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진정성 #지속가능경영

#Campbell's #3M, #Pepsi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ESG는 기업의 존재이유를 한 단계 높여서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세우고 이 운동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운동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자연환경(E), 사회환경(S), 기업 내부의 문화환경(G)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된다고 본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회사의 자연환경과의 관계는 착취에서 공존으로, 다양한 사회적 파트너와 관계는 경쟁에서 공생으로, 기업 내부구성원과의 관계는 양적 성장에서 공영으로 재구성된다.

진정성(Authenticity)의 정의는 True to Oneself이다. 자신에게 하는 약속과 이 약속의 실현을 도와줄 파트너에게 하는 이야기가 같은 상태가 진정성이다. ESG의 진정성도 ESG에 관해 자신 내부 구성원에게 하는 G 이야기가 회사 밖의 사회적 파트너인 S나 자연환경의 E 요소에게 하는 이야기와 같은지가 핵심이다.

ESG 진정성의 본질을 파악하게 해주는 잣대는 자신의 회사 경영진 및 구성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G에 달려 있다. 환경에서 하고 있는 행동이나 사회 파트너들에게 하는 회사의 행동이 G에서 약속한 내용과 어긋날 때 ESG에 대한 진정성은 Green washing으로 의심받는다. 예를 들어 외주노동자의 안전사고 문제 때문에 지탄을 받고 있는 회사가 ESG를 하겠다고 선언하거나, 페놀을 몰래 유출하고 있거나 탄소배출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가 ESG를 선언하는 것은 모두 Green Washing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사가 갑질과 부당한 업무지시로 내부구성원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ESG를 선언하는 것도 진정성이 떨어지는 행동이다. ESG가 진정성이 없이 행해진다는 것은 E, S, G를 통합하고 정렬시키는 마지막 규제가치가 없어서 이 세 영역이 따로 놀아가며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다.

G를 기반한 진정성의 플롯과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사명과 목적이다. 사실 ESG의 자연환경, 사회환경, 문화환경의 요소를 정렬시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요소도 따지고 보면 회사의 목적과 사명이다. 회사가 설정한 사명과 목적에 따라 회사의 문화도 정렬시키고, 사회환경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재정립하고, 자연환경과의 관계도 이 목적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회사가 ESG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는 회사의 모범이다.

ESG 운동의 붐을 일으킨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도 2018년 주주서한 부터는 일관된 메시지로 목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끌고 있음을 전제로 목적이 이끄는 ESG 전략을 강조해왔다. 2018년 주주서한의 제목이 "목적의식(A Sense of Purpose)"이다. 2019년 주주서한에서는 제목을 "목적과 이윤(Purpose & Profit)"으로 정하고 이윤이 목적을 따라오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기반임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서한 "근원적 자본주의의 전환(A Fundamental Reshaping of Capitalism)"에서도 목적이 가이드하는 자본주의 대변혁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서한에서 다시 목적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유일한 드라이버이고 목적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2018년에 저는 모든 기업이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이 주주, 직원, 고객, 주변 지역사회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 명확히 설명하도록 촉구하는 서한을 썼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더 나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프로파일을 지니고 목적을 가진 기업이 동종 여타 기업보다 얼마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지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연계하여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목적을 세워 행동하는 기업은 다양한 변화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ESG의 또 다른 오해는 착한기업 운동이라는 오해다. ESG를 한다는 것은 사마리언 신드롬에서 논의되는 착한 기업과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 ESG는 착한 기업이 목적이 아니라 지구 미래 공동운명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회사를 지향한다. 착한회사 신드롬을 극복하고 지구 공동 운명체에서 차별적 기업 지위를 획득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쟁력을 획득한 회사들이 진정성 있게 ESG를 하는 회사들이다. 진정성 있게 ESG를 하는 회사는 ESG를 위험요소의 관리라는 수동적 차원을 넘어서 회사의 사명과 목적을 구현하는 미래지향적 전략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자연, 사회, 기업 구성원에게 무차별적으로 착한 행동을 벌이지 않는다. 진정성 있게 ESG를 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이 정한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진 것을 토대로 구성원과 자연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해결해주는 기업활동을 통해 ESG를 실천한다.

목적을 기반으로 진정성 있게 제대로 ESG를 하고 있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으로 Campbells' 3M, 펩시코를 들 수 있다.

캠벨:

각종 수프로 유명한 Campbells'는 진정성 있는 ESG 기업으로 활동하기 위한 자신들의 사명의 울타리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캠벨 수프의 목적은 삶의 순간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음식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수 세대에 걸쳐 캠벨이 독창적이고 맛있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음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과 음료가 사람들 사이를 이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기억과 지금 중요한 의미를 자지는 대상에 연결해준다고 믿었습니다.

캠벨은 이런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기업 ESG 책무를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까지 제대로 된 영양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장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환경이 구현되도록 노력한다”로 정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 기업으로 회사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ESG 활동의 연간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수프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건강한 토마토 재배를 위해 그린가스 배출을 20%까지 줄이고, 재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20%까지 절약하는 등의 지표를 설정해놓고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달성이 되었는지 결과를 홈페이지에 보고하고 있다. 기업의 모든 활동이 캠벨스가 책무로 약속한 목적을 E, S, G 영역에 일관되게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다.

3M:

혁신의 대명사 3M은 자신을 목적 지향적 회사라고 선포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ESG를 목적과 정렬시키고 ESG를 목적달성의 지룃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수십 년간 혁신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일상생활을 개선했습니다. 밤 운전이 더 쉬워졌고 건물은 더 안전해졌습니다. 가전제품은 더 가벼워졌고 에너지를 전보다 덜 소비했습니다. 우리는 달에 인간을 보내는 일도 돕기도 했습니다.

3M은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1000여개의 신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혁신적인 방법으로 CO2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얼마나 에너지를 절약했는지, 또한 일반사람들의 삶의 고통과 편의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신장했는지 등을 설정하고 있다. 결국 3M에서 나오는 제품들로 세상을 가득 채울수록 세상은 더 편리하고 혁신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세상이 된다. 결국 이런 세상을 만드는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3M의 기업시민으로서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펩시코:

펩시코는 인도출신의 CEO 안드라 누이가 회사의 수장이 되면서 지속가능성 기업으로의 혁신적 행보를 보였다. 누이는 3M과 마찬가지로 펩시는 설탕물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목적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목적경영을 실현시키기 위해 회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우리 제품을 먹고 음미하고 마실 때마다 사람들의 웃음이 늘어나는 세상을 만든다. 고객에게는 맛있고 건강하고 펩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와 과자를 통해 하루 10억번의 웃음을 만들고, 파트너들에게는 성장기회를 통해,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을 통해서, 세상에는 어린이들에게 더 건강한 지구를 물려줌을 통해서 웃음이 번지는 세상을 만든다.

펩시는 이런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기업시민의 행보로 설탕과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단맛이나 짠맛을 낼 수 있는 천연조미료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밀가루보다는 건강한 곡식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개발해서 출시하고 있다. 펩시는 고객들이 비만이나 당뇨를 걱정하지 않고 행복하게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ESG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 이런 책무가 달성되면 웃음이 자연스럽게 넘치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런 세상이 자신들의 제품에 의해서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에 관한 지표를 개발해서보고하고 있다.

ESG가 기업의 전략적 도구로 자리메김하기 위해서는 남의 회사의 ESG를 따라하는 보통명사의 단계나 착한기업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ESG는 회사가 약속한 사명과 목적에 정렬될 때만 보통명사 ESG에서 고유명사 ESG의 지위를 획득한다.

진정성 있게 ESG를 운용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ESG를 자신들이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자신들의 업을 통해 구현하는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의 사명과 목적은 기업이 ESG를 통해 자신들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차별화를 만드는 전략이다. 홈페이지에만 존재하는 사명과 목적을 가진 회사가 진정성 있게 ESG를 수행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우리 기업들도 ESG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남들을 따라하는 보통명사의 ESG가 아닌 우리 회사에만 존재하는 고유명사의 ESG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회사에 목적과 사명이 없다면 아무리 만점짜리 ESG 점수를 얻어도 어느 순간 유사 ESG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 유사 ESG를 하는 회사는 목적을 기반으로 한 기회의 창출이 아니라 위험관리 수준에서 Green Washing하다가 결국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사라진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들은 ESG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ESG 위에 기업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기업의 고유한 목적이 작동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같지 않다. ESG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한민국 기업들의 ESG는 산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