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는 나이는 마음의 상태라는 묘사가 나온다. 물리적 나이가 청춘이어도 마음이 늙어 있으면 늙은 것이고 마음이 나이가 장년기에 접어들었어도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함과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아직은 청춘이라고 규정한다.

청년으로 삶을 마감하시는 노인들의 사망 진단명은 대부분 심장마비다. 몸의 물리적 상태가 마음의 청년 상태를 따라가지 못해 심장이 정지하는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몸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의 불꽃으로 장엄하게 전사한 것이다.

마음의 상태가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시작한 사람은 근대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와 완성자인 칸트다.

데카르트는 마음 속에 무의식적으로 그려져 있는 지도를 정신모형이라고 칭하고 이 정신모형에 새겨진 상태로 자신의 삶의 무늬를 판단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칸트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있는 그대의 세상을 반영한 지도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미래를 염두에 두고 미래의 개념을 반영한 지도를 구성해낸 사람들을 구별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현실과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서 미래의 개념을 구성해 새로운 지도를 만들고 이 지도의 설계대로 세상을 만들어간 선구자들의 피와 땀 때문이라고 보았다.

데카르트의 정신모형에 대한 개념과 칸트의 구성주의 개념은 최근 뇌과학의 발전으로 더 정밀하게 입증되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내는 기제인 정신모형이란 시냅스 네트워크 패턴 지도이고, 이 시냅스의 지도는 과거, 현재, 미래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 여행 능력에 의해서 변화하는 것을 밝혀냈다. 뇌는 현실적으로 똑똑하기는 하지만 최고의 맹점이 실제의 경험과 상상적 경험을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로 상상임신이나 피그말리온 효과나 자기완성적 예언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다 뇌가 상상적 경험과 실제 경험을 구별하지 못하고 그렇게 구성되고 믿은 현상에 맞춰 몸에 호르몬 반응을 명령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이런 미래에 대한 상상적 체험을 하고 세상을 이 상상적 체험의 성공도식으로 보기 시작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 개인의 선구적 상상은 그냥 현실의 단단한 바위에 씨알 한 톨을 뿌린 것에 불과할 뿐이다. 현실은 같이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정신모형들이 세상의 운동장에 모여 협상과 암묵적 합의를 통해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혁신적 미래를 구성하는데 성공해도 다른 사람이 이것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절대로 현실이 되지 못한다. 이와 같은 현실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의 형태는 다양하다. 바위에 계란 던지기 전쟁, 십자군 전쟁, 전도 폭팔 전쟁, 홍위병 전쟁, 교조적 사회주의 전쟁, 정치적 진영논리 전쟁 등이 존재한다. 이런 전쟁은 사람들 마음에 회복이 어려운 깊은 상처만을 남긴다.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낼 때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우제를 지켜보던 인디언 꼬마는 어른들의 게으름에 항의하기 위해 우비를 입고 기우제에 나타났다. 이유는 기도를 통해 비가 올 것이라는 인디언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정신모형의 지도를 믿고 있다면 반드시 비가 올 것이므로 우비를 입고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항상 같은 복장으로 기우제에 나타나는 것은 자신들이 열심히 기도는 하지만 자신들의 기도에 믿음의 뿌리가 없었다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어린 인디언이 보기에도 믿음이 없는 기도는 그냥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도가 세상을 바꾸는 원리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물꼬가 되어 이 기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이 기도를 자신의 정신모형의 일부를 채용해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할 때이다. 기도를 통해 세상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말 그대로 제심합력을 통해서이다.

제심합력을 동원하는데 성공한 공동의 정신모형의 중심에는 선한 세상에 대한 염원인 목적과 사명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 목적과 사명에 대한 믿음이 우리의 일상의 삶과 만나 우리에게 희망, 격려, 용기, 고양, 감사, 아름다움의 스파크를 전달하는 것이 소명이다. 이런 소명을 수신해서 미래를 향한 삶의 스파크를 받는 동안 우리는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청춘이란 미래를 염두에 둔 상상체험으로 죽음이 현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운명을 연기 시키는 방식이다. 자신의 안테나를 통해 미래를 수신하는 시그널을 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죽음을 연기 시키는 청년은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미래를 구성할 수 있는 나이를 초월한 청년들의 숫자를 키우는 것이다. 정치나 사회에서 우리가 지금 직면한 위기는 미래의 상실에서 온 것이다. 젊은이들이 과일 나무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딴 열매를 가지고 싸우는 공정성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는 것은 이미 과일 나무에 대한 믿음 즉 미래를 상실한 증거이다. 공정성의 문제는 공정성이나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파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믿음과 이 믿음을 현실화하는 실험인 혁신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미래의 복원해 통해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만이 공정성의 이슈를 잠재울 수 있다. 젊은이들이 공정성과 집과, 주식에 영끌을 한다는 것은 이미 이들 젊은이들의 정신모형 속에 미래가 지워졌다는 시그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