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일을 시작하거나 창업하는 기독교인들이 자주 빠지는 기복신앙을 비난할 때 많이 사용되는 문구가 욥기 8장 7절에 나오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구절이다.

이말은 성경에 나오는 말은 맞지만 하나님이 하신 말도 아니고 주인공 욥이 하는 말도 아니고 욥의 친구 수아 사람 발닷이 한 말이다. 발닷은 아마도 그당시 하나님 말씀 해석에 정통한 학자나 제사장 아니면 사탄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말이 하나님의 말씀은 아니지만 신앙심이 깊은 욥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친구가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인용한 심오한 문구라는 점이다. 사실 하나님이 하셨을 것같다는 의미에서 반은 맞지만 실제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은 틀린 말이다.

하나님에 정통한 욥의 친구도 하나님이 말씀했을 것으로 혼동했던 이 말을 온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려내는 문해력을 발휘한다면 이 말을 어떻게 다시 해석해야 할까?

기독교인으로 신실함이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경우이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음이라는 자기이해와 이 자기이해에 근거해서 삶 속에서 자신에 대한 돌봄이 그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의 거울을 이용해서 자신을 반성하고 온전한 기독교인으로 미흡한 지점을 알아내는 것이 자기이해이고, 이 온전하지 못함을 자신의 삶 속에서 극복해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의 근육을 완성하는 것이 자기돌봄이다. 자기이해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완성되고 자기돌봄은 자기규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이 경험하는 문제는 이 자기이해와 자기규율 사이의 디커플링 즉 둘 사이의 분절이 문제다. 기독교인으로 우리는 주일에는 기도도 열심히 하고 회개도 해가며 자기이해를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세속적인 사람으로 정체성 스위치가 전환되는 것을 자신도 모른다. 기독교인이라는 믿음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근육을 형성하지 못한 자기규율의 문제 때문이다. 주일 기도와 회개를 통해 만들어낸 자기이해가 월요일의 자기규율로 연결되지 못하니 주 중에는 결국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자기이해도 사라진 것이다. 다시 주일에 자기이해로 스위치를 돌리지만 삶은 시지프스적 돌굴리기로 전락한다.

욥의 경우는 우리와 같은 일반 기독교인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디커플링을 경험하고 있다. 자기규율은 충분히 되어 있으나 자기이해가 되어 있지 못한 경우다. 욥만큼 믿는자로서의 튼튼한 자기근육으로 자기규율을 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조그만 죄를 저지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것만을 위한 번제도 드린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죄짖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자기규율의 화신이었다. 고난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자 자기규율에서 타협하지 않은 사람으로 이름이 남도로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자기이해가 없이 자기규율만 존재하는 믿음은 부러질 수 밖에 없는 믿음이다. 욥도 자신 믿음이 부러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감지하고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자기이해는 강도만 강조하는 믿음에 탄성을 가해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용수철 같은 믿음을 완성한다. 용수철이 되기 위해서는 냉온탕을 거치는 풀무질을 통해 철을 무쇠로 만드는 탄소가 어느 수준까지 제거되어야 한다.

욥의 문제는 고난을 이길 수 있는 자기규율 문제가 아니었다. 욥의 문제의 본질은 고난의 극복이 아니라 하나님과 대면해 싸워도 충분히 자신은 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기이해에 대한 자만심이었다. 욥은 누구보다 월등한 자기규율이 되어 있음에도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심지어는 하나님보다 잘 안다는 자만심이 있었다. 욥은 엄청난 자기규율에 비해 자기이해가 떨어지는 사람의 전형이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다"라는 기적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은 자기이해와 자기규율을 가진 온전한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삶 속에서 실현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자기이해만 있거나 자기규율만 있는 사람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기복신앙의 믿음으로 전락한다.

욥이 제기하는 문제는 자기이해와 자기규율이라는 두 바퀴가 이끄는 진실되고 온전한 리더십의 문제를 다루는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핵심문제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이것을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라고 칭한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란 목적에 대한 믿음에서는 창대함을 보이고 이 목적과 현실과의 갭을 급복하는 일에서는 거북이처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서 지금 당장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창대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근력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급진적 거북이는 지금 가진 것만 가지고 미미하고 겸손하게 변화를 시작하는 원리다. 이런 급진적 거북이가 기대하는 세상도 시작은 미미하지만 목적이 실현된 끝은 창대한 미래다.

창대한 끝을 체험하는 진성리더들은 철저한 자기이해와 자기규율을 실천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런 창대한 일을 자기혼자 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창대함이란 친구, 동료, 파트너, 심지어는 경쟁자까지 진성리더의 목적을 통한 자기이해와 목적을 실현하려는 자기규율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 비로서 물꼬가 만들어진다.

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충분히 자기규율이 되어 있는 자신을 초월해 자기이해를 완성했을 때 자기이해가 되어 있지만 자기규율이 안 된 말로 모든 것을 승부하는 친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온전한 진정성이 친구들을 욥이 만들 창대함에 동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창대함의 시작은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처음 자신이 세상에 온 목적에 대한 이해와 이 목적을 실현하려는 겸손한 마음의 근육이 창대함의 씨앗을 뿌렸을 것이다. 이런 온전함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서 이들도 같이 온전함을 실현하기 위해 집단적 나섰기 때문이다.

자기이해와 자기규율을 모두 갖춘 신실한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한 온전함이 실현된다면 욥기 7장 8절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어떤 창업자가 자신에 대한 자만심을 극복하고 자기규율과 자기이해의 온전함과 신실함을 통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현판을 걸어 놓는다면 대단한 창업자로 칭송해야 할 것이다.

자기규율은 충분히 되어 있으나 자기이해가 되어 있지 못한 욥의 문제는 일반신도가 아니라 종종 목회자들이 겪는 디커플링이기도 하다. 실제 규율된 삶을 살고 있고 성경말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자기이해도 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이해는 성경을 지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기이해는 성경 말씀을 일인칭인 자신의 현재 맥락으로 독해해내는 문해력을 의미한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과거의 죽은 이해가 아니라 세상이 달라지면 변화한 세상에 맞춰 말씀을 다시 해석해내고 이 해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위치 시키는 문해력이 있어야 자기이해가 가능하다. 자신이 과거에 해석한 또한 과거에는 작동했지만 지금은 맥락에서 멀어진 성경 해석에 자신을 고착시킨 사람은 자기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다. 성경 말씀이라는 이유로 과거 믿음에 자신을 가둔 사람일 뿐이다. 젊었을 때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교회를 부흥시킨 목회자가 세월이 흘러서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도 다 하나님이 욥에게 경고한 문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