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직 신실하지는 못하지만 신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전제로 지도하는 대학원생들과 신실함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나는 제자들에게 신실한지의 유무는 공부를 끝내고 제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서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고 신앙의 유무만이 차이를 보임에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 신앙을 안 가진 사람과 똑 같은 성과를 보인다면 신앙이 신실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결정적 단서다. 나는 이것이 바로 신앙이 신실하지 못해 결국은 디커플링된 증거로 주장한다.

왜 그럴까?

신실함의 문제제기는 리더십의 본질적 문제와 괘적을 같이 한다. 리더십의 본질을 구성하는 두 축은 자기에 대한 "이해"와 자신에 대한 "돌봄"이다. 이 둘을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진짜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인 진성리더(Authentic Leader)라고 부른다.

진성리더는 자신에 대한 철학과 정체성에 대한 거울을 가지고 있어서 이 거울로 지속적으로 성찰하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뛰어나다. 또한 리더는 이런 이해를 통해 자기가 이상적으로 지향하는 자신과의 갭을 발견하면 이 갭을 줄이는 작업을 수행한다. 진성리더로서의 근력은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돌봄을 통해 갭을 성공적으로 줄인 결과로 따라온다.

진성리더십에서 전자는 리더의 자기이해이고 후자는 자기규율이다. 또한 진성리더는 자기이해와 자기규율이 정렬된 사람을 의미한다. 자기이해는 뛰어난데 여기에서 생긴 갭이나 상처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다면 말만 뻔지름한 리더이지 진성리더는 아니다.

진정리더가 자기성찰을 위한 거울로 사용하는 것이 정신모형 II이고 자기규율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정신모형 I이다. 정신모형 II는 자신에 대한 철학이고 정신모형 I은 이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몸이다. 정신모형 II만 어른이고 정신모형 I은 어린이라면 신실한 리더는 아니다. 정신모형 II가 정신모형 I과 정렬되지 못한 리더는 신실함의 근력을 상실한 유사리더이다.

신앙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면 주일에 열심히 교회에 가서 성찰하여 정신모형 II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월요일이 되면 자신의 세속적인 어린이 정신모형으로 스위치가 자동적으로 스위치되면 신앙과 세속적 삶은 분절된다. 결국 자기이해만 존재하고 신앙를 통한 자기돌봄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주일에 회개와 회심을 반복하지만 결국 주일과 월요일은 영원히 통합되지 못한다. 신실함이란 월요일이 되어도 주일에 만든 스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근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신실(信實)함이란 자신의 믿음(信)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실현(實)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믿은 것을 현실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근육을 가진 사람을 신실하다고 규정하지 믿음은 있지만 실현시킬 수 있는 근육이 어린이 근육인 사람을 신실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믿음은 성찰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성찰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근육을 얻었을 때만 실체를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기도도 두 가지의 기도가 있다. 하나는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정신모형 II의 기도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성찰한 내용을 자신의 삶 속에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하는 정신모형 I의 기도이다. 두 기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만이 정신모형 II에서 규정한 믿음이 정신모형 I의 삶속에서 실체를 드러내 신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신실함이란 자신이 믿는 바가 아니라 믿는 바를 자신의 몸에 씨앗으로 뿌려 이 믿음의 약속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근력을 만들었는지의 문제다.

신실한 사람은 믿음을 자신의 일에 씨앗으로 뿌려 과일나무로 제대로 가꾸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산출한 과일이 믿음이 없는 사람이 산출한 과일과 똑 같은 과일일 수는 없다. 직장에서 믿음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같은 과일을 산출한다면 믿음이 신실하지 못한 것이다.

신실함이란 삶 속에서 믿음의 근력을 길러 자신이 한 약속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약속을 실현하는 신실함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신뢰의 최고 정점을 구성한다. 신실하지 못한 리더는 모두 유사리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