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ICT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에서 벌어진 갑질, 부당지시, 모욕적 언사, 공포와 압박, 불의에 대한 방조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왜 수평적 문화의 효시라고 알고 있는 이런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들이 자랑스럽게 도입했다고 알려지는 영어이름과 님 호칭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떻게 하다 이 회사들이 고장난 회사로 전락한 것일까?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문화는 어떤 회사가 자신 회사 안에서 통용되는 더 높은 수준의 고유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우리 회사는 모욕적 언사, 방조, 부당지시가 상식적으로 일어나는 회사"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항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몰상식이 묵인되다보니 어느 순간 "상식적" 관행으로 전락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왠래는 상식이 아니었는데 그냥 묵인하다보니 관행이 되었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할 수 없이 상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상식의 신선한 눈을 가진 신입사원들에게 다시 이런 일이 상식인지를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관행을 상식으로 오해한 것이다.

상식(common sense)의 의미는 누군가가 "그게 말이 돼?(Does it make sense?)"라고 질문했을 때 그 집단에 속한 대다수 정상인의 답변이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 회사에서 지금 갑질, 부당지시가 창궐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라고 정상인에게 물으면 당연히 말이 안 된다고 답변할 것이다.

상식이 문화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그게 말이 돼?"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말이 되지?"라는 추가 질문이 들어왔을 때 이에 대해 충분히 상대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수 있는 설명가능성(Accountability)을 의미한다.

문제는 설명의 수준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설명은 관행이라는 이름의 설명이다. "몰라, 옛날부터 그래왔어"라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의 옛날부터 해온 것을 중심으로 한 설명은 What의 수준에서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둘째 수준의 설명은 How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다. 우리 회사가 일을 할 때는 원래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설명은 Why에 기반한 설명이다. 그런 갑질이나, 부당지시를 왜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 회사가 가진 목적이나 사명에 근거해서 Why 수준의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정말로 최고 수준의 문화를 가진 회사로 볼 수 있다.

많은 회사에서 설명이 되는지의 상식에 기반해서 문화를 만들 때 What, How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런 설명을 회사의 Way라고 규정하여 자랑스럽게 공표하기도 한다. Why가 빠진 Way는 문화로서 본질이 없는 깡통일 뿐이다. 위에서 인용한 회사에서 관행처럼 서로를 님으로 올려부르는 것도 왜 님으로 올려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면 그냥 남들의 기성복을 빌려 입은 것이다. 구성원이 우리가 왜 서로를 님으로 불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면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불거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없다. 회사가 상식적인 설명을 What과 How의 수준에서 요구하다보니 결국 고장난 문화로 귀착된 경우다.

회사가 Why에 대한 설명이 있는 제대로 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회사가 자신의 존재이유로 설파하는 목적과 사명이 있고 어떤 일이 벌어지던 무슨 일을 하던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일관되게 이 목적과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고 과제라는 설명이 가능한 경우이다. 우리나라 ICT 플랫폼 기업이 지금과 같은 참사를 경험하는 이유는 이런 기업들이 Business Model인 Know How에 집중해서 성장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런 회사들이 다른 문화를 가진 것은 이 회사들이 약속한 사명과 목적이 다르고 이 사명과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회사의 비즈니스 모형인 Know How와 회사의 과제인 Know What을 정렬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들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누리는 이유는 실제로 목적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다양한 가치를 기여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설명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재이유가 구성원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납득할만한 설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 좋은 문화를 갈구하기 위해 즐겨 부르던 "님"은 결국 회사 구성원들이 자신이 삶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준거인 "목적"이다. 이런 목적의 "님"이 거세된 회사가 말로만 서로를 "님"이라고 부른다고 님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이런 회사에서 애타게 님을 불러도 진짜 님은 이미 다친 다리를 이끌고 피를 흘리며 아리랑 고개를 넘어서 사라진 것이다.

네이버 노조 기조국장이 시시IN 밝힌 내용은 님이 우리가 아는 님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기 위한 쓰는 단어로 전락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IT 기업의 자유롭고 수평적인 이미지’가 “신기루”라고 말했다. “양복 대신 티셔츠를 입고, 서류가방이 아닌 백팩을 멘다고 내면도 수평적이고 자유로웠을까? 문제의 장본인 임원은 고인을 ‘님’이라고 불렀다. ‘팀원 ㄱ님 이직하면 ○○님 나한테 죽어요’라고 . ‘님’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한 건데 존중은 없고 껍데기만 남았다. ‘민주주의는 직장 문 앞에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임원은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조직 이동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인사나 경영 영역에 직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노동에 인간적 모멸을 참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문화의 본질을 깨달지 못한다면 네이버 카카오의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