던 이런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도 극복되지 못하고 반복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명품 등을 통한 과시적 소비나 성형중독, 모범생 콤플랙스, 참함의 코스프레 등등은 아직도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도 청소년기의 인정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심지어 조직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요즈음 중요한 것이 칭찬이 아니라 부하를 인정해주는 한 마디라고 강조한다. 칭찬은 어린이에게나 작동되지 세상 물정 뻔히 아는 어른들에게 작동되는 원리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칭찬보다 상대를 인정해주는 인정만이 어른들에게 강화의 메카니즘으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는 본인 입장에서는 칭찬이나 인정이나 모두 목적은 같다. 사회적 모범생을 만들어 기득권이 세운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게 하는 것이다. 사회를 정체되게 만드는 기득권의 음모에 낚인 것이다.

왜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칭찬과 인정에 목을 메며 살아갈까?

사회심리학자들은 존재감 때문이라고 본다. 존재감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생기고 이 영향력이 입증되어야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고 있음에도 영향력이 없어서 식물이나 물건 취급 당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 죽음이 축적되면 물리적 죽음이 따라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카카오에서 동료평가에서 하위점수를 받은 분이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올려서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이런 인정투쟁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을 분석해보면 의외로 재능이나 가진 것이 많은 모범생들이 많다. 이들은 이미 회사에서 존재감과 영향력을 획득한 세력이 설정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자신의 자신의 존재이유로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기득권이 써준 대본을 그대로 연기하면서 사는 연기자들이다. 이들 모범생들은 아무리 잘 되어도 사회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하수인일 뿐이지 사회적 변화나 가치를 창출하는 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재능이 없어서 뛰어난 모범생이 못 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사람 코스프레에 몰입하기도 한다. 착함의 코스프레는 기득권 세력에게 적어도 반기를 들 사람들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냄을 통해 최소한 자신의 생존의 문제를 침해하지 못하게 보호한다.

기대와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연인관계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듯이 사람들은 상대를 사랑하는 한 사랑하는 상대를 주인공으로 세운다. 상대를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생각한다는 것은 사랑이 식었다는 증거다. 이 사랑의 원리는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시작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나 상사가 써준 대본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쓴 대본으로 자신을 주인공이 되어 만들기 시작한다. 이들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상은 자신이 지향하는 미래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동업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장점만 사랑하는 사랑의 편애를 과감하게 탈피한다. 이들은 자신의 아픔까지 사랑하여 이것을 성숙시켜 온전한 자신을 사랑한다. 장점만 사랑하는 사랑의 편애는 자신에게 햇빛만 내리쬐게 만듬에 의해서 자신을 사막화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전하게 사랑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과 가면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세우고 이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하고 이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구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 마음 속에 자신은 주체성을 가진 차별적이고 매력적인 존재로 태어난다. 아무리 멋지게 포장해도 찍어낸 기성품과 같은 사람을 자신의 마음 속에 소중하게 품어줄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존재감을 획득하는 첫 걸음이 자신의 삶의 스토리에 자신이 주인공임을 각성하고 이것을 세워가는 일이다.

최근 아카데미 조연상을 획득해 관심을 받고 있던 윤여정씨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고 해서 윤여정이 조여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여정은 더 윤여정 다워졌을 뿐이다."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자신을 인정할 수 있을까? 이런 인정은 허구적이다. 모범생 마인드와 착함의 코스프레를 지금이라도 벗어버리고 자신의 아픔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을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온전한 정체성을 세우고 이 정체성을 사랑함을 통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만이 기득권 세력이 자신이 세운 질서의 하수인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인정투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글 초반에 등장한 안인정씨의 문제는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지 못함에서 생긴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안인정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부하, 자식, 제자들의 맨토로 이들의 성장을 기대한다면 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충고는 "진심으로 네 자신을 네 자신으로 사랑하라"라는 말일 것이다. 안인정씨는 죽을 때까지 안인정씨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