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종업원의 관계도 따지고 보면 교환관계이다. 회사는 돈을 주고 노동력을 사면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돈을 받은 만큼 신의를 가지고 열심히 일해주어야 하는 시장 교환관계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 경제 교환관계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이고 둘 사이의 진실된 관계를 규정해주는 암묵적 교환은 따로 있다. 이런 시장 교환이 보지 못한 빙산의 밑둥에 해당되는 교환을 사회적 교환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진실된 관계를 경제적인 것의 교환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는 않는다. 사회적 교환은 경제적인 것 이외의 교환을 지칭한다. 회사와 종업원의 관계의 대부분의 문제는 시장교환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암묵적 사회적 교환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해주어야 할 것을 해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

지금처럼 L자 저성장 국면으로 경기가 어려워지기 전 경기가 살아 있을 때 종업원과 회사와의 사회적 교환을 규정하던 모형은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과 조직지원(organizational support)였다. 조직몰입이 종업원들이 회사에 대해서 보여주는 헌신을 말한다면 이에 상응한 회사가 종업원에 보여주는 헌신이 조직지원이었다. 조직몰입의 몰입(commitment)는 결혼관계를 전제로한다. 결혼한 이상 회사나 종업원이나 한 눈을 팔아가며 서로의 신의를 배신하는 외도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 사회적 교환의 의무사항이었다. 이 신의는 한 회사와 결혼했으면 외도를 하지 말고 한 회사에 충성하는 것을 요구한다. 회사도 종업원을 고용을 했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년까지를 보장해주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종업원이 회사에 헌신하는 만큼 회사도 종업원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하던 조직지원의 핵심은 회사가 종업원 개개인을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가족으로 취급하고 있는지의 문제였다. 결혼을 통해 종업원을 가족으로 편입시켜 놓고 상대를 가족 구성원 취급하지 않고 노예취급하거나 가정부 취급한다면 조직지원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다. 암묵적 사회적 교환에 대한 계약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지금처럼 L자 경기가 깊어지고 회사도 더 이상 종업원에게 평생고용을 약속할 수도 없고 이전처럼 종업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온 암묵적 사회적 교환모형이 종업원 체험(employee experience)과 종업원 인게이지먼트(employee engagement)의 교환이다. 조직몰입이 결혼관계를 전제로 한 모형이라면 종업원 체험과 인게이지먼트는 약혼관계만을 전제로 한 모형이다.

이 암묵적 사회적 교환에서 시대를 반영해 조직지원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나타난 것이 종업원 체험(eX: employee experience)이다. 회사는 종업원으로부터 인게이지먼트를 얻어내기 위해 종업원이 회사에 머무는 날까지는 적어도 종업원 체험이라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회사의 종업원에 대한 헌신의 개념인 조직지원은 회사가 주도하는 Top down 방식이지만 종업원 체험은 회사는 HR 플랫폼을 깔아주고 대신 종업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체험하게 하는 Bottom up 방식이다.

종업원 체험이란 회사가 종업원을 위해 회사에 지원(candidacy), 입사(onboarding), 자리잡음(performance), 성장(growth), 퇴직(exit)에 이르는 국면국면마다 일관되게 의미 있는 성장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체험이란 일과 생활 간 균형이 아닌 통합이나 둘 간 협업의 개념으로 접근할 때 실현 가능한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종업원 체험이란 어느 시점에는 서로 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떠날 때까지의 체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형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회사를 떠날 때 이 회사에서 자신의 성장체험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직원들이 많아진다면 이 회사는 종업원 체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회사이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일관되게 이 회사에 근무했던 기간이 자신에게는 잃어버린 세월이었다고 회사를 욕하고 떠난다면 종업원 체험에 문제가 있는 회사다.

구글, SAS, 아마존 등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떠날 때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사실이 이 회사에 근무해서 좋았던 점이 연봉이나 복지를 넘어 다른 회사보다 적어도 10년은 먼저 앞서간 미래에 대해 성장 체험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앞으로 10년간 성장체험을 안해도 충분히 마켓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고백이다. 한 마디로 엄청난 성장체험을 제공한 것이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에서 제공하는 성장체험의 핵심기제는 <사명지향적 전문가의 놀이터>이다. 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일하는 체험을 통해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를 실제 일을 통해 실현시키는 체험을 하고 있는지이다. 사명지향적 전문가의 놀이터 설계원리는 회사가 존재의 수준에서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목적과 사명의 울타리가 있는지, 이 울타리안에서 신나게 일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는 운동장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는지(enablement), 이 운동장에서 자신이 주체적 일친칭이 되어 역할을 써나가고 전문 선수로 일할 수 있는지, 열심히 뛰어 논 결과로 성장체험이라는 직접보상 뿐 아니라 성과에 따른 다른 외재적 보상은 공정하게 배분되는지, 리더들은 자신이 나서서 통제하고 시키기보다는 종업원이 주인공이 되도록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는지의 문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명의 울타리이다. 인류가 동물과 달리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밤에도 모닥불을 지피고 둘러 않아서 서로를 보호해주는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잘 되는 회사의 기본은 이런 울타리가 제공되는지에 달려있다. 조직지원이 구성원을 가족 취급하는 것이라면 종업원 체험에서는 조직을 위해서 노력하고 기여하는 종업원에게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 이들을 가족으로 취급한다. 또한 이 사명의 울타리에 설정된 목적은 일 속에 내재화 된 의미와 열정을 살려내는 불씨이다. 사명과 목적에 해체된 회사가 종업원 체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주장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설계원리가 종업원이 입사해서부터 배치받고 성과를 내고 성장하고 퇴직하는 국면에 모두 일관되게 embedding되어 있는지를 종업원이 총체적으로 평가한 것이 종업원 체험이다. 이 점수는 회사나 부서의 평균점보다는 개개인의 개인 점수로 관리되어진다.

자신의 경력 국면마다 성장체험을 하는 종업원들이 회사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암묵적 사회적 교환으로 돌려주는 것이 인게이지먼트다. 인게이지먼트는 결혼한 사람의 의무보다는 약혼자의 사랑을 토대로 한 개념이다. 약혼자들은 상대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고 사랑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일시적으로 좋아보이는 상대가 나타나도 자제하고, 친구들에게 파트너의 장점을 진심으로 옹호하고 칭찬하고, 상대와 개척할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걱정하는 국면을 보인다. 이런 감정들이 더 진지해지면 인게이지먼트는 상대에 대한 자부심, 상대에 대한 긍휼감, 상대에 대한 감사, 상대를 통해 느끼는 고양된 감정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숭고한 감정은 결혼을 의미하는 헌신(commitment) 단계에서는 느낄 수 없고 신실한 약혼(engagement)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결혼에서의 헌신은 쓴맛 단맛 다본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서 느끼는 의무감과 애증의 감정이다. 사랑이 식었어도 태어난 아이에 대한 의무나 지금까지의 애증에 대한 몰입비용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하는 감정이 헌신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이런 감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 쿨하기 그지없는 감정이다.

인게이지먼트를 상징하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영화가 1976년에 상연되기 시작한 <스타탄생>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이미 유명한 가수인 노먼 메인은 무명가수 에스터를 발견해서 자신의 듀엣가수로 키워준다. 에스터가 성장해서 자신을 넘어서자 에스터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하도록 떠나보낸다.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낸 것이다.

많은 분들에게 이런 종업원 체험과 인게이지먼트 이야기를 해드리면 대개는 두 가지 질문을 하신다. 하나는 본인은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약혼모형을 실천할 수 없는 것 아니냐의 질문이고 다른 질문은 이렇게 키워서 다 내보내면 결국 나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이다.

설사 결혼을 했어도 파혼을 하고 약혼자의 신분으로 돌릴 필요는 없어보인다. 결혼했어도 약혼자 때의 정신을 잃지 않고 산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떠나보내야 하는 우려 때문에 사랑하지 못하겠다에 대한 질문도 기우다. 네트워크 시대이기 때문에 사랑해서 떠나 보낸 이들은 나의 중요한 네트워크의 노드로 작용해서 결국 나에게 더 큰 자원이 되어 돌아온다. 헤여질 때 싸우지 않고 미래를 위해 상대가 서 있게 될 다른 자리에서 스타로 탄생하기를 빌어가며 쿨하게 마무리를 잘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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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명지향적 전문가의 놀이터 설계원리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본인의 졸고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샘앤파커스 2018)>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