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사회와 이후의 사회는 같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주장 속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존의 노말이 사라지고 뉴노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 속에는 새로운 새벽이 오는 것은 알겠는데 날이 밝기까지는 아직 뉴노멀의 정체를 정확하게 모르겠다는 불안을 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뉴노멀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은 경제학자들이나 재무투자자들이지만 뉴노멀이 생성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사회학자들이다.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방식은 인프라가 깔리고 여기에 기간망이 깔리고 건물이 들어서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받는 시각을 사람들이 공유하고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sense making)하고 행동하고 이에 관련된 태도를 취할 때 뉴노멀로 굳어진다. 뉴노말은 새롭게 세상을 이해하고 이 이해를 기반으로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대세적이고 지배적 방식을 의미한다.

요즈음에 기업생태계에서 거론되는 뉴노멀은 단기적 이윤을 극대화하는 주체로 기업을 보는 프리드만류의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이윤을 내야만 하는 이유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목적경제/목적경영이 뉴노멀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목적경제의 뉴노멀을 BRT, FT, ESG 군단, 기업시민, Impact Investment, UN SDGs 등의 파도가 선두에 서 이끌고 있다.

이런 뉴노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뉴노멀을 인지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면 어떤 편익이 있는 것일까?

뉴노멀에 대한 최고의 설명을 제공하는 사회학자는 디마지오와 파웰이다(Dimaggio, P. J., & Powell, W. W. 1983). 이들은 복제(Isomorphism)를 뉴노말의 기본 기제로 제시했다. 세 가지 복제의 기제는 벤치마킹 복제(Mimetic Isomorphism), 규범적 복제(Normative Isomorphism), 강제적 복제(Coercive Isomorphism)다.

벤치마킹 복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편익을 보았다고 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이 회사의 관행을 따라서 복제하는 방식이다. 이런 회사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이런 관행이 오히려 정상적 관행이 된다.

규범적 복제는 이런 새로운 관행이 떠오르고 많은 복제가 생성되면 학계나 이들이 모여 있는 연합체들이 나서서 이런 방식이 왜 정당한 방식인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제시한다. 또한 이런 단체들이 스스로 수준에 대한 평가기준이 만들어지고 이것들이 피드백되는 것도 규범적 복제의 핵심에 해당된다. 규범적 복제에 의해 새롭게 나타난 복제된 현실이 정당하다는 설명이 제공된다.

강제적 복제는 이런 새롭게 떠오르는 방식이 일상화되고 법제화 되는 상황이다. 이런 법제화에 따라 새로운 관행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만들어 복제에 쐐기를 박는 것이 강제적 복제이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뉴노멀이 굳어지는 순서는 벤치마킹 복제에서 시작해서 학계나 평가기관이 나서서 정당성 이론이나 평가툴을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강제적 복제로 결론지어진다.

뉴노멀은 새로운 운동장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인류의 역사는 헤겔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런 새로운 운동장이 더 높은 곳에 끊임없이 구축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운동장이 구축되었는데 이 운동장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이 회사는 리스크를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또한 이런 새 운동장에서 스타로 나서게 되면 자신을 복제 대상으로 생각해서 따르는 회사가 생기게 되고 스타는 차별적 경쟁력을 획득한다.

요즈음 뉴노멀로 떠오르고 있는 ESG도 마찬가지다. 블랙록이나 BRT, UN 등이 선두 주자로 나섰고 이런 기관들이 ESG를 하는 모범적 사례를 발굴하여 다른 회사들이 따라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었다. 벤치마킹 복제의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학자들이나 BRT, 블랙록, UN에서 ESG가 기업 생태계에서 왜 새로운 정상이 되어야 하는지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해가면서 규범적 정당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다양한 평가와 컨설팅 기관들이 평가에 참여하고 평가결과를 공유하는 활동도 규범적 복제이다. 이 평가의 결과가 실제로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면 강제적 복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ESG의 강제적 복제의 가장 강한 시그널은 블랙록의 CEO오 래리 핑크의 주주서한을 통해서 제시되었다. 가장 큰 글로벌 투자회사를 운용하고 있는 래리 핑크가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CEO들에게 ESG를 하지 않으면 이사회 결정에 참여하겠다는 경고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을 받은 CEO들은 이 서한을 강제적 복제의 압력으로 해석한다. 강제적 복제를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자신이 해고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을 읽은 것이다.

이런 새로운 운동장이 만들어지고 이 운동장의 경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기업들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고 이 운동장에 들어와서 스타로 성장할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된다.

이런 뉴노멀이 정착되는 디마지오와 파웰의 관점이 놓치고 있는 것은 이런 새 운동장을 처음 시작한 최초의 긍정적 일탈(Positive Deviant)자의 관점이다. 디마지오와 파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케이스는 아직도 이 운동장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부정적 일탈의 경우나 누가 처음 이런 긍정적 일탈을 시작해 뉴노멀로 성공시켰는지 원조들의 진정한 성공사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뉴노멀의 진정한 원조는 매력적 복제대상을 설계해낸 자들이다.

우리가 소위 초우량기업이라고 규정하는 기업들은 따지고 보면 이런 운동장을 미래보다 먼저가서 자신의 회사 안에 먼저 만들어낸 회사들이다. 뉴노멀의 최초 설계자들이다. 이런 초우량 기업들은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상황의 텍스트에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미래 목적에 대한 텍스트를 가져와서 자신만의 테피스트리를 직조해 자신의 회사 내에서 뉴노멀의 운동장을 실험하는 회사들이다. 이들이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새 운동장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이 운동장을 초월적으로 해체해서 새로운 미래 지평을 운동장으로 만들어가는 설계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회사에 표하는 고마움에는 비슷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인터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고백을한다. "이 회사는 3-5년 먼저 미래를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신나게 내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던 체험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