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한 줄로 세워 한 극단에는 MZ세대를 다른 한 극단에는 X세대라는 이원론을 만들어놓고 이 둘을 대립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본인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대 전쟁을 의미하는 <세대교체>라는 말을 버리고 <세대교차>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해왔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역맨토링(Reverse Mentoring)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디지털 기술에 관해서는 MZ세대가 임원들을 맨토링하고 회사의 전략과 리더십에서는 임원이 MZ세대를 맨토링하는 세대협업을 일상화 하고 있다. 어떤 회사에서는 X 세대와 MZ 세대가 협업해서 X세대는 자신이 축적한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고 MZ 세대가 이 지식을 유튜브로 만들어 사내 대학의 모쥴로 성공시키는 사례도 있다. 세대교체의 이원론적 전쟁에서 벗어나 X세대와 MZ세대가 서로의 능력을 직각으로 교차시켜 새로운 협업의 운동장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세대교체를 넘어서 협업을 통한 세대 교차에 성공한 회사들이 미래를 이끄는 선두주자들이다.

세대교체의 정치적 힘싸움이 아니라 세대교차라는 MZ세대와 X세대간의 협업을 작동시키는 조직만이 실제 미래를 만든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MZ 세대도 시간이 지나면 세대교체의 희생물이 된다. 이들이 더 강하게 세대교체를 주장하면 역설적으로 자신들도 더 빨리 세대교체의 대상이된다. 세대교체의 전쟁 속에서는 모두가 희생자이다.

구글의 알파고를 설계해 이세돌을 패배하게 한 데미스 하사비스가 구글에 입사하도록 도와준 결정적 논문이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가설을 검증한 논문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은 과거를 잃어버렸다는 증거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면 이들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실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비교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과거를 잃은 사람들은 미래를 온전하게 상상해내지 못했다. 이들도 미래의 상상적 경험에 해당되는 단편들의 편린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이 편린들을 엮어서 의미 있는 통합된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연구가 함축하는 바는 이렇다. 과거는 미래를 상상해내는 날줄의 역할을 하고 이 날줄이 존재할 경우에만 미래가 이 날줄에 씨줄로 결합해서 온전하게 미래를 상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과거가 사라진 사람들은 미래를 생생한 그림으로 엮어서 상상적 체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과거를 온전하게 회상할 수 있는 정상적 사람들만이 과거의 경험을 날줄로 삼아 상상하는 미래의 편린들을 엮어서 의미있는 그림과 비전을 완성해냈다.

정치적 이원론자들은 MZ세대를 미래라고 생각하고 X세대를 과거라고 규정한다.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과거를 지워버리고 미래를 채워넣겠다는 구상이다. 세대교체라는 말에는 쓸모없는 과거인 X세대를 밀어내고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함축한다. 하지만 하사비스의 연구에서처럼 과거에 해당하는 X세대의 기억이 청소되면 미래만 생각하는 MZ세대의 상상력으로는 의미있는 미래의 비전을 구성해내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생생한 비전은 X세대가 과거의 경험으로 씨줄을 제공하고 MZ세대가 미래를 가져와서 날줄로 엮을 때만 제대로 만들어진다. 미래에 대한 생생한 비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X세대와 MZ세대간 대화와 협업이 가동될 때만 가능하다. 본인이 오래전부터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교차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를 떠나 세대를 교차해서 운동장을 설계해내고 이를 통해 미래에 더 나은 차이를 가져올 목적에 대해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사회만 미래를 만들어낸다. X세대의 도움없이 MZ 세대는 미래를 못만든다. 물론 이런 주장에서 X 세대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X세대가 자신이 경험한 것이 미래이고 답이라고 주장하며 꼰데 역할을 고집할 때다.

세대교체라는 용어는 잘못된 정치적 폭력이다. 이런 정치적으로 잘못된 용어를 생각없이 남발하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