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기 그지 없는 부분최적화
새로운 지평을 읽는 통찰력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직접 목격한 경험이다. 80년대 말 가난한 유학생 시절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동성이 중요해서 유학생 가족이라면 좋은 중고 자동차를 사서 제대로 유지 관리하는 것이 삶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친구 중 한 친구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자동차의 핵심은 엔진이라고 믿던 친구였다. 이 친구가 새 자동차인데 사고가 나서 전파된 자동차에서 엔진만 싸게 사서 자신의 낡은 자동차의 엔진을 교체시키면 최고의 차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이 작업을 성사시켰다.
일주일 정도는 차가 잘 가는 것으로 보였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멀쩡하던 다른 부속이 하나 둘 고장나기 시작했다. 하나 둘 고쳐서 간신히 다니는가 싶더니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차가 완전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애처롭게도 이 친구는 결국 새차를 산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고도 차를 다시 구했다.
문제의 원인은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니 엔진과 연결된 다른 부품들이 이 엔진의 강력함을 견디지 못하고 고장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경쟁우위를 위해서 핵심이 되는 역량만 최대치로 올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부분 최적화의 함정이다. 엔진이 차에서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엔진의 역량만 최고로 올리면 경쟁우위가 있는 차가 완성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잘못된 의사결정이다. 아이파크나 SPC 등 최근에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에 쪼달리자 과거의 성공경험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부분 최적화에 올인하는 기업들이다. 경쟁우위에 사활을 걸다 기업의 미미하게 가지고 있던 존재우위마져 놓쳐 결국 회사를 회오리 바람의 싱크홀 속으로 몰아넣었다.
매일 매일의 삶이 사막의 삶과 비슷한 경영환경에서는 전체 최적화를 위한 제대로 된 지도로 제대로 된 목적함수를 가지고 경쟁우위와 존재우위를 직조해내는 경영을 하는 기업들만 지속가능성이라는 혜택을 누린다. 사막은 아무리 지도를 준비하고 나서도 하루 밤만 지나면 모래바람이 불어서 지형을 바꾸어 놓기 때문에 가져간 지도가 무위화 된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초뷰카(Beyond VUCA or Hyper VUCA) 세상의 현실이다. 이런 초뷰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드는 기업들은 경쟁위를 넘어서서 자신의 존재이유로 제대로 된 나침반을 가지고 있어서 이 나침반을 기반으로 지형이 바뀔 때마다 지도를 새롭게 그려낼 수 있는 회사들이다.
요즈음 많은 기업들이 초격차 등의 경쟁우위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런 주장은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지평을 이해하지 못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낡은 이론이다. 자신의 중고자동차에 핵심역량인 엔진을 바꿔 끼움에 의해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을 가진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은 부분최적화라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낡은 경영방식으로 초뷰카시대의 경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순진하기 그지없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갓을 쓴 경영자가 환생해서 21세기를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형국이다.
생존을 넘어 우리 회사가 왜 초격차를 해야하는지 우리 회사를 통해 초격차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지를 이해하고 이것을 실현시키는 전체 최적화를 위한 목적함수를 만들지 못하면 매일 매일 새롭게 전개되는 사막과 같은 세상에서 지도를 만들지 못하고 사막의 회오리바람 속 싱크홀에 빠져 사라진다.
최근에 발매된 <초뷰카시대의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은 변화가 상수가 된 사막과 같은 초뷰카 현실 속에서 새롭게 의미있는 질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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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많은 분들이 <초뷰카시대>을 읽으시고 책에 대한 많은 밈과 바이럴을 남겨주시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교보문고가 집계하는 경영전략 인터넷 판매수량에서도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셔서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에 의미있는 질서를 직조할 수 있는 단서를 얻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