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더 신장 될까?
주역에 궁즉통 (窮則通) 혹은 곤궁이통 (困窮而通) 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어려운 상황에 도달하면 오히려 더 쉽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 되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회적 혁신에 대해 많은 착안점을 제시해준다.
대표적 한국 사례는 고 정주영 현대회장의 부산 유엔군 묘지 잔디 프로젝트이다. 그 당시 계절은 겨울이었고 부산 유엔군 묘지에는 풀 한포기 나무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공동묘지였다. 세계 각지로부터 국제 사절단의 예방을 앞두고 유엔사는 곤경에 빠졌다. 국제사절단에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묘지를 그대로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사는 공동묘지에 잔디를 깔아 달라는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입찰공고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겨울에 잔디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찰공고를 보고 찾아간 정주영 회장은 질문을 한다. 그냥 파란 풀밭으로 만들면 되는 겁니까? 입찰자가 없어서 다급해진 유엔사는 그렇게만 해줄 수 있다면 공사비의 3배라도 낼 수 있다고 응답한다. 이 응답을 듣고 정주영 회장은 부산의 보리밭 주인들을 찾아가서 보리를 사서 이 보리를 옮겨 심는다. 단 몇 일 만에 황량한 공동묘지가 푸를 풀밭으로 바뀌었다. 황량한 공동묘지를 푸른 풀밭으로 변화시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게 한 정주영의 신기에 가까운 문제해결 능력을 인정해 유엔사령부는 그 후 정주영 회장과 많은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는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은 오히려 공궁한 상황에서 더 창의적 문제해결을 내는 원리는 그라민 은행 등 사회적 혁신을 이끄는 프로젝트의 대표적 원리로 사용되고 있다.
공궁한 상황 속에서 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사회적 혁신의 성공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 이 혁신 속에는 다음 3가지 핵심 포인트가 담겨 있다.
첫째, 어려운 상황은 겉치례를 버리게 하고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근원에 돌아가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누구에서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꾸밈이 들어가고 꾸밈이 들어갈수록 문제해결은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꾸밈에서 벗어나서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할 때 문제 해결의 숨어 있는 본질적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문제는 문제를 일으킨 복잡한 수준에서는 절대로 창의적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방식만이 답에 가장 가까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둘째, 문제해결의 본질이 파악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것들을 해결의 지륏대로 이용하는 능력이 신장된다. 해결책을 시간을 가지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미 만들어진 주변의 자원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신장된다. 값싼 사회적 혁신의 해결책은 이미 있는 것을 혁신의 도구로 삼을 때만 가능하다. 새로운 해결책은 항상 천문학적인 R&D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정주영회장의 경우는 비싼 수송비용을 들여서 열대국가에서 잔디를 수입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부산 근방에 널려 있는 값싼 보리밭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셋째, 고전적 혁신은 정주영 회장 같은 창의적 천재 한 명에 의해서도 가능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뛰어난 천재 한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선 시대를 살고 있다. 오히려 평범하지만 다른 생각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런 집단지성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전통적 탑 다운 식의 위계적 방식으로는 작동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수평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편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수직적인 위계구조 속에서는 절대로 사회적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창의성은 자원의 유무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