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3-15 15:44
[N.Learning] 자살의 그림자: 아노미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489  

자살의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노미 자살의 비밀

꽁트(Comte)와 더불어 사회학의 기초를 만든 불란서의 듈게임 (Durkheim)이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시작해가며 던졌던 질문이다.

듈게임은 여러가지 자살에 대한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노미 때문에 생기는 아노미(Anomie) 자살을 자살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아노미란 자신을 지땡해주던 의미의 지도가 잘못 그려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생기는 공황장애 때문에 생기는 자살이다. 아노미 자살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굶어서 죽거나 힘든 상황에 비관해서 죽는 것보다 먹고 살만한 상태에 도달하면 더 자살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믿고 각고의 노력 끝에 천만금의 돈을 모았는데 결국 백만장자가 되고 보니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고 삶이 갑자기 무의미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우 더 자극적인 탐욕에 몰입하던지 결국 이것도 무료해지면 자살을 감행한다. 스타가 되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렵게 스타가 되어보았더니 자신이 꿈꾸던 행복의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쉽게 깨달는다. 사는 것이 갑자기 허무해진다. 복권에만 당첨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당첨되고 보니 아닌 것을 깨달는 사람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살하기 직전까지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정을 불살랐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노키아나 모토롤라처럼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벌고 크게 회사를 키우면 행복의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도달하는 것에 엄청난 비전을 세워놓고 결국 도달해보았더니 자신들이 꿈꾸던 행복의 목적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헤메기 시작해서 엉뚱한 일에 방황을 하다 파국을 맞게 된다. 세상에서 한 번 대박을 치고 사라진 회사들은 사람에 해당되면 다 아노미 자살을 한 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박을 친후 자살을 하기 전까지는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엄친아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으로 떠오르게 된 시점을 추적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발견된다. 자살율 통계를 보면 60년, 70년대 못 먹고 못살 때에는 자살율이 미미하다가 먹고 사는 고통에서 해방 된 지금에 이르러 자살율이 급증했다. 아마도 나이별로는 먹고는 살만하지만 일거리가 없어진 노인분들이 가장 많은 자살의 충동을 느낄 껏이다.

결국 듈게임이 설파하려고 하던 자살의 이유는 자신의 삶을 붙들어 놓던 의미의 세계가 파괴되어 의미의 혼동인 아노미라는 무규범의 세계에 던져질 때 사람들은 자살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있던 삶의 의미지도가 다 가짜 지도라는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상황이 자살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치매환자가 어느 날 정신이 돌아와서 자신이 치매환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불안과 고통을 직면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언제 다시 머리가 먹통이 되어 자신도 모르는 세계에 아무런 방비도 없이 던져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면 차라리 정신이 있을 때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하게 된다. 아노미 자살은 정신이 돌아온 치매 환자의 자살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노미 자살의 대표적 위험군에 속한다.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고 천하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직장에 안착하고 보니 본인들이 꿈꾸던 세상과는 딴판이다. 생계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도 이들은 치매 환자들이 겪고 있는 혼란과 고통을 가장 참혹하게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이들을 조사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행복 수준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해서 다섯씨 쯤에 최악의 수준이 되고 퇴근해서는 회복되기 시작해서 저녁 9시 쯤 되면 정점을 찍는 삶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삶이 밤에만 왕성해지는 좀비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적으로 실험해보자. 직장인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내 키가 170정도 였다. 어느날 신이 나타나서 계시를 보여주었다. 이 직장에서 5년동안 열심히 좀비로 충성하면 결국 내키는 160 정도로 작아질 것이라는 비밀을 신이 알려준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170에서 더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시한다. 이 계시를 듣는 순간 아침이 되어도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심장의 박동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5년 동안 이 회사에서는 좀비지만 편안하게 월급받고 잘 살았는지 모르지만 회사 밖을 나가보니 주변의 세상은 이미 180의 큰 키를 요구하는 세상으로 변했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았다. 결국 나는 남보다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 대상자가 되거나 과거의 자존심을 놓지 못해 아노미 자살의 희생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 대분분 직장인들의 운명이다.

삶의 의미라는 것은 새로운 발견에서 나온다. 내 삶에서 무엇을 새롭게 발견하고 무엇을 발견해내지 못했는지를 분별할 수 없었다면 삶의 의미란 말이 있었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세상의 이치를 더 깊게 깨달고 이를 통해 나름의 통찰력을 얻어갈수록 삶의 의미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결국 나에게 스스로가 성장하는 체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는 죽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제공해주는 성장체험은 자신의 삶의 제대로된 목적을 발견해 이 목적을 탐구하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것과 관계맺음에서 시작된다. 삶의 의미는 목적의 관정에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고 목적이 이끄는 삶을 회복할 때 살아난다. 편안한 좀비의 삶에서 벗어나 목적이 이끄는대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영역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경험없이 의미 있는 성장체험을 하기는 힘들다.

삶의 의미의 불꽂을 만들어주는 목적의 발견은 현대인이 아노미 자살에 본능적으로 몸을 던지려는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경고알람이다. 목적에 이어진 의미의 끈을 놓치는 순간 누구나 아노미 자살의 희생자가 될 개연성이 갑자기 높아진다. 현대인들은 기아와 질병보다는 삶에 목적을 잃었을 때 생존할 확율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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