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드널드 전 CEO 짐 캔탈루포, 돈을 쫒아가는 비즈니스를 하지마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업계의 부동의 강자 맥도널드는 1990년 후반과 2000년 초반 내외적으로 몰아친 위기에 몰려 서서히 고사당하고 있었다. 1990년대의 글로벌 경제에서의 호황이 서서히 퇴조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와 이라크 침공은 반미 정서에 불을 붙였다. 미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사업에 치중하던 맥도날드에게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그자체로 큰 이슈였다. 이와 동시에 영국과 캐나다에서의 광우병 발명은 쇠고기를 주재료로 삼고 있는 맥도날드에게는 결정타가 되었다.
고객들의 취향도 변하기 시작했다. 해피밀이나 빅맥과 같은 값싸고 고칼로리 음식에서 건강과 다이어트를 생각한 저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대세가 되었다. 고객들의 변화를 재빠르게 간파한 경쟁 패스트푸드 업체들에게 고객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점에 다규 제작자이던 모건 스퍼락이 한 달간 맥드널드에서 수퍼사이즈 메뉴로 세끼의 식사를 해결해가며 몸의 변화를 찍은 “수퍼사이즈 미”가 방영되면서 몇몇 초등학교의 부모들은 맥도날드가 아이들 비만의 주범이라고 제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맥도널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미국에서 고객서비스가 안 좋기로 악명 높은 미 국세청 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환경변화에 대한 맥도널드의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대응전략은 삶아 죽는 개구리 실험에서의 점진적 죽음이었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어서 비교적 환경변화에 능숙하다. 이런 개구리를 잡아서 비커 속에 넣고 온도를 10도씩 서서히 올려 가면 개구리는 변화에 적응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비커 속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고 서서히 삶아죽게 된다. 맥도널드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었다.
당시 CEO 그린버그는 맥도널드가 삶아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사업은 수치상으로 여전히 이익내고 있었고 이와 같은 낙관론에 기대어 고객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되었다. 창업자 때부터 맥도널드의 강점이 되어 왔던 빠른 서비스와 깨끗한 매장, 질 좋은 메뉴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퇴조하고 돈벌이가 되는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질 좋은 메뉴의 개발보다는 프랜차이즈 매장의 임대 수익이 더 쏠쏠하다는 것을 알고 매장을 매입해서 임대해주는 사업을 확장해갔다. 그린버그의 사업전략은 창업자 때부터 강조되어온 “고객에게 더 좋은 메뉴를 제공해서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돈이 따라오도록 사업을 해야한다”라는 미션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쾌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맥도널드는 2003년 역사상 최초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그린버그는 CEO자리에서 퇴출된다.
2003년 그린버그의 뒤를 이어 CEO로 등극한 짐 캔달루포는 1998년 그린버그와의 CEO경쟁에서 밀려나 회사에서 퇴직한 상태였다. CEO 경쟁에서 물러난 사람을 다시 불러들여 CEO의 자리에 앉힌 것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맥도널드를 뼈 속 깊이 아는 사람이 맥도널드의 전통적 강점들을 되살려 원래의 괘도로 돌려달라는 이사회의 기대가 깔려있었다.
캔달루포가 맥도널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선포한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은 반드시 몸으로 실천한다”라는 원칙이다. “이기는 계획”이라는 한 장짜리 전략 기획서에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실천계획을 담았다. 창업자가 강조한 돈을 따라다니는 비즈니스에서 돈이 따라오게 하는 비즈니스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전 직원들에게 공유시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맥도널드의 원래의 장점인 깨끗한 레스토랑, 빠른 서비스, 따뜻한 음식이라는 기본을 사수할 것을 천명하였다. 죽는 날까지 반드시 사수할 것들이 분명해지자 나머지 것들은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캔달루포가 급진적 혁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고객서비스의 개념이었다. 건강한 메뉴와 건강한 서비스를 강화하여 고객들이 맥도널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앞장서서 실천해나갔다. 건강한 메뉴를 구현하기 위해서 샐러드 라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제공하였고 건강한 고객서비스를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객장을 돌며 서비스의 수준을 점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신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온라인 네트웍을 집중적으로 이용하였고 특히 매장 직원들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2004년 4월 19일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기까지 짧은 재임기간 동안 캔달루포는 맥도널드를 완벽하게 기사회생시키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이 기간 동안 기사회생을 넘어서 두 자리 수의 매출성장의 주도했고 주가도 두 배로 키웠다. 캔달루포의 고객가치에 대한 맥도널드식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더 이상 스타벅스에서 긴 줄을 서가며 커피를 기다리기보다는 맥도널드에서 비슷한 고급 브랜드의 커피를 싼 가격에 기다리지 않고 마실 수 있게 하는 선택권을 고객들에게 되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