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유로움하면 가장 많이 연상하는 그림은 작은 베낭을 메고 홀연히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여행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분주함을 잊을 수 있는 한적한 시골길이라면 자유에 대한 경험은 배가 될 것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자유를 위해 일상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책무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해야할 일이 태산같은데 이 책무를 져버리고 자유를 위해서 탈출한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책무를 다 할 때까지는 탈출을 시도하지도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죽음에 직면해서도 책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에게 여행을 선사하지 못할 것이다.

혹자는 책무를 다해놓고 떠나면 될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부과된 책무를 세어보라. 부모로서의 책무 자식으로서의 책무 회사원으로서의 책무 애완견을 돌봐야 할 책무 등 책무의 숫자로 따지면 너무 많아서 죽을 때까지 이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삶의 성실을 따지는 사람에게 여행은 남의 이야기이다.

문제는 책무의 본질에 있다. 우리에게 부과된 책무들을 들여다보면 이들 책무 중 거의 모든 책무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내 동의도 없이 내 삶에 은근슬적 끼워넣어진 것이라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대부분의 책무는 남들이나 사회가 내 등에 은근슬적 올려놓은 것이다.

이런 책무를 일일이 다할 수 없다면 내가 스스로 약속한 진짜 책무는 무엇일까? 진짜 책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마도 자신이 태어날 이유를 가진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이유가 규명이 되어야 내가 반드시 해야할 고유한 책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아마도 내가 세상에 다녀감에 의해서 세상은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지고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책무가 드러날 것이다. 이 책무를 깨달았다면 이 책무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 책무를 실제로 이행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 책무를 이행하는 순간 나는 세상에 진 빚을 다 갚고 진실로 이 빚에서 자유로와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자유를 기념하기 위해 작은 베낭을 메고 홀연히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 <나는 빚을 다 갚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소비단식을 통해 빚을 다 갚았다. 빚을 다 갚는 다음 달부터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것을 보고 삶이 임파워먼트 되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우리에게도 책무의 단식이 필요한 것 아닐까?

책무의 단식을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내가 세상에 약속한 가장 중요한 책무 중심으로 책무를 단식하고 이렇게 설정된 진짜 책무를 이행하고 나면 우리 삶에도 자유로운 여행을 위한 충분한 잔고가 쌓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는 자신이 약속한 자신의 삶의 존재이유를 구현하여 자신에 대한 진실을 직면할 때다. 이 진실이 논증이 되어 삶의 감옥에서 석방될 때 인간은 가장 큰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할 일은 다했다는 안도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석방에 고무된 감옥의 사람들이 자신의 진실을 위해 삶을 경주하기 시작하고 이 진실이 실현되어 감옥에서 석방되는 것을 목격할 때 우리는 더 큰 자유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자신이 인정한 고유한 책무를 이행해서 진실을 증명하고 이 진실의 증거로 석방된 이들이 자유롭게 작은 베낭을 메고 하지 못했던 여행을 떠나는 것을 목격할 때 자유의 큰 힘을 실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