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코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동물이다. 언제 난동을 부릴지 몰라서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코끼리를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숙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먼저 코끼리를 못 본 척하고 있다.
방은 자신의 조직이 최고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진 나라, 사회, 기득권 세력, 집권 정당, 회사, 검찰, 법원, 대통령실, 조폭조직, 대형교회 등등 힘 있는 조직을 상징한다.
코끼리는 밖에서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다 보이는 숨겨진 위험의 원흉인 리더를 의미하기도 하고 조직이 해결하지 못하고 숨겼던 조직 자체의 이슈를 뜻하기도 한다. 이전에 누가 이런 코끼리 문제를 꺼냈다가 분란의 상처만 남기고 퇴출 되었거나 곤경에 처한 경험을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두 마리 코끼리 때문에 난리다. 하나는 검찰 사무실에 등장한 코끼리인 김건희 여사이고 다른 코끼리는 여당 사무실과 대통령실에 등장한 명태균이다.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가 검찰의 사무실에 등장한 코끼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명태균이 여당 사무실과 대통령실에 등장했다는 것을 소리쳐서 알려주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무슨 일인지 못 보고 못 들은 척한다.
자신 조직의 힘을 믿고 자기보호(Defensive Routine)의 높은 방벽을 쌓고 코끼리를 무시하고 살다 보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과 조직간의 절연으로 점점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어느 순간 세상에서 들어오는 기회를 위험으로 해석하여 과도하게 대응하다 큰 집단 사고를 일으키고 공멸한다. 코끼리는 집단사고로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시한폭탄의 뇌관이다.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폭탄의 파편은 죄없는 많은 국민들을 다치게 할 것이다.
집단사고는 조직이나 사회가 사명과 목적을 상실하고 특정한 리더의 리더십에 로망스를 가지고 추앙하거나, 조직 자체의 힘을 절대시하며 부화뇌동하는 조폭 두목들을 구성원들이 따를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목적이나 사명을 상실한 사람이 힘 있어 보이는 조직이나 이런 힘 있는 조직을 상징하는 개인을 추앙할 때 발생하는 재앙이다.
이런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거론해가며 오래 전 니체는 "목적을 상실한 사람들과 조직은 상식적인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미친 짓에 몰두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목적과 철학을 상실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탈주한 기차인 셈이다. 방안의 코끼리는 목적을 상실한 힘 있는 조직을 신봉하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힘을 신봉하기 시작할 때 반드시 겪게 되는 고통이다. 이런 힘에 대한 숭배인 집단사고는 코끼리라는 뇌관에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