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동엽, 정찬우, 김태균, 이영자가 진행하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푹 빠져 있다. 학습의 요소와 개그의 요소를 제대로 결합시킨 수준 높은 오락 프로그램이다.

이 쇼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서 삶의 태도를 바꾸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고민 유발자를 고발한다. 고발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고발 당한 사람을 초대해 이 사람의 변론을 듣는다. 이 고발자와 고민 유발자를 잘 아는 주위 사람까지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마지막으로 이것이 고민인지 아닌 지에 대해 150 여명의 방청객들이 투표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사연이 고민이지만 그래도 투표자 수가 100표를 넘으면 심각한 고민으로 취급된다. 이 고민과 연관이 있을 법한 핫한 아이돌이 출연해서 이들의 고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투표에도 참여한다. 높은 투표를 얻은 고민 고발자에게는 정해진 상금도 있어서 게임요소가 있다.

프로그램의 사명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그날까지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이 목적이다.

네 명의 걸출한 사회자들의 입담도 맛을 더해주지만 이들은 고발된 사람을 위해 주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배려해가며 웃음을 가미해 재치 있게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구조는 어린이와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어른 간의 대화를 시뮬레이션한다.

예를 들어 고민 유발자로 고발된 대상이 지금 타이어를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이들의 질문은 이런 식이다. 사회자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처럼 질문에 질문을 던진다.

사회자: 지금 뭐하세요?

고민자: 타이어가 펑크났다.

사회자: 펑크난게 뭐예요?

고민자: 못에 찔렸나봐요?

사회자: 타이어가 어떻게 못에 찔려요?

고민자: 어이 없는 듯이 본다.

사회자: 사람도 아니고 타이어가 어떻게 못에 찔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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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자신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해체 당하는 연속적 질문을 받는다. 문제는 <안녕하세요>에는 이런 의문을 하는 사람이 고발자 뿐 아니라 방청객도 동조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고민 유발자도 자신이 당연히 여기고 있는 자신의 태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수의 상식적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는 다른 태도를 가지고 아주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태도에 대해 판단중지한다. 특히 자신의 태도가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태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판단중지한다. 많은 방청객들이 지금의 태도가 아닌 더 상식적인 태도에 지지를 보내면 고발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태도를 바꾸었을 때 드러난 더 나은 실체나 본질에 각성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삶을 살다. 이 태도가 고민 유발자에게는 현실이다. 문제는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 태도와는 다른 현실을 살고 있다면 자신의 삶과 세상이 서로 어굿나는 삶을 살게되는 디커플링을 경험한다. 자신이 구성한 현실과 주변이 구성한 현실 사이에 싱크로가 떨어지면 삶에 마찰력이 증가해서 삶이 점점 힘들어진다. 대개 이런 문제를 야기시키는 본인만 모르고 있어서 고발자의 힘만으로 다른 더 상식적인 태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회사에서 동료 및 리더 코칭 프로그램으로도 쉽게 응용될 수 있다. 고발하는 사람이나 고발 당하는 사람을 묶어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가 태도를 바꾸지 않음에 의해서 야기되는 불편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해학적이고 유머의 코드를 동원해서 풀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변화가 상수인 세상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고정된 태도를 가지고 대한다는 것은 상대를 내 과거의 경험의 산물인 태도의 감옥 속에 가두는 행동이다. 자신의 삶의 나침반이 지시하는 대로 맥락에 맞춰 태도를 유연하게 바꿀 수만 있다면 요즈음 시대 보기 드문 최고의 학습자일 것이다. 아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칭송이 자자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해도 최소한 상식을 벗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지만 남들 보기에도 그럴까? 아마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지금도 나에게 <안녕하세요>에 같이 나가자고 제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