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8-22 21:40
[N.Learning] 신계급사회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852  

한국이 어떻게 신계급사회로 전락했을까?
입학정원제 사회의 어두운 이면

한국 대학에는 한 때 입학정원의 30%를 늘려서 뽑을 수 있는 졸업정원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대학교의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주는 대신 졸업을 어렵게 해서 대학에 들어오는 것이 관건이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졸업을 어렵게 하고 이를 통해 실력있는 대학생을 육성해보자는 취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입학정원제로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사람들의 결사 반대에 부딪혀 1988년 입학정원제로 다시 회귀함으로서 졸업정원제는 대학의 입학정원만 늘려놓고 유야무야 되었다. 지금은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고는 대학에 입학만 한다면 실력이 없어서 졸업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학벌이 보장된 대학의 입학에 생사를 건다. 입학정원제는 대학을 학력이 아닌 학벌사회로 만든 주범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어려운 입학의 관문만 통과하면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성공과 출세를 보장해주는 입학정원제 사회이다. 입학정원제가 한국의 신 카스트제도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입학정원제의 원조는 과거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시험에 붙는 것이 어려웠지 붙기만 한다면 기본적인 출세와 성공은 보장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이런 입학정원제는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없어진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도 입학정원제를 원용하고 있다. 고시에 붙은 것이 어려운 일이지 일단 붙기만 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성공과 출세가 보장되었다. 고시 출신하면 몇 기로 붙었는지와 몇 등으로 붙었는지가 경력의 성공을 예측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들은 자신 기수의 선두주자가 옷을 벗을 때까지 출세와 성공을 공유한다. 이들이 성공을 공유하는 기간은 최고로 잘 나가는 동기가 옷을 벗는 시점이다. 잘 나가는 동기가 옷을 벗는다면 동기는 자연히 자신의 자리를 후배기수에게 물려주는 것이 관행이다. 이 정해진 기간 동안 성공과 출세를 동기들끼리 서로 나눠가져가며 각 영역의 서열의 카스트 제도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퇴임 후에도 각종 피아를 만들어 자신의 기득권을 키워왔다.

대학입학이던 회사의 입사이던 고시이던 이들의 시작을 결정하는 시험은 인지적 시험이어서 다양한 배경과 실력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정해진 답을 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서열화하고 있다. 이런 입학정원제 사회의 폐해는 사회가 창의적 사고를 요하는 사회로 진화해갈수록 큰 사회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은 달라진다. 미래가 과거에 의해서 예측될 수 있던 시대는 틀리지 않은 정답을 내는 사람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단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과거에 의해서 미래가 예측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개념을 구성하고 이 구성된 개념에 근거해서 미래를 창안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적 문제해결 능력이다. 몇 사람의 인지적 천재급보다는 인지적으로는 평범하지만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협업하지 못한다면 문제해결능력은 없는 것과 같다. 입학시험의 맹점은 소위 올바른 답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회는 올바른 답을 낼 수 있는 인지능력에 의한 서열화와 일사분란함에서 창의성, 다양성, 협업이 생명인 사회로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다.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개념화 능력에 기반해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의 선발과 육성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미래의 열린 사회로 진행하는데 가장 큰 적이 이미 과거의 방식으로 성공한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은 은연 중 정답을 내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을 중용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공고하게 만든다. 새로운 질문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낼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야 함에도 기득권을 선점한 사람들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고시출신 나향욱 교육정책관처럼 이들은 새로운 문제해결력을 가진 사람들을 개 돼지로 묘사하고 폄하하기도 한다.

대학, 고시, 공채 등에서 정착된 입학정원제는 대한민국을 서열화된 닫힌 계급사회로 만든 주범이었다는 점에 대해 각성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열린 사회를 위한 새로운 변혁을 시도해야 한다. 대학입학뿐 아니라 대기업의 공채, 고시 등 모든 영역에서의 입학정원 제도가 대한민국을 열린사회로 만드는 적이다. 열린사회란 설사 첫 입학에 실패한 사람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에 새로운 문호가 끊임없이 개방되고 이들에게 사회의 가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사회이다. 학습과 협업을 통해 전문성이 신장되고 이 전문성을 가지고 기여하는 가치에 따라서 사회적 지위가 공정하게 평가되는 실력사회 meritocracy가 열린사회의 기반이다.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실력사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영역별로 달성해야 할 목적과 사명이 분명하고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재에 대한 열린채용과 이들의 공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핵심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런 열린채용과 공정한 평가에 의해서 정해진 사명이 실제로 구현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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