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에서까지 한국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인용한 내노남불은 한국 기득권 정치가 진정성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아니라 아직도 진영과 계파정치의 구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가 불러온 나라 망신이다.

명백한 불륜을 놓고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이중잣대로 설명하는 내노남불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자신의 정신적 지도인 정신모형이 성장을 멈춰 세상과 디커플링 될 때 보이는 보편적 현상이다. 미국 유명 신문에서도 인용한 것을 보면 이처럼 정신모형의 성장이 멈추고 과거에 고착되어 있어서 현실을 왜곡해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정치가들에게서도 심각하게 발견되는 현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노남불은 어떤 사람들에게 생기는 것일까? 내노남불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내논남불은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자신 머리 속의 지도인 정신모형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 학습되지 못할 때 생기는 귀인오류 때문에 생긴다. 자신의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시키지 못하면 실제 파국을 맞기 전 공통적으로 귀인오류(Attribution Error)라는 것을 범하게 된다. 귀인오류는 자신의 정신모형이 시대를 업데이트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할 때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신모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방호하고 이 정신모형의 문제점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 해주는 사람들을 오히려 공격할 때 파국으로 이어진다. 업데이트 하지 못한 정신모형을 방호하고 지키는 것은 파국의 전초전이다.

정신모형이 과거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업데이트를 못할 때 파생되는 대표적 귀인오류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다.

첫째 근원적 귀인오류라는 현상으로 모든 것을 자기와 동일시해가며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오류이다. 사람들은 모두 살아온 환경이 다름에도 이런 것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똑 같은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같은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은 자신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무기로 전락한다. 이런 오류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도 사람인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하지만 여기서 인용된 사람은 자신과 같은 정신모형을 가진 사람, 즉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전제한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 커온 사람들은 다른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본 세상만 진짜 세상이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행동만 인륜이라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내노남불이다. 내노남불의 장본인은 자신의 편견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편견을 강요하는 사람이다. 오늘도 자신만 인지하지 못하는 편협하고 구태의연한 정신모형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과 태도를 재단하고 있다.

둘째는 행위자 관찰자 오류라는 귀인오류이다. 정신모형이 현실에 맞게 제대로 학습하는 학습모형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과거에 멈춰 있으면 자신이 행위자가 될 때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과 관찰자가 될 때 쓰는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자신이 직접 행위자가 되면 자신과 관련한 상황이 보이기 시작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때 상황이 미치는 요소가 조금은 개입된다. 하지만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를 때는 상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다시 무시되고 자신과 같은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의 잘못을 맹비난한다. 자신도 이전에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신은 행위자 모드로 귀인해가며 상황 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대신 상대를 설명할 때는 관찰자의 귀인 모드로 스위치를 돌려 상황적 요인을 무시하고 모든 것이 상대의 잘못된 인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행위자 관찰자 오류는 근원적 귀인의 오류에서 발원한 내노남불을 확대재생산해 낸다.

셋 번째 귀인오류는 "자존감 잔고 오류"이다. 정신모형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신모형에 근거해서 사건이나 자신을 설명해도 설명력이 떨어져 주변사람들에게 울림을 창출하지 못하고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떨어진 자존감의 원인이 자신의 낡은 정신모형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발생하면 이것의 공을 모두 자신에게 돌리고 실수가 발생하면 조상탓으로 해가며 자존감이 떨어진 잔고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된다.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자신의 과거에 했던 행동은 잊어버리고 상대적 자존감의 잔고를 채우기 위해 상대를 맹비난한다. 전형적 내노남불이다.

내노남불은 자신의 정신모형이 과거에 머물고 있어서 지금 시대에 대해 전혀 울림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경고이다. 이들도 이런 경고자체는 묵시적으로 알고 있으나 이 경고를 자신들의 정신모형을 제대로 고치는 근원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잘못된 귀인에 귀인을 거듭하며 결사적으로 자신의 정신모형을 지키는 일에 올인한다. 결국 이들의 운명은 편견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남들에 의해 처참하게 끌려 내려와 퇴출 당하는 트라우마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집단에서 벌어질 때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발생한다. 이런 집단사고에 빠지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자신 집단이 파국에 이를 때까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경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가며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정신모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경찰이 되어 자기 감시를 시작한다. 결국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신모형을 지키다가 문제의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어떤 외적 사건이 촉발되면 처참하게 무너지는 파국을 경험한다. 이번 민주당이 패배에 대해 초선의원 다섯 명이 용기 있게 자신의 정신모형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 계파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이들에게 자기 경찰력을 동원해가며 집단에서 나가라고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바로 집단사고의 전형이다. 나라 망신을 자초한 자신들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망할 때 망하더라도 시효가 지난 정신모형을 무기와 방패로 삼아 패거리 정치공학 정치에 다시 몰입하겠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정신모형은 개인이던, 조직이던, 국가이던 이들이 만든 정신모형이 진정성으로 울림을 주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진정성의 원래 의미는 자신에게 진실함 <True to Oneself>이다.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것은 정치가로서 자신과 자신의 계파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유권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같음을 의미한다. 이런 진정성이 진실의 시작점이다. 자신의 계파에게 비밀리에 이야기하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와 경쟁당과 국민에게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은 진정성의 근본을 상실한 것이다. 진정성의 약속이 실현되면 진실이 되는데 진정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진실의 씨앗을 배태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아무리 정치적 술수를 써서 이것을 감추고 자신의 야욕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이것과 관련한 허구적 진실은 항상 드러나게 마련이고 이 드러남이 늦게 발생할수록 그 파장과 파국은 커진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신모형(정치적 세계관)이 국민에게 전혀 울림을 창출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변혁시키지 못한다면 자신과 국민에게 울림이 있는 진정성의 정치는 물 건너간 일이 될 것이다.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이들을 통해 진실이 실현될 개연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들 계파와 국민들에게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가 달라질 경우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고 국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자신들이 약속한 정치를 실현해서 변화와 진실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정치에 패배하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책임을 통감하고 환골탈퇴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사람들이 이들의 패배를 잊을 즈음이면 이 약속은 공염불이 된다. 문제가 자신들의 낡은 정신모형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고식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모든 해결책이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신모형을 땜방으로 고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고식적 처방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계파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밥그릇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밥그릇 싸움에 집중해가며 총론보다는 각론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가 국민들 앞에서는 얼굴을 바꿔 총론만을 이야기하는 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실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이중성 때문이다. 계파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느 정당이든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이들이 천명한 정치 이념이 진실이 될 개연성을 상실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진정성을 아주 중시하는 나라이다. 국민들은 상대가 진정성을 상실했다고 느껴지는 순간 계파와 당을 떠나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하고 외면한다. 이들 계파 정치가들의 음모가 진정성을 잃은 것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들도 다 상식적으로 인식할즈음이면 이들은 이미 모든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인용은 이런 계파정치의 진정성 상실 문제가 국제적으로도 뻔히 읽히는데 정작 계파정치에 빠진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경고이다.

정치가들 뿐 아니라 자신의, 자신 조직의 정신모형을 시대에 맞춰 업데이트 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는 내노남불의 희생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