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안철수씨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자 나경원씨가 짬짜면 논쟁으로 안철수의 중도노선을 공격하고 있다. 나경원씨가 주장하는 짬짜면 논쟁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다. 짜장이면 짜장이고 짬뽕이면 짬뽕이지 이것을 섞어 놓으면 짜장도 아니고 짬뽕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짬뽕이 좌파를 대표한다면 자신은 진짜 짜장면인 진짜 보수라는 주장이다. 짬뽕과 짜장을 섞어서 중도를 표방하는 안철수는 가짜 보수라는 논리다.

다 정치 공학적으로 계산한 것이겠지만 누가 유리한 주장을 하는지는 유권자 분포에 대한 가정을 따져봐야 한다. 나경원씨는 서울시의 인구분포가 우파와 좌파 양극으로 나눠져 있고 지금 정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다 우파로 돌아설 것임으로 실질적으로 우파의 수가 많다는 가정을 전제로 우파의 선명성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경원씨의 문제는 좌파에 해당되는 반은 서울시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중에 시장에 당선되면 이들에게도 진짜 우파의 프래임을 들이대고 우파를 따라오던지 서울시를 떠나던지 선택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복수의 속내를 보인 것이다. 역시 나경원스럽다.

나경원씨 가정대로 서울시 유권자 분포가 우파와 좌파로 양극화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분포를 무시하고 평균을 구해서 중도를 내세운 안철수씨는 허상을 본 것이다. 실제 분포가 양극화 되어 있다면 평균에 해당되는 서울 시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철수씨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허공에 중도 메아리를 소리친 것이다.

실제 서울 시민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형태여서 중도 보수가 다수라면 승기는 안철수 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하지만 분포가 중도가 많은 정규분포라고 해도 과연 안철수씨가 이들을 다 표로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중도가 정치적 좌우를 넘어서 빈부의 차나 권력의 높고 낮음 등 다양한 변수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오히려 정치적 좌우에 경도된 이야기를 할 경우 다른 변수로 중도에 포함된 사람들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은 안철수가 이야기하는 중도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이탈하지 않을까?

이런 진부한 정치 공학을 떠난 진짜 중도(中道)란 무슨 의미일까?

중국말 中의 어원을 찾아보면 네모는 땅 덩어리를 상징한다. 여기 땅 한 가운데 꽂아 놓은 깃발이라는 의미도 있고 바깥에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데 이 소용돌이 물의 잠잠해진 중간에 버티고 서 있는 나무라는 의미도 있다. 중국어의 中은 정말 정 중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중화사상이란 중국이 세계의 안이자 중심이고 나머지는 모두 변방이라는 생각을 표현한다. 결국 모든 변방은 안에 존재하는 중국이라는 중심에 동화될 수 밖에 없다는 중국 중심주의이다.

한국말의 "가온데"는 "가(변방)에서 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깥의 원 둘레를 돌다가 같은 길이를 가진 한 점이 있어 가보니 가온데가 발견된다. 기준이 바깥인 원 둘레다. 원래 중심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다 변방 이곳 저곳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중심이라는 공간을 사후적으로 찾아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원이 완벽한 원이 아닐 경우 이 중심은 점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공간이 된다. 이처럼 한국의 가온데는 중국의 자민족 중심의 中과는 반대로 변방을 중시하는 철학적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중국의 中은 자신의 자리를 중심점으로 정해 놓고 여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변방의 오랑캐로 취급한다.

중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中道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변방에서 모인 가온데를 어떻게 결합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의 초연결 초지능 디지털 세상은 더 이상 질서가 상수이고 변화가 변수인 세상이 아니다. 시대는 변화가 상수인 세상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변화는 안으로부터의 변화도 있지만 대부분 밖의 환경에서 시시각각으로 몰려온다. 세상이 모든 큰 변화는 변방에서 찾아온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中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이야기하는 가온데(변방/환경)가 생존과 번성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대의 역사는 변방의 다양한 다윗들이 모여 중심의 골리앗을 무너트려가며 경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변방의 다윗들 중 실제로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적 표준을 설정하는 다윗은 자신들만의 특별한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변방의 다양한 세상을 씨줄과 날줄로 맥락화해서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새롭게 만든 맥락의 태피스트리를 프로토타입으로 다양한 변방의 사람들이 같이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을 설계해낸다. 진짜 중도의 핵심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양한 변방의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의 운동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중도이다.

사실 보수 진보 정치꾼들에게 세뇌당한 소수의 서울 시민을 빼고 대다수의 서울 시민들은 자신이 우파인지 좌파인지에 관심이 없다. 진보든 보수든 이들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中心)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를 오랑케 취급한다는 것을 안다. 진정한 서울 시민들은 지긋지긋한 보수 진보의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자신들을 오랑케 취급하는 것을 거부한다. 오랑케가 아니라 다양한 변방에서 온 다윗이자 그냥 서울 시민으로 환대 받기를 원한다. 서울이라는 새롭게 구축된 맥락의 운동장에서 미래의 번성을 향한 협업에 초대된 파트너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는 좌파/우파/진보/보수의 시대착오적 가정에 기반해 정치공학을 셈하는 정치꾼들에게 오랑케로 사냥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 정치 사냥꾼들을 적극적으로 배재해 이번 선거를 서울시의 시민성 수준을 높여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좌파/우파/진보/보수의 기성 정치가들이 아니라 변방에서 미래를 꿈꾸며 모인 다양한 다윗들을 환대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정치가가 시장으로 나섰으면 한다. 변방의 다윗을 꿈꾸며 모인 다양한 인재들과 협업해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으로 선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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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제 밤 늦게 방영된 싱어게인에서 30호로 알려진 이승윤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이승윤의 마음을 긍휼감을 가지고 들여다 보고 서울 시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이승윤은 이 시대 다양한 변방인들의 아이콘이다.