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리더십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리더십은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해서 환경에도 적응하고 적응을 기반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학이다.

시스템이란 환경에서 들어오는 인풋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형화된 루틴이다. 아무리 루틴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도 환경이 바뀌면 루틴이 바뀌어야 하는데 루틴을 변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사람들의 개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서 새로운 루틴이 정착되기까지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돈이 생기는데 리더의 임무는 이 혼돈으로 생긴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는 아무리 최고의 동학적 루틴을 만들어도 루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변화가 상수가 될 세상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이다. 심지어 리더의 역할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리더는 자신이 루틴을 변화시키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지만 조직의 구성원을 모두 리더로 만들어 이들이 동학적 루틴을 만들게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환경에서 오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 변화를 통해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리더라고 볼 수 없다. 아무리 소통 잘하고 의사결정 잘하고 구성원들 임파워먼트 잘 시켜도 이런 리더십 역량을 수단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리더는 아니다. 리더십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리더십을 목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든 결과를 리더에게 돌리는 리더십 로망스에 빠진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리더십으로 공을 돌리고 잘못된 결과를 산출했을 때 모든 비난도 리더에게 돌린다. 잘못을 리더에게 돌리며 이제는 문제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지만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안 된 사람들의 리더십에 대한 미신적 주장일 뿐이다.

리더는 환경에서 오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불확실성은 따지고 보면 시간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비전은 현재 목표를 확장시켜 더 큰 목표를 잡고 여기에다 멋진 옷을 입힌 것이다. 이런 비전은 비전의 본질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진짜 비전은 자신의 존재이유인 목적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이 믿음의 눈으로 못 보던 세상을 보게 되는 체험이다. 목적의 눈을 회복해서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비전이다. 미래에 대한 진짜 비전은 현재의 목표를 확장해서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부터 현재를 보는 시각이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닫고 이 이유의 눈으로 미래에서 연결되어 있는 현재를 볼 수 있는 것이 비전이다. 이런 제대로 된 비전이 있다면 미래로부터 오는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둘째는 지금 현재 환경에서 들어오는 불확실성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 현재의 불확실성은 목적을 동사화한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 조직 안에 사명으로 둘러 쌓인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내고 이 안정지대 내에 전문가들의 운동장을 건설해내는 일을 통해 해소된다. 이 사명의 울타리를 공유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회사에서 가족이란 피 한 방울 섞여 있지 않아도 이 사명의 울타리를 실현시키려는 공동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명의 울타리는 가족의 범주를 의미 있게 확장시켜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공간을 제공하고 이 안정공간을 전문가의 놀이터로 만들어 성장체험과 전문적 역량을 키워 현재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한다. 사명의 울타리를 통해 같은 가족으로 모인 공동체가 현재에서 이입되는 불확실성 해소의 가장 큰 기반이다.

리더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불확실성은 과거로부터 이입되는 불확실성이다. 과거를 잘못 다뤄서 생긴 불확실성은 가장 현실적이고 위험한 불확실성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과거의 성공은 기억하려 하지만 과거의 실패와 잘못은 잊으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억지로 잊혀진 과거는 학습으로 연결되지 못해 실수를 반복하게 함을 통해 현재를 보복하고 이 보복을 통해 미래를 붕괴시킨다. 과거를 잘못 다뤄 생기는 불확실성이 따지고 보면 가장 충격적이고 무서운 불확실성이다.

과거의 불확실성이 실제로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경험하려면 치매를 상상해보면 된다. 어느 순간 과거를 기억 못하는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완전 치매가 아니라 가끔 생각나다 생각이 안 나는 반치매라고 생각해봐도 좋다.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이 안 나고 길이 생각이 안나 길을 헤매다가 문득 어느 순간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상태를 상상해보라. 아마 미래나 현재를 통해 체험한 불확실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불확실성의 공포에 시달릴 것이다.ㅣ

본질적으로 망각의 불랙홀인 과거를 살려내는 것도 제대로 된 목적을 통해서다. 목적을 각성해 잊혀진 과거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서 과거를 지속적으로 부활시켜야 과거는 불확실성의 원인이 아니라 기억의 보고로 전환된다. 과거를 부활시켜 <오래된 새 길>을 만들고 이 오래된 새 길을 현재의 길과 지속적으로 접속 연결시켜야 과거의 불확실성이 제대로 해소된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삶을 사는 리더는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미래, 현재, 과거의 점(Dot)을 접속하고 연결하고 정렬시키는 삶의 궤적을 가지고 있다. 리더는 이 괘적을 담은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지속적으로 공진화 시킨 사람들이다. 조직을 위해 이런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마련하고 이 지도로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소할 뿐 아니라 정신모형을 실현시켜 실제로 미래를 위한 변화와 족적을 만들어내는 리더가 진성리더이다.

미래, 현재, 과거의 점을 접속하고 연결하고 정렬시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식은 하이데거와 들뢰즈가 처음 제시한 방식이지만 많은 통찰력으로 성과를 보여준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해온 방식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스티브 잡스도 스탠포드 연설에서 이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