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머리를 개입해 도출해야 하는 성과란 경영학의 현학적인 말로 다시 표현하면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해결력이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마도 조직심리학자 Robert Katz가 오래전에 제시한 세 가지 능력인 기술적 능력, 대인관계 능력, 개념화 능력 중 한 가지에 문제가 생긴 것일 것이다. 변화가 상수가 된 작금의 초연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성과가 나지 않는 이 세가지 이유 중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개념화 능력이다.

가장 쓸모 있었던 기술도 세상이 변화하면 당연히 유용성이 떨어진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 역량과 화려한 스펙으로 중무장해 자신에게 무거운 갑옷을 입게하지만 이 갑옷의 무게 때문에 상황이 변화하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든다. 골리앗과 다윗이 싸울 때 갑옷과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골리앗이 다윗에게 싸울려면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고 주장하지만 미래에서 온 다윗이 과거를 상징하는 골리앗의 주장을 따를 이유가 없다. 다윗은 멀리서 풀무돌로 지독한 근시안인 골리앗의 눈을 공격해서 골리앗을 쓰러트린다. 기술이나 전문적 역량으로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근시안으로 고생하고 있는 골리앗의 눈에 의존해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다. 열심히도 성과가 날리가 없다.

관계적 능력에 승부를 거는 사람들은 그래도 기술적, 전문적 역량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초연결사회에서 모든 성공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 찾아오고 자기 혼자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일들의 가짓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기술적 역량을 업데이트를 못해도 이런 역량을 가진 파트너와의 관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잘 살지는 못해도 최소한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변화가 상수인 초연결디지털 사회에서 리더로 등장하거나 번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개념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개념화 능력은 지식, 기술, 전문성을 넘어서서 대상을 볼 수 있을 때 파생된다. 기술, 지식, 전문성은 우리가 봐야하는 사물을 분절화 시켜서 보기 때문에 이것에 승부를 걸면 절대로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전문적 지식, 기술, 경험을 넘어서 현상을 보고 그 본질을 파악하고 이 본질의 의미가 시대적 맥락과 만나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구조화하는 능력이다.

초연결 디지털 사회에서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개념화 능력의 부족에서 생긴다. 개념화 능력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개념화 능력이 없으면 현상을 시대에 뒤떨어진 전문적 지식, 기술과 경험으로 잘 못 이해하게 되고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이것을 밀고 나갈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키운다.

서울공대 25인의 교수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축적의 시간>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반성해가며 고백한 점도 분절화된 전문적 기술만 가르쳤지 개념화 능력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사람도 개념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이 말은 이 사람의 문제해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짐을 지칭한다. 이 사람이 전문 기술 능력이 뛰어나고 인간관계도 준수해도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본적 문제 조차도 잘못 해결할 개연성이 높다. 개념화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시대에 적절한 업의 개념을 만들어낸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중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초연결시대의 새로운 연결 플랫폼으로 핸드폰이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부터이다. 베조스가 아마존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디지털 혁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온라인 창고의 개념인 글라우드란 개념을 착안하고 부터이다.

최고의 개념화 능력은 무작위로 움직이는 현상 속에 숨어 있는 본질을 구성하는 패턴의 흐름과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개념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이 본질과 본질이 변화하는 패턴을 찾아서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초점이 잘 조율된 맞춤형 안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개념화 능력은 어떻게 생길까?

첫째는 통찰력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면 통찰력이 없는 것이다. 온전한 눈으로 코끼리를 전체적 모습을 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가 코끼리가 어떻다고 장님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면 이 사람은 통찰력이 있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하루하루 근시적 생각으로 통찰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다 부분적으로 장님이다. 통찰력을 위해서는 망루가 필요하고 망루의 사다리를 높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계를 조금씩 초월적으로 확장하고 높혀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통찰력이 높은 망루에서 실체를 이해하는 혜안이라면 직관은 실체의 깊은 속에 들어가서 실체의 내연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실체의 본질은 숨겨진 원인과 눈으로 보여지는 결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인까지 깊숙히 파고들어 실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직관력이다. 직관력은 긍휼감 compassion을 통해 얻어진다. 대상에 대해 긍휼감이 없으면 대상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들의 인과적 관계를 규명할 수 없다. 본질은 보이는 현상만을 찾아서 결과 중심적으로 파악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깊은 속내를 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현상의 원인과 원인들은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네트워크자체가 변화하는 패턴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패턴의 변화는 항상 목적이라는끌개에 의해서 미래로 흘러간다.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서 자신의 안경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변화의 패턴을 파악할 능력이 떨어진다.

문제해결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 이유는 현상을 더 높은 곳에서 봐가며 세상과 신크로나이즈 할 수 있는 숲을 보지 못하거나, 더 깊은 곳에서 이 숲의 나무들이 뿌리를 보지 못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장기적 시간 변화의 패턴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결과와 분절된 전문적 지식과 보이는 현상적 수준에서 쉽게 쉽게 빨리빨리 단기적으로 남의 것을 카피해서 보기 때문이다.

개념화 능력을 신장 시키는데 다음과 같은 활동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현업에 찌들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개념에서 멀어질 때 자주 여행을 떠나라. 여행은 현업에서 멀리 벗어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최고의 통찰력 툴이다. 여행은 자신의 정신모형의 감옥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신모형을 통해 문제를 다시 보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혁신 체험이다.

과거에 고착되어 있는 자신의 정신모형이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정체성을 복원한 정신모형으로 재구축될 경우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서 본질이 발현(emergence)되는 것을 포착할 수 있는 눈을 얻은다. 정체성은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서있고 어디를 향해가는지, 미래, 과거, 현재의 점이 연결되는 경험이다. 자신의 정신모형에 정체성이 제대로 구축된 사람들만이 현재 과거 미래간에 대화가 가능한 최고의 시간여행자이다. 시간여행자들만이 변화의 흐름 속에 숨겨진 변화의 패턴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얻는다. 최고의 혜안도 시간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둘째 업과 연관된 분야에 봉사자나 자원 봉사자로 자주 나서라.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풀어보려는 체험은 현상의 원인에 대한 최고의 직관을 길러준다. 사이코 패스는 머리는 좋지만 가슴이 없어서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솔로몬처럼 마음이 따뜻한 명석한 사람은 항상 세상에 최고의 개념을 통해 최고의 문제를 해결한 장본인들이었다.

셋째, 아인쉬타인의 이론적으로 예언한 블랙홀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든 천체 물리학자들이 서로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각자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블랙홀을 관찰한 협업의 결과다. 목적을 중심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기반의 사회적 자본이 협업을 만든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된 끈을 가지고 있는지? 이들과의 직접적인 끈이 없어도 이들의 활동을 업데이트해 자신의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나름의 거인의 어깨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집중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술적 역량이다. 기술적 역량에 집중하는 동안에 대학은 다 취업 준비를 위한 전문대학으로 전락했다. 커리큘럼을 개념화 능력을 신장시키는 변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교과서를 외우게 해서 기억력을 테스트 하는 지금의 시험방식을 모두 오픈 북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구글서치를 하면 몇 초안에 다 답을 낼 수 있는 내용을 강의실에 학생들을 가두어놓고 재탕해가며 가르치고 심지어 이것을 제대로 기억하는지를 시험본다는 초연결시대의 패러다임에 역행하는 것이다. 잠재력이 뛰어난 밀레니얼들을 자신의 사고의 감옥에 가두어 놓고 시대에 역행하는 인재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대학이 밀레니얼들의 개념화 능력을 위한 지적 자유를 억압하는 전근대적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