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몸과 마음의 성장통을 가지고 산다. 몸의 모든 기관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른 기관은 제대로 성장하는데 한 기관이 이에 맞추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기관도 찢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우리 몸에 생긴 병이라는 것은 모두 성장통을 균형있게 해결하지 못한 결과이다.

뱀이 허물을 벗어야 성장하듯이 인간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허물을 벗고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고통이 성장통이다. 몸의 기관이 작동되지 않을 때 느끼는 생물학적 통증도 있지만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 성장통이 더 큰 고통이다.

열정을 뜻하는 Passion의 어원은 고통이다. 고통과 열정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고통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것을 주체적으로 해결할 때 성장체험이라는 열정이 따라온다. 따라서 열정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잘못된 요구다. 열정은 고통을 직시하고 이것을 주체적으로 해결했을 때 따라오는 성장체험이라는 희열이지 막연하게 가지기로 결심하고 자판기를 누른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통과 열정을 혼동하는 것이 극심해져서 자신을 자해하는 것으로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제대로 된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내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적절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면 성장체험이 주는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정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직면한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고통을 통해 열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자신의 아픔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신의 강점, 미모, 잘난 점들에 대한 편애 때문이다. 고통은 성장통이라 하더라도 병리적으로 규정되고 숨겨지고 감춰진다. 제대로 처방받지 못한 고통은 성인아이로 고착되거나 열등감의 암세포로 자란다. 이런 점에서 긍정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강점경영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을 지뢰대로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할 때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것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열정을 죽이는 암세포로 자란다.

둘째, 열정은 자신의 아픔을 직시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인칭 주체로 나선 결과이다. 아픔을 이해하고 있어도 무슨 이유인지 아픔을 해결하려 주체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면 열정은 오지 않는다. 아픔과 열정 사이의 매개변수가 주체적 해결 노력이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자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아픔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무력감에 휩싸였을 때 열정은 오지 않는다.

셋째는 고통을 해결하는 미시적 방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면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기보다는 곪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아픔을 이기기 위해 진통제나 통증주사 처방으로 해결하려 시도한다. 초기에 이런 시도가 효과가 있어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더 강하게 사용하다보면 중독에 걸린다.

중독의 범위는 다양하다. 자기계발서 중독도 따지고 보면 성장통에 대한 통증주사인 셈이다. 마약도 고통을 일시적으로 감추기 위해 복용하지만 한번 사용하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통제와는 달리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고 이 고통을 일인칭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따라오는 성장체험은 아무리 체험해도 중독되지 않는 생명수다. 성장통의 아픔을 원인수준에서 직시하고 일인칭으로 해결하여 자신에게 성장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열정의 핵심이다. 이렇게 해서 체험한 열정에 대한 좋은 기억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외면하지 않고 다시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강화시킨다. 또 다시 열정을 맛보기 위함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열정의 자기강화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성장이 제기하는 각종 고통을 직시하고 이를 주체적으로 해결하여 열정을 확보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자신의 존재에게 제대로 된 자유를 선사한다. 이런 선순환의 메커니즘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과의 수준에서 숨기거나 진통제에 의존해 산다면 삶은 지속적인 통증을 제기해올 것이다. 이 통증을 잊기 위해 중독제를 처방하기 시작하면 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죽을 벗기는 고통에 직면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성장체험으로 자신이 성장한 모습인 비전으로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각도 열정에 불쏘시게가 된다.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직장인들도 자신이 얼마나 하루밤 사이에 더 성장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회사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