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을 이끌어 왔던 최양화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본인이 설립자가 아님에도 20여년간 전문경영진으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를 주인의식에서 찾았다.

최회장은 회사에는 두 종류의 종업원이 있으며 그 중 한 부류는 주인같이 일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부류는 머슴같이 일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주인같이 일하는 종업원은 같은 일이라해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반면 머슴은 자기 일도 시켜서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인은 어려운 일도 쉽고 즐겁게 하는 반면 머슴은 쉬운 일도 어렵게 억지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주인 머슴 논쟁은 성서에도 나오고 노장 사상에도 나온다. 노장사상을 가장 잘 실천한 당나라의 임재선사는 주인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르는 곳에서 주인이되어 살면 거기서 하는 모든 일이 진실로 서게 된다." 임재선사는 남의 써준 삼인칭의 삶에서 벗어나 일인칭 주인공의 삶을 복원해서 이를 구현하는 삶을 살 때 삶 자체가 진실로 드러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 핵심은 주인으로서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이다. 내가 반드시 주인이 되어야 하는 근거가 없다면 선택된 태도는 연기에 불과하다. 태도의 선택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아무리 주인이 되려는 태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기로 작정을 했다해도 그렇게 작정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그런 태도 선택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자신 삶의 목적에 대한 각성이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전환시키는 열쇠라고 규정한다. 목적이란 자신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의 이유이다. 자신이 어떤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목적에 대한 진정성 있는 믿음만이 지금까지 삼인칭의 삶을 일인칭의 주인의 삶으로 전환시킨다.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실현시키는 삶을 통해 스스로가 작가가 되어 대본을 써내는 일인칭의 삶을 시작한다. 자기가 설정한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인칭 대본대로 사는 삶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자연과학적 진리는 깨달을 수 있어도 인간으로서 실존하는 삶의 진실은 깨닫지 못한다. 진실을 체험하는 사람들에 대한 임재선사 가르침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결국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각성하고 이 목적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사람들이다.

노자는 리더십이 최고로 성숙한 상태를 요순 시대 백성과 임금과의 관계에서 찾았다. 요순 시대 백성들을 자신의 삶의 주인이었다. 이들은 임금의 개입없이도 지금처럼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노래했다. 하지만 백성들이 놓친 것은 요순 임금이 백성들이 일인칭 주인공의 삶을 구가할 수 있도록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경영자는 요순 임금과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이 없는지 있는지를 비난하기 전에 이들이 일인칭 삶을 복원해 머슴같이 일하는 조건을 벗어날 수 있도록 조직의 사명과 목적의 플랫폼을 디자인해주는 리더가 진성리더이다. 목적을 앞장세워 조직을 전문가의 신나는 운동장으로 디자인해주고 자신은 이런 주인이 된 종업원들의 스튜어드로 빠져 있는 리더가 가장 뛰어난 리더이다. 종업원들이 우리가 열심히 했더니 고객에게 조직이 약속한 목적을 실현해서 미래를 만들 수 있었다고 외치게 할 수 있는 리더가 최고의 진성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