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와 네트워크 사회는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다. 초연결사회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다 연결되고 이 연결된 것들 사이에는 CC TV와 센서가 달려 있어서 서로 간 거래가 API Data로 저장되고 필요할 때 이 데이터가 공개되는 사회이다.

초연결 사회는 지금 실현된 상태라기보다는 실현을 위해 진행 중의 상태이다. 디지털 혁명이 성공해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초연결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지금은 네트워크 사회의 국면을 벗어나 초연결사회의 초입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태이다.

초연결사회와 구별되는 네트워크 사회의 특징은 모든 존재하는 것이 다 연결된 것이 아닌 사회이다. 네트워크 사회란 연결이 끊어진 구멍이 핵심적 변수가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네트워크 상에서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소위 구멍이 존재한다. Burt란 사회학자가 구조적 구멍(structural hole)이라고 명명했다. 네트워크 시대에 힘께 나 쓰는 사람들은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줄을 동원해 이 구멍을 연결해줄 수 있는 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관료나 법관의 전관예우라는 것도 다 브로커 역할 때문에 생긴다. 구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구조적 구멍 때문에 내부 세계에 돌아다니는 중요한 정보를 놓쳐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 내부 정부 날라다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구조적 구멍이 가져다주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권력의 기반을 형성했다. 네트워크 사회는 외양상 연결을 통해 자원들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동원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동원의 흐름을 보면 항상 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동원되는 구조로 존재한다. 이들 브로커들이 사라졌다면 네트워크 사회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심지어 연결의 가장 중심인 사람 사이에서도 모든 것이 연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결 실험 결과를 보고한 <작은 사회(Smal Society)>에서도 연결의 핵심 노드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모든 사람들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5단계의 연결 브로커를 거쳐야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브로커는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브로커가 필요한 이유는 직접 연결이 끊어진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브로커에게 연결을 위해 치뤄야 할 비용을 거래비용이라고 칭한다.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 거래비용이 최소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비용이란 실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간 생산비용에 대해 청구한 금액이 아니라 이 생산비용 외에 이 물건을 취득하기 위한 거래 자체에 참여할 때 추가되는 비용이다. 내가 부동산을 사기 위해 바치는 부동산 중계료는 대표적 거래비용이다.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 부조리의 핵심은 인그룹에 포함되지 못하면 모들 거래에서 부동산 가격보다 중계료를 더 많이 지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거래비용이 많아지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혈연, 학연, 지연, 기업 내 조직 정치가 무서운 이유는 이들 인그룹에 포함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거래비용을 깎아주는 대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더 큰 거래비용을 강제함을 통해 공정성과 사회적 비효율성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인그룹에 포함되기 위해 연줄을 동원하고 뇌물을 바치고 이런 비용이 전부 대다수의 아웃그룹의 사람들에게 전가된다.

초연결 사회란 구조적 구멍이 점점 사라져 브로커 역할을 통해 거래비용을 청구해 권력을 만든 사람들이 기반을 잃은 것을 의미한다. 초연결사회에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연결되어 있고 각자는 센서를 달고 있다. 여기서 녹화된 컨텐츠는 API 데이터로 산출되어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된다.

플랫폼 비지니스란 초연결사회로 전환되는 중간 과도기에 네트워크가 집중된 공간을 찾아 여기에 판을 깔아 놓고 사람들 사이에 여러가지를 서로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다면 시장을 만든 것이다. 네트워크 시장을 내면화하여 누구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거래비용을 줄이는 비즈니스를 제공한 것이다.

연결이 집중된 네트워크의 공간을 내면화 해서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다면시장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거래비용을 현실적으로 많이 줄인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브로커의 농간을 없앤 것은 인정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과정과 이들을 착취하는 형태나 알고리즘을 조작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는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을 보면 이들 플랫폼 비지니스의 미래가 보인다. 지금 양태로 보면 몇 개의 플랫폼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은 또 다른 거래비용을 증가시키는 장본인으로 전락할 신세다.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개인들이 일대일로 믿고 연결이 가능해서 서로 믿고 거래함을 통해 거래비용을 제로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이 완성되어 사회 인프라로 깔리는 시점에 도달하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이 실제로 완성되면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형태로 사업하는 대부분 플랫폼 기업들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완성이 안 되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플랫폼이든 어떤 조직형태든 공동의 목적을 찾았을 때 가능해진다. N명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찾았다면 N명의 이 공동의 목적을 매개로 직접 연결되어 협업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숫자가 무한대로 늘어나도 이들 간 공동의 목적이 매개로 협업할 수 있다면 이들 간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은 없어도 믿고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직의 형태가 전통적 조직이든 플랫폼 조직이든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은 여기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공동의 목적이 있는지의 문제이다. 공동의 목적으로 정치가 개입할 여지를 줄여가며 서로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협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협업이 제대로 가동되기 시작해 회사에서 조직정치가 사라졌다면 엄청난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8일 독립국가로 선언된 나라이다. 모세의 지도로 이집트의 노예(아포리아) 상태에서 탈출한지 근 2000년간 디아스포라(이산)를 경험하고 2000년만에 가나안과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모아서 단 시간에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힘도 자신들이 공동운명체라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거래비용 없이 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들끼리의 거래도 마찬가지고 전통적 조직 안에서의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도, 심지어 한 국가 안에서 거래 마찬가지이다. 공동의 운명을 지향하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일대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거래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 치뤄야 하는 거래비용은 치솟을 수 밖에 없다.

공동의 목적에 대한 믿음의 공유가 조직을 가장 최적화 된 방식으로 초일류로 만드는 비밀 중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