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장 1절에서 11절을 보면 예수가 행했던 첫 번째 기적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거기에 유대인의 경험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유대인들에게 포도주는 기쁨을 상징한다. 결혼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말로만 결혼식이지 기쁨의 생성이 결여된 형식적인 의식으로 가득찬 삶에 지쳐 있음을 은유한다. 하루 하루의 삶이 시지프스의 돌 굴리기가 되어서 점점 쇠락해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수의 포도주 기적은 기쁨이 새로 샘솟는 새로운 복제가 이뤄지는 삶을 의미한다. 좋은 포도주, 나쁜 포도주, 가짜 포도주로 이어지는 생명의 독특함이 점점 사라지는 복제가 아니라 물이 더 좋은 포도주로 변화되는 기쁨의 생성이 담긴 복제의 삶을 선언한 것이다.

복제는 남의 좋은 것을 베껴 타인 삶의 보통명사로 전락하는 복제도 있지만 자기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고유명사의 복제도 있다. 세상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을 날줄로 삼아 여기에 자신의 삶의 고유성과 철학과 목적을 씨줄로 엮어서 모든 사람들이 새롭게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드는 복제가 고유명사의 복제이고 진실한 복제이다.

고유명사 형 복제를 만들지 못하고 보통명사로 복제되는 삶의 결말은 좋은 포도주를 마시다 가짜 포도주를 마시는 삶이다. 궁극적으로 가짜 포도주를 마시다 다시 맹탕인 물을 포도주로 알고 마시는 삶으로 종결된다. 물을 포도주로 알고 마시는 삶은 삶에 기쁨이 사라진 삶이다. 삶에서 기쁨이 생성되지 못한 삶은 시지프스의 형벌보다 더 극심한 형벌이다. 생각보다 보통명사로의 복제를 복제의 모든 것으로 믿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삶에 씨줄인 목적이 없다면 아무리 가진 재산, 명예, 권력이이 많아도 자신이 보통명사로 복제되는 시지프스 삶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남들보다 많이 가졌음에도 삶에서 기쁨을 빼앗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운명이다.

예수가 살아서 행한 모든 기적은 고유명사 복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를 통해 세상에 근원적 변화가 만들어진 비밀이다. 예수를 본받아 보통명사 복제를 넘어서 고유명사로 삶을 복제하는 신실한 신자들이 바톤을 이어받아 기독교를 키웠다. 예수의 제자를 자청한 신실한 사람들이 고유명사 복제로 세상을 다시 기쁨으로 충만한 세상으로 채웠다.

지금 기독교가 쇠퇴하는 이유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교회에 진정한 복제의 의미를 상실한 목회자와 직분자들만 넘쳐나기 때문이다. 교회 시계를 예수가 첫번째 기적을 만들기 직전의 유대사회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앞장 서서 신도수와 건물 크기를 복제의 성공으로 잘못 규정했기 때문이다. 교회를 진실로 신실한 크리스찬을 탄생시키는 성소로 키우겠다는 예수와의 약조는 물거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