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경영은 글로벌에서 미래의 경쟁력과 관련해 초미의 화두이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개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성은 근원적 다양성(Deep Diversity)와 표면적 다양성(Face Diversity)으로 나눠진다. 표면적 다양성이란 눈으로 확인되는 다양성이다. 인종, 성, 나이가 대표적이다. 겉으로 봐도 흑인, 백인, 황인종이 명확하게 구별되고, 여성 남성,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이 구별된다. 근원적 다양성은 보이지 않는 다양성이다. 가치관, 태도, 규범의 차이에서 보이는 다양성이 근원적 다양성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 여성과 남성이 동료로 근무한다고 할 때 이념형적으로 이들 간에는 표면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다시 두 집단을 생성해낼 수 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생물학적으로 드러나는 차이인 표면적 다양성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고 이들이 같은 가치, 생각,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근원적 다양성이 구별되어 진다. 한 사람은 여성이고 한 사람은 남성임에도 같은 가치와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근원적 다양성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고 다른 가치, 태도,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근원적 다양성에서도 달라진다.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과학적으로 얻어낸 결론에서 차이는 근원적 다양성과 표면적 다양성이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에서다. 사람들은 인종이나, 성, 나이에서의 차이가 다양성의 문제를 더 크게 일으킨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는 반대이다. 사람들은 인종, 성, 나이에서의 차이보다 근원적 다양성에서 오는 차이를 더 극복하지 못한다. 인종, 성, 나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차이에 대한 인지가 강하게 들어오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시점이 온다. 이 시점부터 인종, 성별, 나이의 차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표면적 다양성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근원적 다양성의 보이지 않는 차이다. 최근 급증하는 이혼도 남성과 여성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둘이 가족으로 가지고 온 가치, 생각, 태도, 품성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혼은 가족에서 다양성 경영의 실패의 이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회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목숨처럼 소중한 가치가 있는데 결혼으로 인한 가치 차이가 가져올 갈등을 극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회사에서는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빌미로 복장을 자유롭게 하거나 서로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영어 이름을 만들어 부르게 하는 회사들이 많다. 이런 회사들이 바로 근원적 다양성과 표면적 다양성을 오해하는 대표적 회사들이다. 복장이나 영어 이름과 같은 표면적 다양성이 근원적 다양성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설정한 다양한 가치를 모아주는 목적과 사명이 없는 경우 이런 다양성 정책은 그나마 회사가 가지고 있던 문화를 당나라 군대의 약한문화로 전락시킨다.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고질적 근원적 다양성 요소는 지연, 학연, 학벌, 혈연이다. 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에 새로운 가치를 이입시키기보다는 이들이 들어와서 회사가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를 갈기 갈기 찢어 놓는 조직정치의 도구로 변질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통해 회사가 미래를 창의적으로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회사가 죽는 순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회사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목적과 사명이 필수적이다. 목적과 사명은 다양한 가치를 담는 그릇이다. 이런 다양성을 담아 미래를 만드는 동력으로 수렴시킬 수 있는 그릇이 없는 회사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들이 가지고 들어온 가치와 배경을 중심으로 회사를 영토분활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하위 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왕국을 만들어낸다. 목적과 사명이 분명하지 않은 회사에 다양성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일 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양성을 자산으로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복장, 호칭, 남성, 여성, 밀레니얼, X세대 등의 표면적 다양성이 가치의 근원적 다양성을 가져 올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둘째는 설사 표면적 다양성을 넘어서 다양한 가치를 가진 구성원들이 충원되더라도 이들의 다양성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인 목적과 사명이 부재하고 있는 문제다. 다양한 가치를 기여하겠다는 초심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결국 비슷한 가치를 가진 정치파당으로 전락한다.

표면적 다양성을 넘어 근원적 다양성을 가진 구성원의 충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담아낼 수 있는 크기의 다양성 그릇인 기업의 존재우위를 규명해주는 목적과 사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양성은 그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 회사가 약속한 미래를 만드는데 표면적 다양성이든 근원적 다양성이든 충격을 주고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밀레이얼인지 X세대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남성과 여성,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의 차이로 조직의 미래에 어떤 새로운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실질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더 나은 차이를 통해 다양한 후배들이 더 평평한 운동장에서 남성, 여성, 밀레니얼 X세대의 표면적 다양성의 덫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게 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다양성 경영의 본질은 회사의 <목적을 향해> 피어난 일곱색깔 무지게를 만들 수 있는지의 문제다. 다양성 경영의 성과는 무지개 색깔의 차이를 통해 조직에 더 나은 미래의 차이를 만들었는지에 의해 평가된다.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의 변화는 항상 변방에서 찾아온다. 변방의 다양한 다윗들을 충원할 수 있는지가 생존과 번성을 결정한다. 기업이 흥하고 망하는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다윗의 옷만 입고 있는 마네킹 다윗인지 조직에 자리잡은 방호기제인 눈먼 골리앗을 물리쳐 조직의 미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진짜 다윗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들 다윗 지원자들이 조직이 고객과 사회에 약속한 목적에 대한 믿음과 약조를 지킬 수 있는 진짜 다윗인지를 구별해낼 수 조직의 안목에 조직의 성사가 달려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잘못된 이념으로 근원적 다양성이나 표면적 다양성이 무지개로 피어나는 것을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막아왔다. 우리나라가 글로벌에서 존경받는 시민사회로 성장하기 위해 물리쳐야 할 골리앗은 단일민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다. 단일민족은 지금까지처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근원적 다양성이나 표면적 다양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한 목적의 의미로 부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